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설마 그럴리가 없어>│이 남자, 느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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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다섯 살의 뮤지션 능룡(이능룡)은 가진 것이 많지 않다. 연봉은 천만 원 남짓, 살고 있는 집은 월세, 여자 친구도 없어서 누나의 주선으로 결혼 정보업체에 가입하려 하지만 그마저도 여의치 않다. 외로움, 억울함과 벗하며 살아가는 그에게 절친한 후배 몬구(몬구)는 휴대폰을 통한 소개팅 서비스를 소개하고, 능룡은 기필코 여자친구를 만들겠다는 각오로 가입을 결심한다. 번번이 여자들에게 거절만 당하던 능룡에게 어느 날 미모의 회원의 사진이 담긴 소개장이 도착하고, 능룡은 그녀의 얼굴이 유명 여배우 윤소(최윤소)의 것임을 알아챈다. 그러나 인기 스타가 소개팅 서비스를 이용할 리 없다고 생각한 그는 업체에 전화를 걸어 환불을 요청한다.
영화 <설마 그럴리가 없어>│이 남자, 느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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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능룡, 이 구역의 카세 료는 당신이야!
영화 <설마 그럴리가 없어>│이 남자, 느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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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때로 작은 영화들은 작은 이야기와 느슨한 이야기를 혼돈하고는 한다. 인기 여배우의 스캔들로 시작하지만 정작 인물의 고민과 위기를 현실감 있게 그려내지 않는 역시 유사한 함정에 종종 발을 헛딛는다. 윤소의 일상을 묘사하기 위해 동원되는 야구와 유기견에 대한 에피소드는 인물에 대한 설명이 아니라 만든 이의 취향을 반영한 것처럼 잘 밀착되지 못하고 그녀 주변의 남자들은 좀처럼 각자의 서사를 드러내지 못한다. 주인공들의 만남을 최대한 유예 시켜야 하는 영화의 특성상 그녀에게 사랑이란 달갑지 않은 현실에서의 탈출구가 되어야 하는데, 현실을 실감 나게 그려내지 못하는 까닭에 로맨스를 향한 판타지마저도 힘을 받지 못한다.

그러나 윤소를 분리하고 보는 능룡의 세계는 제법 매력적이다. 소심하고 섬세하지만 욕망하는 것을 무작정 숨기지도 않는 능룡의 캐릭터는 구체적일 뿐 아니라 현실적이다. 덕분에 로맨스에 운명이나 사명을 투영시키는 대신 두근거리는 순간의 공감을 이끌어 내는 영화의 온도는 능룡을 통해 미묘한 설득력을 얻는다. 영화에서 가장 빛나는 순간이 후반부의 공연 장면이라는 점은 그래서 흥미롭다. 과장된 연출 없이 실제 라이브를 보여주듯 담아낸 이 장면에서 영화는 뮤지션인 능룡의 가장 멋진 순간을 솔직하게 그려낼 뿐 아니라 이능룡을 비롯해 실제 뮤지션들을 캐스팅해야만 했던 이유를 설명해낸다. 그리고 설마 그럴 리가 없을 줄 알았던 관객들이 그를 보면서 두근거리고, 그의 로맨스를 수긍하게 만들어 버린다. 설렘의 감염이 로맨스 영화의 성취라면, 는 조금이나마 그에 도달한 작품이다. 결국 작은 영화가 작지 않은 인상을 남기기 위해 필요한 것은 캐릭터에 대한 진지한 애정과 반짝이는 아이디어다. 윤소에게 부족했던 것도, 능룡에게 적절했던 것도 결국은 같은 문제였다는 얘기다. 21일 개봉.

글. 윤희성 n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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