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FF+10] PIFF 9박 10일, L의 기록
[PIFF+10] PIFF 9박 10일, L의 기록
“하…” 레슬링 미션을 끝낸 MBC 멤버들이 왜 저 한마디를 내뱉고는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는지 이제야 알 것 같습니다. 제15회 부산국제영화제(이하 PIFF)를 취재하기 위해 열흘 간 머물렀던 부산을 떠올려보니, 역시 “하…”라는 감탄사밖에 나오질 않네요. PIFF의 또 다른 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존재감을 보여주신 김동호 위원장님의 마지막 영화제이자 이제 갓 에 발을 디딘 기자의 첫 영화제라니, 이런 인연 역시 “하…”라는 말로밖에 설명할 수 없는 관계인 것 같습니다. ‘마지막’이라는 말이 주는 울림 때문이었는지, PIFF 트레일러 영상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해운대와 자갈치 시장을 거쳐 수많은 영화인들의 기립박수를 받으며 레드카펫을 밟으신 김 위원장님의 모습을 보며 이상하리만큼 코끝이 찡해졌습니다.
[PIFF+10] PIFF 9박 10일, L의 기록
[PIFF+10] PIFF 9박 10일, L의 기록
혹시 눈치 채셨나요? 이번 부산취재팀의 테마는 ‘우리가 먼저 즐기자’였다는 것을. 본인이 보고 싶은 영화를 관람하고 만나고 싶은 사람을 인터뷰해야 애정 충만한 기사를 쓸 수 있고, 쓰는 사람이 재밌어야 읽는 사람도 그 재미를 느낄 수 있지 않겠어요? PIFF 15년차 베테랑 B 편집장이 노영심, 윤여정, 이선균 등 각 영역의 베테랑들을 만나는 동안, “멋진 남자 주인공을 좋아하는” L 기자는 김지운 감독을 비롯해 류승룡, 츠마부키 사토시, 윌렘 데포 등 매력적인 남자들을 만나 그것의 394배만큼 매력적인 인터뷰 기사를 써내려갔고 ‘남중남’ W 기자는 ‘소설로 말하는 영화’와 ‘우리는 아시아다’ 토크에 참석해 스크린에 미처 드러나지 않은 그들의 못다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또 다른 L 기자가 PIFF의 중심에서 조금 벗어나 독립영화나 다큐멘터리를 공략하면서, 부산취재팀은 다른 색깔들의 기사를 ‘PIFF+10’이라는 하나의 카테고리에 모아 담았습니다. 아, 이 모든 기사에 언제나 인터뷰이의 최고의 순간을 담아냈던 C 기자의 사진도 빼놓을 수 없겠습니다.
[PIFF+10] PIFF 9박 10일, L의 기록
[PIFF+10] PIFF 9박 10일, L의 기록
[PIFF+10] PIFF 9박 10일, L의 기록
[PIFF+10] PIFF 9박 10일, L의 기록
마치 제비뽑기를 하듯 저희가 보낸 열흘 중 어떤 하루를 고르더라도, 그 하루는 충분히 부산다웠습니다. 서울에 있었다면 아침 한 끼 정도 아무렇지 않게 걸렀을 테지만, 이 곳 부산에서는 돼지국밥과 선지국밥으로 전날 과음 혹은 마감으로 고생했을 속을 달래면서 부산표 아침을 시작했습니다. ‘불치병’과 ‘첫사랑’이라는 진부한 소재로도 사람의 마음을 울릴 수 있다는 사실에 흠칫 놀라고, 개별 인터뷰를 하지 못해 아쉬워했던 외국 배우를 길거리 신호등 앞에서 만나 사진을 찍은 우연에 또 한 번 놀라는 등 오후는 정적인 영화관과 동적인 길거리가 공존하는 그런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전날 먹었던 전어회와 오징어회를 잊지 못한 채 그 포장마차를 다시 찾아간 건 비단 싱싱한 회 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 ‘매일 다른 곳에서 다른 음식을 먹자’던 신념을 무너뜨린 건 “잘 묵네, 내 찌짐 더 줄게”라는 주인아주머니의 푸근한 한 마디 때문이었는지도 모릅니다. 아침부터 수많은 팬들이 ‘대포’ 카메라를 갖고 모여들게 만든 의 원빈 그리고 의 아오이 유우 무대 인사를 취재하는 것만으로도 PIFF의 뜨거움을 실감할 수 있었지만, 종종 “혹시 유명한 배우십니꺼? 그라믄 내가 지금 사인 받고”라며 혹시 당신은 모르지만 꽤나 유명한 배우들이 탑승한 건 아닐까 생각하면서 종이와 볼펜을 건네는 택시기사분을 만나는 것 또한 지금 이 곳이 PIFF가 열리는 부산임을 새삼 깨닫게 해주는 순간이었습니다. 이제 내년이면 김동호 위원장님이 없는 첫 부산국제영화제가 열릴 것이고, 는 올해와는 또 다른 재미를 찾아 부산의 이 곳 저 곳을 헤매고 있을 겁니다. 그럼, 1년 후에 뵙겠습니다. We will be back.
[PIFF+10] PIFF 9박 10일, L의 기록
[PIFF+10] PIFF 9박 10일, L의 기록
[PIFF+10] PIFF 9박 10일, L의 기록
[PIFF+10] PIFF 9박 10일, L의 기록
글. 부산=이가온 기자
사진. 부산=채기원 기자
사진. 부산=이지혜 기자
편집. 장경진 th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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