한 여자를 지독하게 갖고 싶었던 남자는 왕이 되었다. 권력과 주관을 가진 왕이 아닌, 어머니의 시선과 치마폭을 늘 두려워하는 왕. 빗나간 모성으로 인해 단 한 순간도 자신의 삶을 살지 못했던 그는 결국 또 다른 모성에 의해 파멸된다. 의 성원대군은 유약함과 맹목성을 동시에 지닌 인물이어야만 했고, 김동욱은 광기 어린 왕으로 완벽하게 변신했다. 우리가 그에게서 터져 나올 에너지의 크기를 예상하지 못했던 것처럼, 김동욱 역시 을 하는 동안 끊임없이 자신을 의심했다. “처음엔 사실 이런 역할이 저한테 들어올 줄 몰랐어요. ‘지금 이 시점에 나한테 이런 작품이?’라고 의문을 가졌었죠. 결과물이 과연 어떻게 보일까, 하는 생각도 많이 했어요. 저한텐 새로운 도전이었던 부분들이 많았고, 에너지를 많이 쏟았던 작품이라 끝난 직후에도 처음으로 관객들을 의식하게 된 거죠. 예전엔 ‘나는 최선을 다했으니까 만족해. 칭찬이든 질타든 달게 받을 거야. 난 앞으로도 할 게 많으니까’라는 쿨한 마인드였거든요.”
몇 편의 독립영화부터 MBC 과 , 그리고 현재에 이르는 동안 그는 누구보다 성실하고 꼼꼼하게 필모그래피를 채워왔다. 하지만 그런 김동욱에게도 연기가 일 이상의 의미로 다가오지 못했던 순간은 있었다. “제가 연기적으로 치열하게 고민하는 게 아니라, 굉장히 안주하고 있다는 느낌이 갑자기 들었어요. 쉬지 않고 작품을 하다 보니 지치는 순간도, 게을러지는 순간도 있더라고요. 테크닉적인 부분만 생각하면서 편하게 연기하는 방법을 찾는 것 같기도 하고.” 은 그가 삼십대에 이르러 만난 첫 작품이었고, 다시 한 번 발돋움할 수 있는 바탕이 되어주었다. 중요한 건 연기를 꾸준히 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아니라, “어떻게 하고 싶고 얼마나 치열하게 할 수 있는지”라는 걸 비로소 깨달은 것이다. 이번 영화를 통해 김동욱이 재발견 됐다는 말은 그래서 적절한 표현일지도 모르겠다. 그가 파격적인 연기를 보여주었기 때문이 아니라, 성장의 전기를 스스로 구축해냈기 때문이다. “감정의 폭과 생각의 깊이가 달라진 걸 느껴요. 어떤 작품이 들어와도 재미있게 만들어볼 수 있을 것 같은 마음이 생겼어요”라고 한결 가벼워진 표정으로 고백한 그가, ‘인간을 보여주는 영화들’을 추천했다. 1. (No Country For Old Men)
2008년 | 에단 코엔, 조엘 코엔
“제가 원래 스릴러 장르를 좋아하거든요. 그래서 지금까지 봐왔던 작품들은 독특한 영상미라든지, 템포를 조율한다든지 하는 기교로 긴장감을 유발하는 것들이 많았어요. 그런데 는 장르 자체가 되게 특이했어요. 특별한 장치를 심어놓지 않았는데도 영화가 시작된 후부터 끝날 때까지, 한 순간도 긴장을 놓을 수가 없었어요. 아주 드라이하면서도 직설적인 느낌이랄까요? 물론 감독인 코엔 형제가 영화를 잘 만들기도 했지만, 하비에르 바르뎀을 비롯한 모든 배우들이 연기를 굉장히 잘 하더라고요.”
