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FF+10] 줄리엣 비노쉬의 화양연화
[PIFF+10] 줄리엣 비노쉬의 화양연화
“단순히 영화 한 편을 더 찍으려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지루한 일이다.” 멋진 말이다. 누구나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배우가 이런 말을 정말 자신의 실존을 걸고 실천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정말 멋진 일일 것이다.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감독이 연출한 와 함께 제 15회 부산국제영화제(이하 PIFF)를 찾은 줄리엣 비노쉬처럼.

12일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한 줄리엣 비노쉬의 업적을 이야기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키에슬로프스키 감독의 로 베니스 영화제에서, 안소니 밍겔라 감독의 로 아카데미에서, 그리고 이번 로 2010 칸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며 그는 배우로서 일종의 그랜드슬램을 이룩했다. 하지만 이 모든 상은 그의 말대로 “바람이 흘러가듯, 연기를 하며 자연스럽게 얻게 된 행운”이다. 때문에 가시적인 업적보다 중요한 것은 “위험하고 어려운 일들을 감당하며 마음을 다해 연기”하는 그 과정 자체다. 그 이름과 존재만으로도 빛나는 배우지만 의 줄리엣 비노쉬로서 PIFF를 찾은 것이 반가운 건 그래서다. 십대 소년인 아들과 전화로 죽일 듯 싸우고, 일에 미친 남편에게 예쁘게 보이기 위해 거울 앞에서 고민하는 영화 속 그녀에게서 의 신비스러움과 의 청초함을 찾아볼 수는 없다. 단지 결혼 15년차이지만 아직도 신혼여행 시절의 달콤한 로맨스를 갈구하는 중년 여인의 외로움과 지친 표정이 있을 뿐이다. “내게 영화를 찍는다는 건, 한 인생을 경험하는 것”이라는 그의 말은 그렇게 스크린에서 완벽하게 증명된다. 누가 예상했겠는가. 이미 최고의 배우였던 그가 더 성장한 모습을 보이리라고. 눈가 가득한 주름과 몸 여기저기 붙은 군살을 숨길 수 없는 나이가 되었지만 그는 아직도, 아니 그 어느 때보다도 멋지다.
[PIFF+10] 줄리엣 비노쉬의 화양연화
[PIFF+10] 줄리엣 비노쉬의 화양연화
글. 부산=위근우 기자
사진. 부산=채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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