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은 어릴 때 유년기를 같이 보낸 친구들이에요. 윤희(황신혜)랑 진서(김혜수)는 어릴 때부터 굉장히 많은 이야기를 나눈 사이죠. 상현(신성우)은 두 사람의 첫 사랑에 가까운 존재인데, 윤희에겐 유일한 그 남자를 진서가 결혼하면서 빼앗아 가게 되는 거예요. 그래서 윤희는 진서를 꺾는 것이 인생의 목표가 된 거죠.” 제작진조차도 보도자료 4쪽을 할애하면서 간신히 설명한 시놉시스를 명쾌하게 설명해 내는 김혜수의 발언에 모든 기자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19일 열린 제작발표회장에 모인 배우들은 저마다 캐릭터가 분명했다. 자신이 느낀 바를 더 잘 설명하기 위해 첨언을 반복하는 달변가 김혜수, 느릿느릿한 말투로 딱 할 말만 하고 마는 신성우, 천진한 표정으로 대본을 받았을 때의 놀라움과 즐거움을 설명하는 황신혜, 그리고 선배들 사이에서 다소 긴장한 듯한 이상윤까지. 그러나 작품을 선택하게 된 계기를 묻자 넷은 모두 약속이라도 한 듯, 마음을 사로잡은 대본에 대한 칭찬에 여념이 없었다. 제작발표회 현장에서 배우들과 나눈 대화를 옮겼다.

“배운 사람들끼리 격을 지키려 안간힘을 쓰며 싸우는 광경이 웃기다”
김혜수 “배우로서 한 치의 후회도 없을 드라마”
김혜수 “배우로서 한 치의 후회도 없을 드라마”
김혜수 “배우로서 한 치의 후회도 없을 드라마”
김혜수 “배우로서 한 치의 후회도 없을 드라마”
드라마에서 각자 맡은 배역을 간단하게 설명해 달라.
황신혜: 모윤희라는 인물을 맡았다. 원하는 것은 꼭 쟁취하고자 하는 욕망이 강한, 지금껏 맡아 온 배역 중에 가장 강하고 독한 역할이다. 시청자들로부터 욕먹을 만반의 준비가 되어 있다. (웃음) 내가 욕을 많이 먹는 것이 우리 드라마가, 모윤희가 사는 길 같다.
김혜수: 정신과 전문의 김진서 역할이다. 평탄하고 반듯하게 자란 여성이고, 밝고 따뜻한 마음을 지녔다. 남들이 봤을 땐 너무나 그럴 듯하게 갖춰진 여자가 되기 위해, 보이지 않은 곳에서 무척 노력하는 여자다. 그러나 모두가 부러워할 만한 이 여성에게도 보이지 않는 깊은 상처가 있다.
신성우: 진서의 남편이자 시간강사인 상현 역할을 맡았다. 착한 인물인데, 가끔 연기하는 나도 놀랄 지경이다. “아니, 무슨 사람이 이렇게 착해? 이럴 수 있어?” (좌중 웃음) 누구도 마다하지 못 하다 보니, 가끔 선을 말끔히 긋지 못 한다. 윤희와 진서 사이에서 이리 밀리고 저리 밀리는 캐릭터다.
이상윤: 다혈질 강력계 형사 강신우 역을 맡았다. 극 중 윤희의 남편 은필(김갑수)의 의문의 죽음을 추적하는 역할이다.

작품에 참여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
황신혜: 대본을 처음 받아 보았을 때 그냥 윤희라는 인물에 확 몰입이 되더라. 읽는 순간 아무 생각 없이 ‘아, 이거다. 이거 죽인다’ 라고 빠지게 되었다. (웃음) 나중에 알고 보니까 참여하는 모든 배우들이 다 그랬다더라. 그게 이 드라마의 특징인 거 같다.
김혜수: 대본 때문에 참여하게 되었다. 원래 이 작품은 예정에 없었는데, 첫 녹화하던 날 드라마 국장님이 오셨다. 때부터 인연이 있던 분인데, 그 분이 추천해 주기에 일단 한번 보자 하며 대본을 받았다. 그런데 대본이 재미있는 거다. 배우 생활을 오래 하면서 좋은 대본, 나쁜 대본 다 봤지만 이만큼 좋은 대본을 받는 건 쉽지 않다. 배우 본인의 의지로 되는 게 아니니까.