레웰린 모스(조슈 브롤린)는 총격 현장에서 우연히 2백만 달러가 든 돈가방을 획득하고, 벨 보안관(토미 리 존스)은 살인사건의 미스터리를 풀기 위해 그 뒤를 쫓는다. 그리고 또 한 명의 추적자, 살인청부업자인 안톤 치거(하비에르 바르뎀)가 존재한다. 쫓는 자와 쫓기는 자 사이에서 발생하는 서스펜스도 매혹적이지만, 결말을 통해 극에 달하는 우울함과 무력감이야말로 이 영화를 자꾸만 곱씹어보게 만드는 요소다. 2. (Hedwig And The Angry Inch)
2002년 | 존 캐머런 밋첼
“이 작품을 20대 중반 쯤에 봤던 것 같아요. 저는 나 처럼 동성애 관련 작품을 몇 개 찍었으면서도 사실 선입견이 좀 있는 편이었거든요. 그런 감정들이 한 편으로 모조리 깨졌어요. 성적 소수자들의 사랑이라고 해서 절대로 공감할 수 없는 이야기가 아닌, 너무 가슴 아픈 사랑 이야기로 받아들여진 거예요. 영화를 보는 동안 거부감을 느꼈던 순간이 한 번도 없었던 거죠. 사람과 사람이 사랑을 하고, 음악을 통해서 교감하는 모습들이 저한테는 충격적일 정도로 감동이었어요. 그만큼 영화에 흐르는 음악과 배우들이 보여주는 연기의 조화가 좋았던 것 같아요.”
이 전하고자 하는 건 생각보다 단순한 이야기일 수도 있다. 온전한 한 명의 인간이 되려면, 나에게 꼭 맞는 누군가를 찾는 것보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해야 한다는 것. 잘못된 성전환 수술로 ‘앵그리 인치’만 남은 헤드윅(존 캐머런 밋첼)은 연인으로부터 버림받았다는 생각에 늘 사로잡혀 살지만, 결국은 자신의 삶을 긍정하게 된다. 연출과 주연을 모두 맡은 존 캐머런 밋첼은 이 작품으로 제17회 선댄스영화제 감독상, 그리고 제17회 시애틀국제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3. (Life Is Beautiful)
1999년 | 로베르토 베니니
“처음에는 란 제목에도 별로 마음이 끌리지 않고, 감독이 누군지도 잘 몰랐어요. 그냥 누군가 추천해 준 작품이라 시간이 남을 때 봤는데, 굉장히 인상적이었어요. 귀도가 한 번도 슬픈 얼굴을 하지 않잖아요. 제가 만약 귀도라면 죽고 싶을 만큼 속상하고 처절할 것 같은데 그 사람은 너무나 따뜻하고, 심지어 행복해 보이기까지 하는 표정을 짓고 있더라고요.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날 정도예요. 20대 초반, ‘미친 듯이 울어야 슬픈 감정을 전달할 수 있을 거야’라는 단순하고 전형적인 고민을 하던 시기였는데 이 영화로 인해 새로운 자극을 받을 수 있었어요.”
때론 눈물보다 웃음이 더 비극적일 수 있다는 걸 이토록 잘 보여주는 작품이 또 있을까. 행복하게 살아가던 귀도(로베르토 베니니)와 도라(니콜레타 브라스치), 그의 아들 조슈아는 나치가 이탈리아를 점령한 후 유대인 수용소로 끌려간다. 죽음이 한발 앞으로 다가오는 순간에도 아들을 위해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걸어가는 귀도의 모습은 보는 이들을 오열하게 만든다. 제51회 칸 영화제 심사위원 대상, 제71회 아카데미 시상식 남우주연상과 외국어영화상, 음악상을 수상했다. 4. (Donnie Brasco)
1998년 | 마이크 뉴웰
“알 파치노와 조니 뎁은 제가 좋아하는 배우들이에요. 는 두 사람이 함께 주연을 맡은 범죄물이라 보게 됐죠. 조니 뎁이 형사, 알 파치노가 한물 간 건달로 나오는데 이들의 연기 자체가 엄청나게 매력적이었어요. 연기를 정말 잘 하는 배우들을 보면 분석하게 되는 것이 아니라, 그 순간에 확 몰입해서 보게 되거든요. 저 역시도 제 작품을 누군가가 분석하면서 보길 원하지 않아요. 관객들이 그저 보이는 대로, 느껴지는 그대로 즐기고 감상해서 나름대로 얻어가는 게 있다면 그게 가장 좋은 것 같아요.”
