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막장과 통속극의 차이" /> 1-2회 MBC 토-일 밤 9시 45분
은 뜨겁다기보다 차라리 서늘한 통속극이다. 아버지가 허공에 뿌려버린 돈을 향해 몰려든 사람들을 밀어젖히고 “내는 아버지보다 이 돈이 훨씬 좋다. 내 돈이다!”를 외치며 악착같이 지폐를 주워대던 어린 나영(김유정)의 욕망은 너무나 원초적으로 강렬해서 천박한 속물로 보이기보다 생존을 위한 발악 같다는 느낌이 들고, 그런 그녀가 성인(신은경)이 되어 오로지 “부잣집 며느리”가 되려고 처절한 독기를 뿜어내는 모습을 지켜보는 카메라는 종종 차갑도록 냉정하다. 치밀함이나 용의주도함보다 본능적으로 돌진하는 욕망이 새파란 거짓말처럼 뻔히 보이기에 오히려 기묘한 거리가 생기는 것이다. 그 지독하지만 초라한 욕망은 실제로 순진한 영민(조민기)의 마음 하나 사로잡지 못한다. 은 이처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부를 향해 부나비처럼 뛰어드는 한 여성의 자기파멸적 욕망을 능구렁이 김태진(이순재) 회장이 그러했던 것처럼 서늘하게 꿰뚫어본다. 하지만 인간의 욕망에 대한 이 드라마의 관찰자적 시선은 여기에만 머물지 않는다. 의 진짜 괴물은 그 욕망을 낳은 시대다. 성공만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던 개발독재 시대는 나영과 같은 악녀만이 아니라 정권과 결탁하여 부를 축적한 대서양그룹 같은 거대괴물을 낳았고, 21세기 양극화 시대에도 여전한 그 이데올로기는 꾸준히 그 괴물들을 성장시키고 있다. 이 드라마에서 서로 다른 욕망으로 부딪히고 갈등하는 인물들은 단지 그 시대의 마리오네트에 불과한 것인지도 모른다. 은 물론 인물들의 극단적 행동과 선정적 사건의 연쇄 등 분명 막장 요소를 지닌 드라마다. 그러나 적어도 그들의 욕망에 시대라는 개연성과 맥락을 부여하고 있기에 한편의 흥미로운 통속극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글. 김선영(TV평론가)
은 뜨겁다기보다 차라리 서늘한 통속극이다. 아버지가 허공에 뿌려버린 돈을 향해 몰려든 사람들을 밀어젖히고 “내는 아버지보다 이 돈이 훨씬 좋다. 내 돈이다!”를 외치며 악착같이 지폐를 주워대던 어린 나영(김유정)의 욕망은 너무나 원초적으로 강렬해서 천박한 속물로 보이기보다 생존을 위한 발악 같다는 느낌이 들고, 그런 그녀가 성인(신은경)이 되어 오로지 “부잣집 며느리”가 되려고 처절한 독기를 뿜어내는 모습을 지켜보는 카메라는 종종 차갑도록 냉정하다. 치밀함이나 용의주도함보다 본능적으로 돌진하는 욕망이 새파란 거짓말처럼 뻔히 보이기에 오히려 기묘한 거리가 생기는 것이다. 그 지독하지만 초라한 욕망은 실제로 순진한 영민(조민기)의 마음 하나 사로잡지 못한다. 은 이처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부를 향해 부나비처럼 뛰어드는 한 여성의 자기파멸적 욕망을 능구렁이 김태진(이순재) 회장이 그러했던 것처럼 서늘하게 꿰뚫어본다. 하지만 인간의 욕망에 대한 이 드라마의 관찰자적 시선은 여기에만 머물지 않는다. 의 진짜 괴물은 그 욕망을 낳은 시대다. 성공만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던 개발독재 시대는 나영과 같은 악녀만이 아니라 정권과 결탁하여 부를 축적한 대서양그룹 같은 거대괴물을 낳았고, 21세기 양극화 시대에도 여전한 그 이데올로기는 꾸준히 그 괴물들을 성장시키고 있다. 이 드라마에서 서로 다른 욕망으로 부딪히고 갈등하는 인물들은 단지 그 시대의 마리오네트에 불과한 것인지도 모른다. 은 물론 인물들의 극단적 행동과 선정적 사건의 연쇄 등 분명 막장 요소를 지닌 드라마다. 그러나 적어도 그들의 욕망에 시대라는 개연성과 맥락을 부여하고 있기에 한편의 흥미로운 통속극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글. 김선영(TV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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