대본의 어떤 점에 그렇게 매료되었나?
황신혜: 공감이다. 대본을 보면서 공감이 되니까 이 작품을 했다. 매 대사들이 너무 리얼하고, “와 이건 진짜잖아” 싶었다. 극 중 김혜수와 신성우 부부가 싸우는 대사들을 읽어 보면 너무 공감이 됐고. 그만큼 대사들이 생생하다. 그래서 대본 리딩 때도 다른 두 사람 대사도 같이 읽어 보게 된다. (웃음)
신성우: 배운 사람들끼리 격을 지키려 안간힘을 쓰며 싸우는 광경이 대단히 웃기지. (웃음)
김혜수: 기본적으로 사람 사이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다. 물론 모든 드라마가 그렇겠지만 우리는 그 관계의 밀도에 더 집중한다. 또 보시면 아시겠지만, 여성들의 심리를 탁월하게 묘사하고 있다. 상대적 박탈감, 상실감, 그리고 거기서 파생된 오해 같은 것들. 개인적으로 착한 주인공이 악녀에게 당하기만 하면서도 그냥 꾹 참고 사는 그런 류의 드라마가 너무 싫었다. 드라마가 그런 걸 여자 캐릭터들에게 강요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도 컸다. 그런데 우리 드라마는 윤희도 그냥 악녀가 아니고, 진서라는 여자 역시 마냥 당하고 눈물만 흘리는 여자는 아니다.
신성우: 나 같은 경우는 결혼 생활을 안 하고 있는 상태인데 내 주변 부부들이 싸우는 모습, 갈등하는 것들이 대본에 나와 있는 것들과 똑같다. 주위에 벌어지는 일들이 그렇게 똑같으니까, 나 또한 같은 상황이라면 그럴 수 있겠다 싶었다.

“경쟁작들을 의식하진 않는다”
김혜수 “배우로서 한 치의 후회도 없을 드라마”
김혜수 “배우로서 한 치의 후회도 없을 드라마”
김혜수 “배우로서 한 치의 후회도 없을 드라마”
김혜수 “배우로서 한 치의 후회도 없을 드라마”
황신혜는 악역 캐릭터를 만나 부담되기도 하겠다.
황신혜: 그런 부담 조금 있기야 하다. 스스로도 연기를 하면서 가끔씩은 윤희라는 캐릭터가 너무 무섭다는 생각을 하니까. “아니, 이 여자 왜 이렇게 무섭나” 하고 겁도 내고. 밝은 얼굴로 대사를 던지는 장면이 뭐 한두 차례 있었나, 그리고는 없었다. 그러다 보니 대사 한번 하고 나면 완전히 진이 쭉 빠지고. (웃음) 아무튼, 엄청 욕 먹을 각오를 하고 있다.
신성우: 보시는 분들도 처음엔 윤희를 욕하시겠지만, 욕 하신 만큼 나중에는 윤희를 사랑하게 될 것이다.
김혜수: 사실 나는 모윤희 역도 좋았다. 그런 욕망을 강렬하게 표현하는 캐릭터만의 매혹이 있어서. 윤희는 워낙 욕망에 충실한 캐릭터라서 현실에 발을 딛고 있지 않은 캐릭터로 보일 가능성이 있다. 크게는 선과 악이라는 게 구분이 되겠지만,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아우, 이야기하면서도 얼굴에 소름이 오르네. (좌중 웃음) 아무튼 대본을 진서와 윤희를 모두 읽으면서 봤다. 단순한 악역으로 명쾌하게 갈리는 캐릭터가 아니니까.

서로 같이 작업하니까 어떤가?
김혜수: 좋아하는 선배들 만나는 게 너무 좋다. 김갑수 선배님도 이번에 처음 만났다. 그냥 휙 스치면서 인사만 했는데, 그 분은 왜 그렇게 멋있는지 모르겠다. (웃음)
이상윤: 처음에는 긴장을 많이 했다. 주변에서 카리스마 있는 선배들과 같이 작업한다니까 우려의 말씀이 많았는데. (웃음) 주변의 우려보다는 따뜻하게 대해주셨다.
김혜수: 도대체 주변에서 무슨 우려가 있었던 거야? (좌중 폭소)
이상윤: 기가 센 선배님들이시니까 (웃음) 너 괜찮겠느냐 하는 걱정들을 해주셨다. 그런데 그건 정말 걱정일 뿐이었다. 처음부터 사적이 아니라 연기적으로 확실하게 다가와 주시니까 선배님들이 주는 에너지에 나도 응대를 하고. 불편함은 없었다.
신성우: 오히려 딱 부러지게 일하는 사람들과 함께 일하니까 좋다. 혜수 씨도 처음에 볼 땐 차가운 인상 같았는데, 이젠 촬영장에 도착하면 부부처럼 손잡고 나란히 카메라 앞으로 간다. 황신혜 누나하고도 를 함께 해서인지 잘 맞고. 복 받은 거지. (웃음)

수목드라마가 요새 경쟁이 치열하다. 신경 쓰이지 않나?
김혜수: 주변에서 KBS 랑 붙는다고 만류하긴 하더라. (웃음) 글쎄, 잘 모르겠다. 우리끼리 잘한다고 누구에게나 좋은 드라마가 되는 건 아니니까. 하지만 결과가 어떻든 과정 자체가 배우로서 한 치의 후회도 없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황신혜: 촬영하다가 잠깐 짬이 나서 채널을 돌리다가 SBS 을 봤다. 재미있더라.
신성우: 이 신경 쓰이시나 보네. 난 이야기가 훨씬 더 재미있다.
황신혜: 정말 신경도 안 쓰이나?
신성우: 안 쓰인 다니깐. (웃음) 아, 는 좀 재미있더라. (좌중 폭소)

사진제공. MBC

글. 이승한 fourteen@
편집. 이지혜 s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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