남자들의 영화라 칭할 수밖에 없는 작품들이 있다. 에서 그랬듯, 강한 겉모습에 고독한 내면을 감춰둔 알 파치노의 연기는 에서도 어김없이 빛난다. FBI 요원인 조셉 피스톤(조니 뎁)은 도니 브래스코라는 가명으로 마피아 조직에 침투하고, 마피아인 레프티 루지에로(알 파치노)는 그에게 강한 우정을 느낀다. 참고로 영화는 실존 인물들을 바탕으로 만들어졌으며, 조니 뎁은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하기 위해 도니의 실제 모델을 자주 만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5. (Pirates Of The Caribbean: The Curse Of The Black Pearl)
2003년 | 고어 버빈스키
“이런 영화의 설정은 리얼리티가 아니라서, 작품 속 인물들의 정서에 공감하는 것보다는 캐릭터들을 보는 재미가 큰 장르라고 생각해요. 조니 뎁은 을 비롯해서 굉장히 과한 설정들이 많이 들어간 캐릭터를 주로 연기하는 배우잖아요. 그런데 그게 작품상에서 결코 부담스럽거나 거부감이 들지 않는 것 같아요. 너무나 현실적이지 않지만 왠지 그런 사람이 실제로 존재할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거죠. 조니 뎁처럼 굉장히 재미있고 재치 있는 캐릭터를 창조할 줄 아는 배우들이 멋있어 보여요.”
조니 뎁이 아닌 잭 스패로우 선장은 상상하기조차 힘들다. 술에 취한 듯한 걸음걸이와 스모키 아이즈, 능청스러운 말투는 모두 그의 아이디어로 완성된 것이라고. 잭 스패로우는 어딘가 우스꽝스럽게 보이지만 그 어떤 삶의 방식에도 얽매이지 않고, 자신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가 블랙펄을 되찾아 다시 항해를 떠나는 영화의 결말은 뻔한 해피엔딩임에도 새삼 찡하게 느껴진다. 8월 30일 입대를 앞두고 있지만, 김동욱은 강예원과 함께 제8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서 홍보대사로 활동했다. 영화제가 끝나면 우리는 한동안 그를 만날 수 없겠지만 적어도 하나는 확신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 흐른 후, 인간 김동욱과 배우 김동욱의 더 나아진 모습을 틀림없이 마주할 수 있을 거라고. “서른이 아무것도 아닐 거라고 생각했는데, 앞자리가 바뀌니까 책임감이 좀 더 생기더라고요. 배우로서도, 개인적으로도. 스스로를 힘들게 만드는 생각일 수도 있지만, 내가 기대는 것보다는 나한테 기대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다른 사람들이 쫓아오고 싶은 사람이 되고 싶기도 하고요. 욕심일 수도 있겠죠.”
글. 황효진 기자 seventeen@
사진. 이진혁 eleven@
몇 편의 독립영화부터 MBC 과 , 그리고 현재에 이르는 동안 그는 누구보다 성실하고 꼼꼼하게 필모그래피를 채워왔다. 하지만 그런 김동욱에게도 연기가 일 이상의 의미로 다가오지 못했던 순간은 있었다. “제가 연기적으로 치열하게 고민하는 게 아니라, 굉장히 안주하고 있다는 느낌이 갑자기 들었어요. 쉬지 않고 작품을 하다 보니 지치는 순간도, 게을러지는 순간도 있더라고요. 테크닉적인 부분만 생각하면서 편하게 연기하는 방법을 찾는 것 같기도 하고.” 은 그가 삼십대에 이르러 만난 첫 작품이었고, 다시 한 번 발돋움할 수 있는 바탕이 되어주었다. 중요한 건 연기를 꾸준히 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아니라, “어떻게 하고 싶고 얼마나 치열하게 할 수 있는지”라는 걸 비로소 깨달은 것이다. 이번 영화를 통해 김동욱이 재발견 됐다는 말은 그래서 적절한 표현일지도 모르겠다. 그가 파격적인 연기를 보여주었기 때문이 아니라, 성장의 전기를 스스로 구축해냈기 때문이다. “감정의 폭과 생각의 깊이가 달라진 걸 느껴요. 어떤 작품이 들어와도 재미있게 만들어볼 수 있을 것 같은 마음이 생겼어요”라고 한결 가벼워진 표정으로 고백한 그가, ‘인간을 보여주는 영화들’을 추천했다. 1. (No Country For Old Men)
2008년 | 에단 코엔, 조엘 코엔
“제가 원래 스릴러 장르를 좋아하거든요. 그래서 지금까지 봐왔던 작품들은 독특한 영상미라든지, 템포를 조율한다든지 하는 기교로 긴장감을 유발하는 것들이 많았어요. 그런데 는 장르 자체가 되게 특이했어요. 특별한 장치를 심어놓지 않았는데도 영화가 시작된 후부터 끝날 때까지, 한 순간도 긴장을 놓을 수가 없었어요. 아주 드라이하면서도 직설적인 느낌이랄까요? 물론 감독인 코엔 형제가 영화를 잘 만들기도 했지만, 하비에르 바르뎀을 비롯한 모든 배우들이 연기를 굉장히 잘 하더라고요.”
