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은규(베이스), 이주한(트럼펫), 차우준(기타), 혜원(보컬)으로 구성된 그룹 윈터플레이는 한 단어로 정의할 수 없는 음악을 하는 그룹이다. 네 사람은 재즈 연주자들이지만 그들의 음악은 재즈, 팝, 라틴, 라운지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연상된다. 특히 최근 발표한 두 번째 정규 앨범 < Songs of colored love >는 재즈와 라틴, 팝의 경계선 사이에서 대중성과 재즈의 특성을 모두 끌고 간다. 이런 음악 때문인지 윈터플레이는 한국 보다는 다양한 재즈 팬이 많은 일본에서 먼저 인정받았고, 영국의 는 < Songs of colored love >에 평점으로 별 다섯 개 만점에 넷을 주며 “재즈와 팝, 라운지 음악의 경계를 허무는 음악”이라는 평했다. 재즈로 시작해 더 이상 재즈만은 아닌, 그러나 결국 재즈를 하는 윈터플레이의 음악, 또는 재즈에 대해 들었다.영국의 에서 좋은 반응을 보인 걸로 안다.
이주한 : 영국에서 처음 쇼케이스를 했는데, 그 쪽에서 리뷰를 쓴다고 해서 사실 겁도 났었다. 그런데 고맙게도 좋은 평가를 내줬다. 보컬의 스타일이 핑크마티니 같다고도 했고, 라운지 음악 같은 매력도 있다고 하더라. 그리고 재즈라고 애드립을 많이 하는 대신 깔끔하고 절제된 부분을 좋게 평가해준 것 같다.
최우준 : 일본에서도 그런 부분에서 좋은 반응을 보여주는 것 같다. 몇 개 안 되는 악기로 라운지 스타일의 음악을 하는 것에 흥미 있어 하고. 우리는 공연에서 분위기를 띄워줘야 하는데, 일본은 오히려 차분하고 평탄하게 흘러가는 정서를 선호하는 것 같다.
이주한 : 일본 아이튠즈의 재즈 차트를 보면 재즈에 힙합을 섞은 것부터 팝을 재즈 리메이크한 음악까지 다양하다. 우리는 우리 음악을 팝도 재즈도 아닌 다양한 사운드라고 생각하는데, 그게 일본인들 취향에 맞는 것 같다.
“윈터플레이는 일이 없던 세션끼리 모였던 것에서 시작됐다” 이번 앨범에서 그런 느낌이 더 강하다. 더 평탄하고, 라틴, 재즈, 팝이 뒤섞여 있다.
이주한 : 지난 < Hot summer play >에는 ‘Billie jean’의 재즈 리메이크도 넣으면서 우리가 재밌는 음악도 한다는 걸 보여줬다. 하지만 이번 앨범은 정규 앨범이니까 우리가 1집부터 하던 색깔을 이어가고 싶었다.
윈터플레이의 음악적 색깔은 팝 멜로디를 재즈적인 연주에 섞는 게 중요한데, 그런 곡을 만들기 어렵지 않았나.
이주한 : 그래서 생각보다 헤맸다. 좀 더 후렴구의 멜로디가 확실히 사람들이 잘 들을 수 있는 곡을 만들려고 했는데, 내가 가요 작곡가도 아니라서 잘 안 되더라. 그래서 다시 만들면서 우선 보컬의 목소리가 가장 잘 나오는 스타일의 음악을 만들려고 했다. 그리고 팀 전체의 조화를 살릴 수 있는 곡이 나오길 바라고.
최우준 : 우리는 드럼이 없다 보니까 각 파트가 드럼의 리듬에 맞춰서 가는 게 아니라 각자 계속 멜로디를 만들어서 조화를 이뤄야 한다. 그러면서 기타에서 이런 소리도 났었구나 하고.
이주한 : 드럼이 없으니까 어떻게 보면 오케스트라 같다. 리듬으로 강하게 치는 대신 오케스트라의 한 파트를 맡아서 서로 멜로디를 맞추는 것과 같다. 그래서 서로 정신 바짝 차리고 가야 한다. 안 그러면 소리들이 다 엉켜 버린다.
소은규 : 드럼도 없고, 기타하고 드럼 말고는 다른 현악기도 없으니까 베이스가 리듬을 치는 게 아니라 계속 뭔가 멜로디를 연주하면서 화성적으로 다른 소리들과 맞춰줘야 한다. 그래서 이 멜로디를 넣었다가 빼보기도 하고 넣고 빼고. 쉽지는 않다.
왠지 녹음 과정에서 한이 맺힌 것 같다. (웃음) 왜 드럼 없이 갔나.
