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지마 죽지마 젊어질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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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9일, 제 83회 아카데미 시상식 공동 사회자로 영화배우 제임스 프랭코와 앤 해서웨이가 전격 발탁됐다. 당일 아침 루머로만 전해지던 소식은 몇 시간 후 각종 연예 잡지와 블로그, 마침내 메이저 미디어에서 사실로 밝혀져 놀라움이 증폭됐다. 지금까지 전통을 자랑하며, 약간은 고리타분함까지 느껴지던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아무도 상상하지 못한 파격적인 결정을 했기 때문이다. 아카데미 시상식 프로듀서들에 따르면, 단순한 시상식이 아니라 모두가 놀랄만한 쇼를 보여주는 것이 목적이라고. 오는 2월 27일에 현지에서 방송되는 시상식의 제작을 맡은 브루스 코헨과 돈 미셔는 제임스 프랭코와 앤 해서웨이를 공동 사회자로 결정한 이유를 “두 배우가 다양한 재능을 지닌 떠오르는 스타이며, 이들의 재능은 시상식이 영화를 기념할 수 있는 특별한 밤이 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라고 밝혔다.

아카데미 시상식, MTV를 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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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프랭코와 앤 해서웨이는 정통 드라마와 코미디에서 모두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앤 해서웨이는 지난 2008년 영화 로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으며, 코미디 영화 와 등에서도 주연을 맡았다. 또 휴 잭맨이 사회를 맡았던 2008년 시상식에서는 그와 함께 듀엣으로 노래와 춤을 선보이는 등 뮤지컬 실력도 발휘한 바 있다. 앤 해서웨이는 현재 개봉 중인 영화 로 다시 한 번 여우주연상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의 해리 오스본으로 이름을 알린 제임스 프랭코 역시 대니 보일 감독의 으로 강력한 남우주연상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이 밖에도 2001년 으로 에미상 후보에 올랐으며, 아카데미상 수상작 에서 기억에 남는 조연으로 출연했으며, 등의 영화에서 코믹한 연기도 선보인바 있다. 시상식 프로듀서들은 “아직 제임스 프랭코가 노래나 춤을 출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두 배우 모두가 유머 감각이 뛰어나고, 코미디 센스가 있다는 것은 확실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 같은 파격적인 결정은 시청률을 올리고, 4시간까지 늘어지는 시상식을 단축시키기 위한 편법에 지나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다. 근래 아카데미 시상식은 젊은 층의 시청률을 올리기 위해 골머리를 앓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사회를 맡았던 스티브 마틴과 알렉 볼드윈은 각각 64세와 51세인 반면 제임스 프랭코와 앤 해서웨이는 각각 32세와 28세다. 이는 역시 젊은층 시청률을 확보하기 위해 과거 사회를 맡았던 코미디언 존 스튜어트, 크리스 록의 당시 나이보다도 어리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아카데미 시상식이 이제는 MTV 비디오 뮤직 어워드에 더 가까워졌다는 비난도 받고 있다.

47.33% “두 사람 때문에 시상식을 시청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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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사회자를 보면 90년대와 2000년대의 빌리 크리스탈과 크리스 록, 존 스튜어트 등을 비롯해 50년대에서 70년대까지는 봅 호프와 조니 카슨 등 베테랑 코미디언들이 대부분이었다. 배우들이 공동 사회를 맡는 경우에도 스티브 마틴과 알렉 볼드윈, 마이클 케인과 월터 매튜처럼 오랫동안 코미디 실력을 인정받은 배우들이나, 휴 잭맨처럼 버라이어티쇼에 능수능란한 배우들이었다. 반면 제임스 프랭코와 앤 해서웨이는 정통 드라마와 코믹 연기를 인정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이 두 배우가 코믹한 대처력이나 즉흥 연기력을 보여준 것은 에서 호스트를 맡았거나 찬조 출연한 것을 제외하면 전무하다. 때문에 3시간이 넘는 영화계의 대표적인 시상식을 책임지기에는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제임스 프랭코와 앤 해서웨이의 공동 사회 소식은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 연예 주간지 가 실시하고 있는 독자 설문조사에 따르면, 29일 현재 47.33%가 이 두 배우 때문에 시상식을 시청할 것이라고 답했다.

글. 뉴욕=양지현 (뉴욕 통신원)
편집. 이지혜 s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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