레웰린 모스(조슈 브롤린)는 총격 현장에서 우연히 2백만 달러가 든 돈가방을 획득하고, 벨 보안관(토미 리 존스)은 살인사건의 미스터리를 풀기 위해 그 뒤를 쫓는다. 그리고 또 한 명의 추적자, 살인청부업자인 안톤 치거(하비에르 바르뎀)가 존재한다. 쫓는 자와 쫓기는 자 사이에서 발생하는 서스펜스도 매혹적이지만, 결말을 통해 극에 달하는 우울함과 무력감이야말로 이 영화를 자꾸만 곱씹어보게 만드는 요소다. 2. (Hedwig And The Angry Inch)
2002년 | 존 캐머런 밋첼
“이 작품을 20대 중반 쯤에 봤던 것 같아요. 저는 나 처럼 동성애 관련 작품을 몇 개 찍었으면서도 사실 선입견이 좀 있는 편이었거든요. 그런 감정들이 한 편으로 모조리 깨졌어요. 성적 소수자들의 사랑이라고 해서 절대로 공감할 수 없는 이야기가 아닌, 너무 가슴 아픈 사랑 이야기로 받아들여진 거예요. 영화를 보는 동안 거부감을 느꼈던 순간이 한 번도 없었던 거죠. 사람과 사람이 사랑을 하고, 음악을 통해서 교감하는 모습들이 저한테는 충격적일 정도로 감동이었어요. 그만큼 영화에 흐르는 음악과 배우들이 보여주는 연기의 조화가 좋았던 것 같아요.”
이 전하고자 하는 건 생각보다 단순한 이야기일 수도 있다. 온전한 한 명의 인간이 되려면, 나에게 꼭 맞는 누군가를 찾는 것보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해야 한다는 것. 잘못된 성전환 수술로 ‘앵그리 인치’만 남은 헤드윅(존 캐머런 밋첼)은 연인으로부터 버림받았다는 생각에 늘 사로잡혀 살지만, 결국은 자신의 삶을 긍정하게 된다. 연출과 주연을 모두 맡은 존 캐머런 밋첼은 이 작품으로 제17회 선댄스영화제 감독상, 그리고 제17회 시애틀국제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3. (Life Is Beautiful)
1999년 | 로베르토 베니니
“처음에는 란 제목에도 별로 마음이 끌리지 않고, 감독이 누군지도 잘 몰랐어요. 그냥 누군가 추천해 준 작품이라 시간이 남을 때 봤는데, 굉장히 인상적이었어요. 귀도가 한 번도 슬픈 얼굴을 하지 않잖아요. 제가 만약 귀도라면 죽고 싶을 만큼 속상하고 처절할 것 같은데 그 사람은 너무나 따뜻하고, 심지어 행복해 보이기까지 하는 표정을 짓고 있더라고요.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날 정도예요. 20대 초반, ‘미친 듯이 울어야 슬픈 감정을 전달할 수 있을 거야’라는 단순하고 전형적인 고민을 하던 시기였는데 이 영화로 인해 새로운 자극을 받을 수 있었어요.”