이주한 : 처음에는 넷이 모여서 그냥 크리스마스 앨범을 내려고 했었다. 서로 다들 클럽에서 연주해본 사이기도 하고. 그 때 사실 내가 일이 없었다. (웃음) 원래 하던 팀은 멤버 대부분이 세션으로 일해서 다들 연말 되면 다른 가수들 세션하러 흩어졌다. 그래서 그 사이 지금 멤버들이 모여서 크리스마스 앨범 내고 12월에 공연하고, 다시 헤어지고 6월에 여름 앨범 내면 되겠다 싶었다. 그래서 처음 모인 날 자장면 한 그릇씩 먹고 내일 곡 하나씩 가져와서 해보자고 했다. (웃음)
하하. 그게 가능한가.
이주한 : 안되더라. (웃음) 그런데 작업을 해보니까 모여서 내는 사운드가 좋아서 그럼 크리스마스 앨범은 하지 말고 제대로 해보자 해서 연말까지 작업을 했다. 크리스마스는 녹음실에서 다 보내고 (웃음) 앨범을 냈다. 그걸 들은 플럭서스에서 우리와 계약을 맺자고 해서 지금처럼 됐다. 그리고 처음에는 예산 때문에 드럼을 뺀 것도 있다.
그래서 지금 같은 음악이 나온 건가. 윈터플레이는 솔로 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연주자들의 협연으로 음악을 만들어나가는데.
차우준 : 처음엔 힘들었다. 조금만 연주를 길게 가도 스튜디오 밖에서 그런 것 좀 빼라고 하고. 솔직히 별로 재미가 없었다. (웃음) 그런데 완성된 음반을 듣고 보니까 프로듀서를 맡는 이주한 씨의 의도도 알게 되고, 3년을 같이 지내면서 우리 팀의 음악을 알게 된 것 같다. 그러면서 기타 치는 스타일도 변하고.
이주한 : 나도 윈터플레이에서는 트럼펫으로 솔로 연주를 한다고 생각하지 않고 철저하게 곡의 멜로디라인에 맞춰서 연주한다. 나머지 멤버들도 마찬가지고.
“우리는 신선한 음악을 내는 게 중요하다” 혜원도 이런 스타일의 연주에 맞춰서 노래 부르는 경우는 많지 않았을 것 같다.
혜원 : 확실히 다르긴 하다. 곡의 감정이 크게 움직이기 보다는 평탄하게 가니까 노래를 해석할 때 더 섬세해져야 한다. 부르면 부를수록 미세한 부분에서 표현하게 될 수 있는 여지가 많다. 그리고 처음에는 솔직히 한국말로 노래를 부르는 게 어려웠다. 거의 모든 재즈곡이 영어고, 한국어로 노래하면서 팝이나 재즈 느낌을 내기 어려우니까. 그래도 예전보다는 지적을 안 당하는 걸 보면 나아지는 것 같기도 하고. (웃음)
이주한 : ‘집시 걸’ 같은 노래는 한국말 나오다 미국말 나오는데, 그런 게 정말 있지는 않지만 만약 나에게 프랑스 스타일로 연주하다 영국 스타일로 연주하라고 하면 힘들 거다. 그런 점에서 헤령이 힘든 일을 하고 있는 것 같다.
혜원 : 훈훈한 마무리네. (웃음) 그런데 우리 팀은 어떤 음악을 해보자고 해서 모인 게 아니라 사람이 모이고 나서 흘러가는 대로 음악을 한 팀이라 자연스러운 음악들이 나오는 것 같다. 그래서 나도 노래를 부르면서 어떻게 불러야지 하기 보다는 마음 가는대로 간다. 그런데 같은 노래라도 스무 살 때 불렀던 것하고 지금 부르는 게 다르더라. 나이를 조금 더 먹으니까 더 알 거 같긴 하다 (웃음)
차우준 : 이제 알겠어? (웃음)
그런데 윈터플레이는 재즈와 팝의 경계선에 있다. 그런 점이 우리나라에서는 통하기 어려울 수도 있지 않나. 장르 팬들과 가요 팬 사이의 취향이 아주 뚜렷하니까.
이주한 : 우선 우리 음악이 재즈는 아니다. 재즈를 밑바탕에 두고 있는 음악이라고 봐야할 것 같다. 다만 좀 더 재즈적인 느낌이 있을 텐데, 대중들이 그저 우리의 멜로디를 먼저 들어주고 그 뒤에 있는 리듬을 즐겨주면 좋겠다. 들어서 좋은 음악이면 충분하다.
소은규 : 우리가 모인 것도 듣기 편한 대중적인 음악을 해보자는 거였고, 그렇다고 가요 반주처럼은 하지 말고 재즈적인 바탕을 갖고 연주해보자는 거였다. 그런 음악을 3년씩 하면서 방향이 잡힌 것 같고. 그 점을 외국에서도 독특하게 생각해주는 것 같다.
