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의 유현상과 씨엔블루의 정용화 사이에는 시간을 초월하는 공통점이 있다. 유현상의 부인은 수영선수 출신인 최윤희고, 정용화의 <우리 결혼했어요> 파트너인 서현은 수영장 모델이다. 심지어! 서현이 속한 소녀시대에는 수영이 있다. Mnet의 <비틀즈 코드>는 이처럼 믿거나말거나 평행이론을 천연덕스럽게 주장하는 엉뚱한 음악 토크쇼다. 하지만 그런 엉뚱함을 통해 리코더를 부는 백두산의 기타리스트 김도균처럼 뮤지션의 또 다른 면모를 끄집어낸다는 점에 이 프로그램의 미덕이 있다. 이처럼 신선함과 당혹스러움 사이에서 프로그램의 정체성을 만들어가고 있는 <비틀즈 코드>의 MC 윤종신과 유세윤을 녹화 현장에서 만났다. 차근차근 정돈된 언어로 프로그램의 지향점을 설명해준 윤종신과, <무한도전> 프로레슬링 경기에 다녀오느라 뒤늦게 합류해 짧고 인상적인 답변을 해준 유세윤을 통해 앞으로 이 프로그램이 나아갈 방향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첫 회 방송에 대해 20대 남성의 반응이 좋다고 하더라.
윤종신 :
다행이다. 방송은 괜찮았나?

사실 약간 ‘라디오 스타’(이하 ‘라스’) 느낌도 난다.
윤종신 :
그런가? 각도를 조금 다르게 가야 하는데… 그런데 사실 주류랑 조금 다르면 다 ‘라스’ 냄새 난다고 하더라. 하하.

“<비틀즈 코드>는 일종의 개그 <100분 토론>”



<비틀즈 코드>는 백두산과 씨엔블루처럼 전혀 다른 두 팀에게서 기상천외한 공통점을 찾아낸다.
가령 그런 거다. 상대방에 대한 예우에 눌리기보다는 가볍게 탁탁 쳐주는 모습.
윤종신 :
상대방에 대한 존경심으로 움직이는 토크쇼는 많으니까. 그리고 MC가 그런 모습을 보인다고 없었던 존경심이 방송 보며 생기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예의를 조금 벗어던진 대화를 좀 더 몰입도 있게 보는 것 같다. 그런 예의가 오히려 코팅 작용을 해서 게스트가 속 얘기를 꺼내기도 어렵고.

분명 백두산은 즐겁게 이야기하는 것 같더라.
윤종신 :
잘 했던 것 같다. 그분들도 잘 즐기고 가고.

당신의 프로그램 전반에 해당하는 것일 수도 있는데 게스트와 같이 잘 노는 걸 좋아하는 것 같다.
윤종신 :
기획된 질문을 통해 원하는 방향으로 끌어가는 MC도 있지만 우리는 놀다보니 나올 수 있는 대화를 추구한다. 물론 기본적으로는 ‘이런 이야기를 끌어내야지’하는 건 있지만 접근 방식이 다르지. 그게 게스트에게도 유리하다. ‘이런 질문 나오면 이렇게 대답해야지’라고 준비하고 말하는 것보다 넋 놓고 있다가 툭 자기 얘기하는 게 편집된 걸로 보면 더 자연스러워 보인다. 전형적인 틀이 있는 방송보다는 자기도 모르게 던진 이야기를 주워 담는 스타일이 좋다.

분명 ‘라스’에서는 누군가 흘린 얘기에 카운터를 날리는 진행을 보여준다.
윤종신 :
역할 분담이 뚜렷해졌지. 처음에는 그런 게 없었는데 각기 개성이 뚜렷하니까. 처음에는 (김)구라가 먼저 툭 치고 나가고 화두를 던지고선 오히려 대답은 안 듣는다. 하하. 듣는 건 나랑 (김)국진이 형이 많이 듣고. 그러다 게스트가 뭘 던지면 (신)정환이가 잘 받고. 그렇게 분할이 잘 된 거 같다.

그렇게 딱 자기 자리가 확실히 잡혔다가 새로운 환경에서 진행하는 건 어떤가.
윤종신 :
<비틀즈 코드>는 또 다르다. 우리는 대결 개념이니까. 상대방을 서로 비교한다는 좋은 포맷이 있기 때문에 나올 수 있는 게 다르다. MC가 뭔가를 계속 질문하기보다는 조금은 허구적이고 개그적인 어떤 코드에 맞춰 토크가 나오니까. 양쪽의 공방이 이어질 수도 있고, 일종의 개그 <100분 토론>이 될 수도 있다. ‘라스’에서 MC의 역할과는 또 다르지. 우리는 그렇게 게스트가 먼저 치고 나오는 환경을 만드는 게 맞는 거 같다.

“MC와 제작진의 신뢰감 형성이 가장 중요하다”



윤종신 “‘라디오 스타’보다 더 들어갈 거다”
그 새로운 진행이 편하긴 하나.
윤종신 :
두 회 녹화했으니 이제 패턴이 잡혀나가는 과정인 것 같다.

