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전의 여왕>, 역전을 위한 숙제
, 역전을 위한 숙제" /> 3회 MBC 월-화 밤 9시 55분
은 본론으로 들어가기 전까지 펼쳐야 할 사설이 긴 드라마다. 황태희(김남주)가 본격적으로 ‘역전’에 성공해서 ‘여왕’이 되는 이야기를 시작하려면, 그가 왜 번듯한 직장을 그만 두고 전업주부가 되었는지, 남편 준수(정준호)가 왜 대리 승진조차 못 하며 세월을 보냈는지, 그리고 그의 적과 아군은 각각 누군지에 대해 기나긴 설명을 해야 한다. 빨리 사설을 마치고 본론을 시작하고 싶어서인지, 극 초반 스토리 전개는 빠르고 명쾌하다. 벽에 걸린 결혼사진으로 클로즈업이 되었다가 서서히 뒤로 빠지면 가족사진들이 함께 걸려있는 식의 장면전환은 수년의 세월을 한 번에 점프하는 나쁘지 않은 트릭이었다. 그러나 스토리 전개 속도와는 무관하게 극 자체의 리듬은 헐겁다. 편집은 여전히 군더더기를 쳐내지 못 하고 있는 반면, 각각의 에피소드들은 개연성 있게 연결되지 못 한 채 나열식 구성에 그쳤다. 가벼운 터치로 그려낸 사무실 풍경 바로 뒤에 한없이 어두운 톤으로 구조조정본부 면담을 받으러 가는 준수의 장면을 붙이고, 그 뒤를 이어 구용식(박시후)과의 뜻밖의 재회를 코믹한 톤으로 그려내는 식의 편집은 각각의 장면이 요구하는 감정에는 충실할지 몰라도 자연스러운 흐름을 만들어 내지 못한 채 뚝뚝 끊긴다. 게다가 시청자들에게 감정을 강요하는 과도한 배경음악은 오히려 극의 정서를 갉아 먹는다. 쾌속의 전개도 좋지만, 앞으로 이어질 역전이 설득력을 지니기 위해서는 앞부분에서 주인공들의 감정을 착실하게 쌓아 올려야 한다. 그것이 이 풀어야 할 가장 시급한 숙제다.

글. 이승한 fourt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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