이주한 : 마케팅 같은 부분도 참 중요하긴 한데 그런 데 빠지면 위험할 것 같다. 우리는 신선한 음악을 내는 게 중요하고, 그게 누구에게 잘 와 닿기를 바란다. 우리는 타겟 마케팅을 하지 않는다. 회사에서는 잡을지 몰라도. (웃음)
그런데 왜 재즈를 듣는 층이 많지 않을까. 미국과 일본하고 비교하면 환경도 너무 다르고.
차우준 : 한국에서 재즈는 완전히 언더그라운드다. 이것만 해서는 돈을 벌 수 없다. 가요 쪽 세션이나 음악을 가르치는 강사가 되기도 하고. 그래도 우리나라 사람들 중에 음악을 보다 관심 있게 듣는 사람의 숫자를 생각하면 인구에 비해서는 재즈를 듣는 사람이 많은 것 같기도 하다. (웃음)
이주한 : 미국에서는 고등학교에도 재즈 밴드가 있다. 그만큼 재즈라는 단어 자체에 익숙하다. 대학에 가면 재즈학과가 있고. 하지만 한국에서는 재즈를 가르쳐도 재즈학과라는 이름을 못 쓴다. 다 실용음악과라고 한다. 클래식과가 있듯 재즈 과가 있으면 그것 자체가 재즈의 힘을 보여주는 건데, 그게 불가능하다.
“재즈는 산 정상에서 밑을 바라보는 느낌” 그런데 이런 재즈를 왜 시작하게 됐나.
이주한 : 외로웠다. 아버지가 외교관이라 12살 때 수리남에 있었다. 어머니는 다른 형제들 교육 때문에 뉴욕에 가셨고. 그래서 나와 아버지만 수리남에서 살았는데, 그러니까 아버지가 트럼펫이나 배우라고 하면서 트럼펫 연주자를 소개해줬다. 그리고 동네에 아는 형들이 재즈 밴드를 해서 같이 음악을 했고. 수리남이야 시끄럽게 해도 집들이 다 크고 떨어져 있어서 상관없어서 거리에서 음악을 했다. 그러면서 재즈를 사랑하게 됐고, 미국에서 고등학교 때 재즈 밴드를 하다 대학에서도 재즈한다고 하니까 아버지가 학비를 안주겠다고 하더라. (웃음)
최우준 : 난 락으로 시작했다. 그런데 90년대에 재즈 붐이 일어서 락 시장이 다 죽었는데, 그 때 돈을 벌려고 재즈 클럽에서 음악을 했다. 그 때는 재즈를 잘 모르고, 재즈 레퍼토리 몇 곡을 외워서 했는데 공부를 하다 보니까 재즈가 좋아지더라. 재즈 뮤지션들이 한 번 재즈를 하면 다른 장르를 해도 재즈적인 마인드로 한다고 하는데, 정말 그런 것 같다. 꼭 산 정상에서 밑을 바라보는 느낌이다. 산 아래 있는 걸 내가 다 갖지는 못하지만 전체를 보게 된다. 누구와 같이 연주하느냐에 따라 같은 곡도 달라지니까 재밌고. 물론 피는 락의 피가 흘러서 가끔 공연에서 풀어준다. (웃음)
소은규 : 어렸을 때부터 음악을 많이 듣고 자랐다. 그러다 정말 음악을 해야겠다 싶어서 뒤늦게 음대를 갔는데 그 때는 실용음악과는 없었고 클래식 음악을 배우면서 콘트라베이스를 연주했다. 그러다 재즈를 알게 되면서 재즈로 넘어왔다.
혜원은 어린 시절 아이돌 가수를 준비하기도 한 걸로 알고 있다.
혜원 : 어렸을 때부터 어머니가 많이 트레이닝을 시켰다. (웃음) 중, 고등학교 때는 아이돌 가수가 되려고도 했는데 잘 안 됐고. (웃음) 그러다 대학에 들어가면서 계속 노래를 불렀는데, 내가 하고 싶은 노래가 무엇인지 다시 생각하게 됐다. 그 때 대학에서 재즈를 배웠고, 운 좋게 21살 때부터 재즈클럽에서 노래를 부르게 됐다.
그렇게 모여서 결국 윈터플레이가 됐군. 그러면 앞으로는 이 팀에서 무엇을 하고 싶나.
이주한 : 키나 컸으면 좋겠다. (웃음)
차우준 : 이건 꼭 써 달라. (웃음)
이주한 : 솔직히 모르겠다. 특별한 계획은 없고, 우리가 뭘 하든 음악이 재밌고 발전했으면 좋겠다. 매 앨범마다 다르고 새롭다는 말을 들으면 충분하다. 그리고 외국에서 사람들을 만나고, 반응을 얻고 그런 과정에서 새로운 음악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면 행복할 것 같다.
글. 강명석 two@
사진. 채기원 ten@
편집. 이지혜 s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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