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결국 캐릭터에 대한 깊은 애정이다. “연기를 할 때면, 정말 철저하게 그 배역이 돼서 숨 쉬는 것 하나까지 닮고 싶고 빠져들고 싶어요. 쓸데없는 욕심을 부린다든지, 예쁘게 보이고 싶다든지 하는 생각은 할 겨를이 없어요. 얼마나 뼛속까지 그 사람이 되어 보시는 분들로부터 공감과 감동을 이끌어 낼 수 있을까 하는 고민으로 가득하거든요.” “순수한 사랑으로 강훈을 변화시킬 수 있을 거라는 굳은 믿음과 신념으로, 그 어떤 것에도 흔들리지 않은 채 오로지 자신의 마음이 말하는 소리만을 듣고 달려가는 윤지혜의 이야기”는 최정원 자신의 이야기이기도 한 것이다.
나이트클럽 댄서인 유정애 역을 맡아 매혹적인 댄스 한 번으로 깊은 인상을 남겼던 SBS <올인>부터 늘 솔직하고 당당한 나미칠로 큰 인기를 끌었던 KBS <소문난 칠공주>를 거쳐 현재 <브레인>에 이르렀지만, 최정원은 ‘어디쯤 온 것 같다’라고 쉽게 말하지 않는다. 다만 “여기까지 왔으니 만족이다, 이 정도면 될 것 같다 등의 생각은 절대로 하지 못할 것 같다”라고 담담하게 이야기할 뿐이다. 지금까지 10여 년을 봐왔지만, 앞으로의 최정원을 새롭게 기대하게 되는 건 그 때문이다. “‘최정원’이라는 이름이 사람들 각자의 가슴속에 또렷한 이미지로 떠오를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좋았던 작품들 속 모습으로 남을 수 있다면 더 좋겠죠.” 다음은 최정원이 보내온 아련한 사랑의 기억을 부르는 노래들이다.
최정원이 첫 번째로 추천한 곡은 지난 2004년 방영된 KBS <미안하다, 사랑한다>의 OST 중 박효신이 부른 ‘눈의 꽃’이다. 나카시마 미카의 노래를 리메이크한 이 곡은 작품 속 송은채(임수정)와 차무혁(소지섭)의 지독히도 애달픈 사랑을 더욱 고조시켰다. ‘지금 올해의 첫 눈꽃을 바라보며 함께 있는 이 순간에 내 모든 걸 당신께 주고 싶어’라는 후렴구는 듣자마자 새하얀 눈으로 뒤덮인 겨울의 풍경을 떠올리게 할 정도로 인상적이다. 얼마 전 자신의 SNS를 통해 “올겨울엔 눈이 별로 내리질 않네요~ 겨울엔 그래도 눈다운 눈이 와 줘야 제 맛인데…”라며 아쉬움을 표했던 최정원이 이 곡을 추천한 것도 바로 그 때문이 아닐까.
싱어송라이터이자 재즈 팝 보컬리스트인 노라 존스의 데뷔 앨범 < Come Away With Me >는 2003년 45회 그래미 어워드에서 ‘올해의 레코드’, ‘올해의 앨범’, ‘올해의 여자 보컬’ 등 총 8개 부문을 석권하는 놀라운 기록을 세웠다. 수록곡 중 최정원이 두 번째로 추천한 ‘Don`t Know Why’는 노라 존스의 허스키하면서도 나긋나긋한 보컬과 재즈나 팝, 어느 하나로 정의할 수 없는 매력적인 멜로디가 어우러져 기분 좋게 귓가를 간질인다. 한편, 노라 존스는 왕가위 감독의 할리우드 데뷔작 <마이 블루베리 나이츠>에 출연하며 배우로서의 매력과 가능성을 증명하기도 했다.
세 번째 추천 곡은 KBS <아이리스> OST에서 극 중 김현준(이병헌)의 메인 테마곡으로 사용된 김태우의 ‘꿈을 꾸다’. 지난해 Mnet <슈퍼스타 K 3>에서는 씨름소년 김도현이 자신을 응원해준 씨름부 감독과 동료에게 바치는 노래로 이 곡을 고른 바 있다. ‘꿈을 꾸다’에서 김태우는 쭉 감정을 절제하다가 ‘널 사랑했는데 널 사랑하는데 상처가 번져서 갈 수가 없잖아’라는 후렴구를 통해 이별의 아픔을 최대치로 끌어 올린다. <브레인>에서 이강훈을 사랑하지만, 그로부터 받은 상처가 너무나 커서, “이제 그만하고 싶어요.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죄로 제가 자꾸만 무기력해지는 거 화나요”라 말하고 돌아설 수밖에 없었던 윤지혜의 심정과도 잘 맞아떨어지는 곡이다.
박기영의 두 번째 앨범 < Promise >에서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두 곡은 ‘시작’과 ‘마지막 사랑’이다. 사랑을 막 시작하려는 노래와 이미 헤어진 연인에게 뒤늦은 후회를 털어놓는 노래가 나란히 인기를 끌다니, 묘한 우연이라 해야 할까. 이 중 최정원이 네 번째로 추천한 곡은 ‘마지막 사랑’. 독특한 음색을 가진 로커 박기영의 폭발적인 가창력이 빛을 발한 대표적인 노래이기도 하다. 다시 돌아와 달라는 애절한 고백은 그렇게 박기영의 힘 있는 보컬과 만나, 역설적으로 더욱더 슬픔을 배가시킨다. 발표된 지 1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많은 이들의 애창곡으로 꼽히고 있는 이유일 것이다.
“진실한 사랑은 변하는 게 아니다. 마음을 다해서 사랑했다면 언젠간 꼭 만난다. 인연이 잠시 멀어져도 긴 시간 동안 먼 길을 돌고 돌아 결국 이렇게 그 사람 앞에 서게 된다.” 운명처럼 서로 그리워하는 옛 연인들, 그리고 이탈리아 피렌체의 두오모에서 재회하자는 10년 전의 약속. 최정원이 마지막으로 추천한 <냉정과 열정 사이 OST> 중 ‘냉정과 열정 사이’는 그 사랑의 풍경 위에서 애잔하게 울려 퍼지는 첼로 연주곡이다. “섬세하고 가슴 절절한 멜로 연기에도 도전해 보고 싶다”는 최정원이 이 곡에 빠져든 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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