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릭터뿐만이 아니다. 임태산은 배우 김수로의 새로운 얼굴을 보여줬기에 더욱 흥미롭다. 김수로는 영화 <주유소 습격사건>, <반칙왕> 등에서 몸으로 던지는 연기를 보여줬다면, <신사의 품격>에서는 섬세한 말로도 자신에게 집중하게 만드는 힘을 보여준다. 이를테면 눈에서 귀로 감상 포인트가 움직인 셈이다. 서이수(김하늘)가 땀범벅이었던 모습을 부끄러워하자 “예뻤어요. 내가 반 미친 야구에, 나만큼 미친 여자. 예쁘죠”라고 군더더기 없이 말하고 본인 눈앞에서 여자 친구의 어깨를 만지는 남자에게 “다음에 또 홍프로 신체에 용건 있으시면 그쪽으로 연락 바랍니다. 좀 전에 손 얹으신 어깨, 시선 맞추신 눈 포함 홍프로 머리부터 발끝까지가 다 제 거라서요”라고 할 때의 포인트는 임태산을 쿨하게 만드는 김수로의 차분한 자신감이다. 물론 김수로는 언제나 달변가였다. 하지만 지금의 김수로는 익살스럽고 화려한 언술 없이도 보는 사람을 충분히 끌어들인다. 그래서 우리는 지금 김수로의 또 다른 페이지를 보고 있는지 모른다. “가끔 흥얼대는 감성적인” 음악을 추천하며 “의외죠?”라고 웃는 김수로가 기분 좋은 반전으로 다가오는 이유 또한 그의 새로운 얼굴에 이미 끌리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들으면 누구나 들썩거릴 수밖에 없다. 김수로가 추천한 아하의 ‘Take On Me’는 흥겨운 리듬으로 듣는 사람을 기분 좋게 한다. 노르웨이 3인조 팝그룹인 아하의 데뷔앨범 타이틀곡이기도 한 ‘Take On Me’는 당시 유로 팝계에 신선한 충격 던지며 주목을 받았다. “아하라는 이름이 좋았어요. ‘아하!’라고 감탄하는 말 같기도 하고 한국적인 느낌이 있잖아요. (웃음)” 멜로디와 리듬은 신나지만 ‘So needless to say I`m odds and ends. But I`ll be stumbling away slowly learning that life is. Okay, say after me. It`s no better to be safe than sorry’ 등의 가사는 감성적인 분위기를 담고 있다.
김수로가 추천한 두 번째 곡은 레인보우의 ‘Temple Of The King’이다. “감성적인 곡을 좋아해요. 어릴 때 이 곡이 나왔는데 그때부터 지금까지 쭉 좋아하고 있어요. 당시 수많은 곡을 들었고 팝에 묻혀 살았는데 그중에서 이런 곡들이 계속 기억에 남고 아직도 잊지 못하는 걸 보면 가장 좋았던 노래였나 봐요.” 딥 퍼플의 전 기타리스트 리치 블랙모어가 결성한 영국 록밴드 레인보우의 ‘Temple Of The King’은 하나의 소설이 구술되는 듯한 가사와 묘한 분위기의 멜로디가 특징인 곡이다.
“이 곡을 들으면 애잔하고 학창 시절 추억이 생각나요. 뭔가 깊어지는 느낌도 들고요.” 김수로 추천한 세 번째 곡은 Scorpions의 ‘Holiday’다. 스콜피언스는 독일 함부르크에서 루돌프 쉥커, 마이클 쉥커 등을 중심으로 결성된 록밴드다. 이후 마이클 쉥커가 탈퇴하고 밴드에 위기가 찾아왔지만 새로운 기타리스트 울리히 로스를 영입한 후 다시 활기를 찾았다. 1984년에 발매된 < Still Loving You >에 수록된 ‘Holiday’는 신나는 연주와 멜로디와 함께 ‘Let me take you far away. You`d like a holiday. Exchange the cold days for the sun’ 등의 가사, 시원한 보컬이 매력적인 곡이다.
명곡은 추억을 불러오는 법이다. 김수로에게 이문세의 ‘광화문연가’는 1980,90년대를 떠올리게 하는 음악이다. 김수로가 추천한 네 번째 곡, ‘광화문연가’는 발표된 이후 수많은 뮤지션들이 리메이크를 하는 등 지금까지도 큰 사랑을 받는 곡이다. 2008년 세상을 떠난 이영훈이 작사, 작곡한 ‘광화문연가’는 그의 쓸쓸하고 애잔한 감수성을 드러내는 대표곡이며 가수 이문세를 스타로 만든 곡 중 하나이기도 하다. 이문세와 이영훈은 ‘광화문연가’ 뿐 아니라 ‘소녀’, ‘난 아직 모르잖아요’, ‘가로수 그늘 아래 서면’ 등의 곡도 함께 했으며 이로써 두 사람은 모두 전성기를 맞이할 수 있었다.
“성장하며 듣던 노래거든요. 감성적이기도 하고 전 이렇게 과거를 추억할 수 있는 음악들이 좋아요.” 김수로가 추천한 마지막 곡은 U2의 ‘With Or Without You’다. MBC <무한도전> 레슬링 특집에 삽입되면서 더 큰 사랑을 받은 ‘With Or Without You’는 1987년 발매된 < The Joshua Tree >의 타이틀곡이다. 아일랜드 출신 U2는 1980년대 초반 첫 번째 전성기를 보냈고 < The Joshua Tree >로 다시 한 번 U2의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었다. ‘Through the storm we reach the shore. You give it all but I want more. And I`m waiting for you. With or without you’ 등의 가사는 천천히 고조되는 노래 분위기를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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