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가?
1. 상대의 능력을 얕잡아보고 업신여김을 드러내는 말
2. 내 이름은 up-sin, 내 눈을 바라봐, 넌 주눅이 들고
cf) 듈러봐봐

현대의 대중가수는 단지 음악만을 표현의 수단으로 삼지 않는다. 그들은 의상과 안무, 무대 연출을 종합한 형태로 음악을 표현하며 그런 가수들에게 연기력을 바탕으로 한 무대매너는 일종의 미덕이다. 도도하고 섹시한 콘셉트를 주로 선보이는 가수 손담비는 여기에 시그니처가 될 수 있는 표정을 더해 특유의 분위기를 완성했다. 6단계의 복잡한 과정을 거쳐 만들어지는 이 표정은 웃고 있지만 밝아 보이지 않으며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심드렁해 보이는 기묘한 느낌이다. 특히 이 표정은 상대방에게 업신여김을 당하는 것과 같은 굴욕감을 선사하는데, 그러한 모욕감의 절정에서 들려오는 미지의 소리가 바로 ‘니가?’이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대중들은 무대의 맥락에서 이 표정을 이해하기 보다는 이를 따로 채집해 독자적인 의미를 부여함으로써 ‘니가?’의 파괴력을 한층 강화하고 있다. 손담비의 업신여기는 얼굴은 이제 서툰 솜씨로 만든 짧은 만화의 주요 소재가 되거나, 깊은 의문을 제기하고 싶은 마음을 담은 댓글로 사용된다. 개인의 자존심을 소중히 여기면서도 이를 훼손하는 이미지에 열광하는 이중적인 심리는 극단의 카리스마 앞에서 오히려 굴종의 감정을 발산함으로써 빅브라더의 존재를 끊임없이 의심해야하는 현대의 불안을 해소하는 일종의 카타르시스로 보인다. 또한 스스로 신화화 시킨 존재를 역시 ‘니가’와 같은 방식으로 격침시키는 패턴이 발견되기도 하는데, 이는 가상의 적을 만들어 이를 퇴치하는 샤머니즘적인 구복 행위로 짐작된다. 삶의 퀸이 되기 위해서 정말로 필요한 주문은 정체불명의 ‘아틸리싸이’가 아니라 마음속의 공포를 향해 거침없이 ‘니가?’라고 외치는 것일지도 모른다.
용례
* 날 쏘겠다구? 니가?
* 니가 날 쳐밀도.. 난 널 못보내. 그런데 네가 너라구? 니가?
* 해리포터 오빠를 안다구? 니가? 형이겠지. 흥.
* 팀장님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 것 같아? 니가?

글. 윤희성 nine@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