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그리 버스>, 울화통이 터질 수 있으니 주의하시오
, 울화통이 터질 수 있으니 주의하시오" /> tvN 금 밤 9시
는 오프닝에서 ‘화병’을 “오직 한국에만 있는 독특한 분노증후군”으로 정의 했다. 그리고 스스로를 “화병 나는 대한민국의 이동식 해우소”라고 지칭한 것은, 그 분노와 화를 다스리고 해소하는 공간이 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같은 채널의 가 길 위에서 개인적인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공간으로 택시를 이용하고 있는 것처럼, 버스는 서민적인 느낌을 주면서 게스트들이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특징이 있다. 는 그래서 더 많은 게스트를 버스로 불러와 울화통 나는 사연을 듣고자 한다. 누구나 탈 수 있으니 게스트는 연예인에다 정치인, 시민들까지 다양하다. 하지만 오히려 그래서 이 프로그램은 그들 중 누구의 화를 풀어주기에도 충분한 시간과 정성을 할애하지 못한다.

분명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쏟아내는 것 자체는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백화점 명품매장에서 근무하는 직원들 안에 쌓인 화는 시원하게 털어놓는 것으로 조금쯤 풀릴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는 사연을 말하게 하는 것 외의 어떤 일도 하지 않는다. 심지어 시민들의 사연과 인터넷 악성루머가 주는 스트레스에 대해 고백한 솔비의 사연을 제외하면 마음 속 화를 털어낸다고 하기에도 민망한 수준의 이야기들의 연속이었다. 무엇보다 는 버스 안의 울화통을 모른 채 하고 달린다. 에일리가 고기를 먹지 못해 느끼는 분노와 “화가 나다보면 고소와 고발이 남발될 수 있다”는 말을 천연덕스럽게 늘어놓는 강용석 변호사의 모습을 볼 때 발생하는 스트레스 중 어느 쪽이 더 화병이 될 가능성이 높을까. 이 정도면 화를 풀어주는 버스가 아니라, 화가 나는 버스다.

글. 윤이나(TV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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