때론 눈물보다 웃음이 더 비극적일 수 있다는 걸 이토록 잘 보여주는 작품이 또 있을까. 행복하게 살아가던 귀도(로베르토 베니니)와 도라(니콜레타 브라스치), 그의 아들 조슈아는 나치가 이탈리아를 점령한 후 유대인 수용소로 끌려간다. 죽음이 한발 앞으로 다가오는 순간에도 아들을 위해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걸어가는 귀도의 모습은 보는 이들을 오열하게 만든다. 제51회 칸 영화제 심사위원 대상, 제71회 아카데미 시상식 남우주연상과 외국어영화상, 음악상을 수상했다. 4. (Donnie Brasco)
1998년 | 마이크 뉴웰
“알 파치노와 조니 뎁은 제가 좋아하는 배우들이에요. 는 두 사람이 함께 주연을 맡은 범죄물이라 보게 됐죠. 조니 뎁이 형사, 알 파치노가 한물 간 건달로 나오는데 이들의 연기 자체가 엄청나게 매력적이었어요. 연기를 정말 잘 하는 배우들을 보면 분석하게 되는 것이 아니라, 그 순간에 확 몰입해서 보게 되거든요. 저 역시도 제 작품을 누군가가 분석하면서 보길 원하지 않아요. 관객들이 그저 보이는 대로, 느껴지는 그대로 즐기고 감상해서 나름대로 얻어가는 게 있다면 그게 가장 좋은 것 같아요.”
남자들의 영화라 칭할 수밖에 없는 작품들이 있다. 에서 그랬듯, 강한 겉모습에 고독한 내면을 감춰둔 알 파치노의 연기는 에서도 어김없이 빛난다. FBI 요원인 조셉 피스톤(조니 뎁)은 도니 브래스코라는 가명으로 마피아 조직에 침투하고, 마피아인 레프티 루지에로(알 파치노)는 그에게 강한 우정을 느낀다. 참고로 영화는 실존 인물들을 바탕으로 만들어졌으며, 조니 뎁은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하기 위해 도니의 실제 모델을 자주 만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5. (Pirates Of The Caribbean: The Curse Of The Black Pearl)
2003년 | 고어 버빈스키
“이런 영화의 설정은 리얼리티가 아니라서, 작품 속 인물들의 정서에 공감하는 것보다는 캐릭터들을 보는 재미가 큰 장르라고 생각해요. 조니 뎁은 을 비롯해서 굉장히 과한 설정들이 많이 들어간 캐릭터를 주로 연기하는 배우잖아요. 그런데 그게 작품상에서 결코 부담스럽거나 거부감이 들지 않는 것 같아요. 너무나 현실적이지 않지만 왠지 그런 사람이 실제로 존재할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거죠. 조니 뎁처럼 굉장히 재미있고 재치 있는 캐릭터를 창조할 줄 아는 배우들이 멋있어 보여요.”
조니 뎁이 아닌 잭 스패로우 선장은 상상하기조차 힘들다. 술에 취한 듯한 걸음걸이와 스모키 아이즈, 능청스러운 말투는 모두 그의 아이디어로 완성된 것이라고. 잭 스패로우는 어딘가 우스꽝스럽게 보이지만 그 어떤 삶의 방식에도 얽매이지 않고, 자신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가 블랙펄을 되찾아 다시 항해를 떠나는 영화의 결말은 뻔한 해피엔딩임에도 새삼 찡하게 느껴진다. 8월 30일 입대를 앞두고 있지만, 김동욱은 강예원과 함께 제8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서 홍보대사로 활동했다. 영화제가 끝나면 우리는 한동안 그를 만날 수 없겠지만 적어도 하나는 확신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 흐른 후, 인간 김동욱과 배우 김동욱의 더 나아진 모습을 틀림없이 마주할 수 있을 거라고. “서른이 아무것도 아닐 거라고 생각했는데, 앞자리가 바뀌니까 책임감이 좀 더 생기더라고요. 배우로서도, 개인적으로도. 스스로를 힘들게 만드는 생각일 수도 있지만, 내가 기대는 것보다는 나한테 기대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다른 사람들이 쫓아오고 싶은 사람이 되고 싶기도 하고요. 욕심일 수도 있겠죠.”
글. 황효진 기자 seventeen@
사진. 이진혁 el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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