‘라스’도 지금의 형식에 이르기까지 무척 오래 걸렸는데 마찬가지로 우선 이것저것 해보며 길을 만들어가려는 건가.
윤종신 :
기본적으로는 방송에 출연하는 두 팀이 섭외되는 과정에서 구성 반이 이뤄지는 거다. 이 팀과 저 팀을 어떤 코드로 연결시키고 비교할 거냐를 고민하는 과정에서 논점도 나오고 재밌는 것도 나온다. 그 과정에서 한 쪽이 너무 재밌으면 다른 한쪽의 경쟁 심리를 자극해서 이야기를 끄집어 낼 수도 있고. 내가 그들에게서 직접 이야기를 파내는 역할은 아닌 것 같다.

언젠가 <10 아시아>와의 인터뷰에서 이제 MC 1인의 시대에서 PD의 시대로 넘어가고 있다고 했는데 비슷한 맥락 같다.
윤종신 :
후편집의 중요성을 말하는 거다. 후반 작업 하는 사람의 해석이 중요하다. 앵글과 편집과 자막에 따라 토크 내용이 달라질 수 있다. 그게 과거의 MC 의존적인 방식보다 훨씬 긍정적인 것 같다. MC는 열심히 분량을 뽑아내고 그걸 어떻게 살릴지는 PD의 몫이다. 이제는 예능도 PD의 예술인 것 같다. 그만큼 PD와 스태프의 역량이 중요해지는 거고.

그렇기 때문에 게스트가 백퍼센트를 발휘해 놀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게 중요하겠다.
윤종신 :
그것과 신뢰감 형성. 신뢰감 형성이 가장 중요하다. MC가 잘 살려주겠지 하면서 마음 놓고서 말을 던질 수 있도록.

그런 면에서 당신이 뮤지션이라는 것도 중요한 정체성이다. 유현상의 보컬에 대해 하모나이징 이야기를 하면서부터 그가 당신을 신뢰하는 게 보였다.
윤종신 :
그 때 약간 신나하는 게 있더라. 그러면 이야기를 더 꺼내놓는다. 사실 하모나이징 이야기는 공중파였으면 안 했을 거 같다. 그런데 Mnet은 그래도 찾아보는 프로그램이니까 이런 이야기에 대한 이해도가 더 높을 거라 생각했다. (유)세윤이랑도 이야기한 거지만, 공중파처럼 불특정 다수를 대하는 태도는 피하려고 한다. 그런 면에서 둘이 통하는 게 있다. 독한 면에서. 야하거나 공격적이어서 독한 게 아니라 우리끼리 웃을 수 있는 이야기들을 많이 친다. 이건 사람들이 잘 모를 거야, 라고 생각하며 안 하는 게 없다. 그렇기 때문에 똑같이 아이돌이 나와도 우리 프로가 더 깊이 들어갈 수 있다. 좀 더 봐 달라. ‘라스’보다 더 들어갈 거다.

공중파가 아니라는 것 외에 음악 채널로서의 Mnet이기에 신뢰하는 면도 있나.
윤종신 :
< Director`s Cut >이라는 프로그램을 하며 그런 걸 느꼈다. 그 소재를 가지고 재밌게 방송을 내보낼 수 있었다는 점에서 정말 좋았다. 그런 것에 대한 신뢰가 있었다.

“듀스와 조용필을 초대하고 싶다”



유세윤 “<비틀즈 코드>의 유세윤은 UV와는 다르다”
유세윤과의 작업은 어떤가.
윤종신 :
세윤이와는 라디오를 몇 년 같이 했는데 서로의 코드가 있다는 걸 알게 됐다. 그리고 일단 나는 ‘무릎 팍 도사’에서 세윤이의 역할이 되게 크다고 본다. 그러면서 이 친구를 유심히 봤고, 마침 <비틀즈 코드>에서 둘을 같이 섭외해줬다.

사실 두 사람의 캐스팅 소식을 들었을 땐 거장 뮤지션 윤종신과 천재 뮤지션 유세윤의 조합이 나오지 않을까 싶었다. 그런데 유세윤은 UV의 모습과는 선을 긋는 것 같다.
유세윤 :
그럼. UV의 유세윤은 허구의 인물이니까. 불러주면 나올 수도 있지만. 하하. 우선 이 프로그램 안에서 게스트의 음악적 비밀을 파헤치는 맨 인 블랙 같은 캐릭터가 잡혀 있다.
윤종신 : 앞으로 좀 더 잡아가야 할 거다. 큰 그림을 보고 들어가긴 했지만 이제 디테일적으로 스태프와 맞춰가야지.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마지막으로 전, 현직, 그리고 고인을 포함해 <비틀즈 코드>에서 붙이고 싶은 뮤지션이 있다면.
유세윤 :
나는 고등학교 때 좋아했던 김바다 시절의 시나위와 듀스? 붙이고 싶다기보다는 그냥 둘을 같이 모시고 싶다. 아니면 1730?
윤종신 : 나는 누구를 하지…
유세윤 : 015B 어때요?
윤종신 : 재미없어. 하하. 나는 조용필 형님을 부르고 싶다. 어떤 장막도 없이 캐주얼하게 그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 이 형도 천재인데, 이론에 바탕을 둔 게 아니다. 이론가들은 어느 선에 머문다. 자기 연습만 계속하고 한계에 부딪히는 사람들이 대가가 된다. 그런 이야기를 좀 듣고 싶다.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