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쉬운 아이돌이에요
우리 쉬운 아이돌이에요
아키하바라에 가면 AKB48을 만날 수 있다. 나고야에 가면 SKE48이 있다. 그리고 오사카에 가면 NMB48을 볼 수 있다. 모닝구무스메 이후 이렇다 할 여자 아이돌 그룹이 없었던 일본에서 최근 AKB48가 연일 새로운 뉴스를 쏟아내고 있다. 10월 18일엔 일본 최대 코미디 프로덕션 요시모토의 신희극 무대 도전으로, 지난 9월엔 멤버인 마에다 아츠코의 드라마 < Q10 > 캐스팅 소식으로, 그리고 10월 16일엔 멤버 아키모토 사야카가 50대 남성과의 데이트를 눈물로 고백하는 뉴스로. 일본 TV의 주요 채널들은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AKB48를 실어 나른다. 매번 수십만 장의 음반을 팔아치우는 쟈니즈의 아라시가 심심하게 느껴질 정도다. 확실히 최근 일본 아이돌은 여자들이 뜨겁다.

AKB48는 2005년 영화감독이자 만화가이기도 한 프로듀서 아키모토 야스시가 만든 그룹이다. 아키하바라에 전용 극장을 거점으로 ‘만나러 갈 수 있는 아이돌’을 콘셉트로 멤버들을 모았다. AKB는 아키하바라에서 따온 이름이고 48은 AKB48의 소속사 office48의 사장 시바 코타로의 성 시바(芝)의 발음에서 따왔다. 연습생과 입학생, 졸업생이 많아 멤버 수는 유동적이지만 대략 48명 정도라고도 한다. 2006년 첫 번째 메이저 싱글 가 오리콘차트 12위에 오르며 인기를 얻기 시작했고, 이후 오락 프로그램, 드라마, CM에서 다른 어떤 연예인보다 활발한 활동을 보였다. 이후 아키모토 프로듀서는 나고야를 기점으로 SKE48을, 오사카를 중심으로 NMB48도 만들었다.

만나러 갈 수 있는 아이돌, 그리고 만나러 오는 아이들
우리 쉬운 아이돌이에요
우리 쉬운 아이돌이에요
AKB48의 무기는 친근함이다. 거점 극장에서 매일 공연을 하는 것은 멤버의 성장을 함께 지켜봐달라는 애청이다. 일본의 언론은 신비함, 카리스마를 내세웠던 90년대의 스타와 달리 AKB48은 이웃집 소녀와 같은 모습으로 대중에게 어필한다고 분석한다. AKB48 내에서 주기적으로 행해지는 멤버 인기투표가 좋은 예다. 주간지 한쪽 기사로 끝나고 말았을 이 이벤트를 AKB48는 팬미팅 장소에서 공개적으로 발표하며 멤버들의 성장을 보고했다. A, K, B 세 개의 팀으로 이뤄진 구성도 같은 맥락이다. AKB48는 전용극장에서의 공연은 물론 앨범, TV 활동도 팀별로 이뤄진다. 마치 여학교에서 조를 짜 클럽활동을 벌이는 것 같다. 돈키호테 아키하바라점 건물 8층 AKB48 전용극장에 가면 AKB48의 오늘을, 그리고 내일을 확인할 수 있다.

10월 13일 도쿄에선 80년대 최고 인기 아이돌 콘도 마사히코의 데뷔 30주년 콘서트가 열렸다. 올해 46살이 된 콘도 마사히코는 자신과 함께 젊은 시절을 보낸 2천여 명의 아줌마 팬들 앞에서 열창을 했다. 일본에서 팬심은 우스갯소리로 충성심이라고 한다. 추억을 소중히 생각하는 일본인 특성상 자신과 함께 시간을 보낸 스타를 끝까지 응원하는 경향이 크다는 거다. 그리고 AKB48는 일본의 팬덤 문화를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한 그룹이다. AKB48는 사생활 노출에 민감한 대다수 남자 아이돌과 달리 꽤 자유롭게 일상을 팬들과 공유한다. 쟈니즈였다면 노코멘트로 대응했을 스캔들 기사에 아키모토 사야카는 방송에서 눈물을 보이며 A팀 팀장 사퇴를 발표했다. 자신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을 그대로 보여준다. 만나러 갈 수 있는 아이돌, 그리고 만나러 오는 아이들. 최근 일본 TV는 AKB48로 들썩인다.

글. 도쿄=정재혁
편집. 이지혜 s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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