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 위주로 연극영화과 입학생을 선발하는 것도 그렇지만, 사람이 자기 외모에 대해 객관적으로 평가하게 될 때가 있잖아요. 그럴 땐 어떠세요?
유해진 : “못났다” 싶죠. (웃음)
살면서 그 생각이 바뀌지는 않으셨어요?
유해진 : 바뀌었죠. 지금은 그런 생각 안 해요. 제가 사람들에게 좀 알려지고 그래서 이런 생각을 안 한다는 게 아니라, 그렇게 얼굴에 연연해하면서 어떻게 살아요? 어렸을 때, 사춘기 때는 좀 그랬지만 이젠 그럴 나이도 지났고. (웃음)
“당장 눈에 보이는 결과가 없더라도 열정이 중요했어요” 외모 외에도 배우로 일하면서 체격이나 음성처럼 타고난 신체적 조건 중에 아쉬웠던 게 또 있으세요?
유해진 : 사실은 목소리도 별로 맘에 들지 않았어요. 굉장히 탁음이잖아요. 다른 사람들이 무대에서 하는 거 보면 옥구슬 소리 나고 그러는데 내 목소리는 퍼억 퍽 퍼지는 거 같고, 금방 쉬어버리고 그러는 게 불만이었던 때도 있죠.
지금은 딱히 그렇지는 않으신가요.
유해진 : 계속 불평만 하고 살 수는 없으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연기를 하셨고 결국은 연극영화과에 가셨잖아요.
유해진 : 연기는 군대 시절만 빼고 계속 해왔고, 의상과를 다니면서도 학교는 뒷전에 극단 생활에만 열심이었어요. 졸업도 간신히 했어요. 그런데 아버님 말을 듣기를 잘 한 게, 제가 군대 다녀온 뒤에 서울예대에서 대졸자 특별 전형 같은 게 있었어요. 실기와 전 학교 성적만으로 뽑는 거였는데 그 덕분에 들어갈 수가 있었죠.
굉장히 고대해서 들어가셨는데.
유해진 : 고대가 아니고, 서울예대에요. (웃음)
으하하하, 입학하고 나니 어떠시던가요. 진짜 좋으셨나요, 아니면 생각했던 것과 좀 다르셨나요?
유해진 : 무엇보다 제일 좋았던 건 정말 좋은 스승님을 만났다는 거였어요. 송혜숙 교수님이라는 분인데, 제가 힘들어할 때 “연기하는 내내 연기가 쉬우면 사는 게 재미있겠니?” 라는 말씀을 해 주셨던 게 정말 기억에 많이 남죠.
20대 초반에는 무용도 꽤 오래 배우셨다고 들었어요.
유해진 : 네, 친한 친구가 현대무용을 하고 있어서 배웠어요. 그 때는 정말 열정이 많았거든요. 저는 당시 연극영화과 들어가는 데도 실패한 상황이었지만 배우가 필요로 하는 여러 가지를 빨리 내 걸로 만들어야겠다는 마음, 배우로서의 오기 같은 게 좀 있었던 것 같아요. 지금 생각해 보면 무용 자체보다도, 당장 눈에 보이는 결과가 있지 않더라도 그런 열정이 저에게 참 중요했어요.
“저는 지금 굉장히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 거죠” 그런데 지금까지 작품에서 비겁하거나 비굴하고 욕망에 충실한, ‘상스러운’ 남자들을 여러 번 연기하셨잖아요. 이런 인물들을 쭉 연기하다 보면 그들에 대해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유해진 : 소위 말하는 ‘양아치’ 역이 들어오면 ‘또 이렇게 거친 사람을 연기해야 하나’ 하는 거부감이 들 때도 있었어요. 그런데 이제는 한편으로 그 인물에 대해 동정심이 생겨요. 누군들 그렇게 살고 싶겠어요? 물론 도덕적으로는 나쁜 일을 하고 있지만 그 사람에게는 그게 하나의 삶이고, 그 사람이 그렇게 살 수밖에 없었던 뭔가가 있지 않을까 생각을 해 보는 거예요. 물론 그 인물이 주인공이 아닐 경우에는 영화가 거기까지 디테일하게 보여줄 수는 없겠지만 연기하는 저라도 그 사람의 ‘생존’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을 하는 거죠.
혹시 예전에 비해 들어오는 시나리오의 폭이 좀 더 넓어진 것 같으세요?
유해진 : 초반에 비해서는 그렇죠. 같은 것도 특이한 작품이고. 그동안의 제 색깔과 비슷한 것들이 많이 들어오긴 하지만 그러지 않은 것들도 좀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사실은 들어요.
그동안은 주로 남자들 집단의 일원이나 남자 배우들과의 투톱을 맡아 오셨는데 로맨스나 멜로 같은, 두 사람 사이에 오가는 감정에 더 집중하는 연기에 대한 바람도 있으신가요.
유해진 : 소재나 장르에 따른 바람은 없어요. 좋은 작품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항상 있지만요. 그냥 진한 사람 얘기라면, 그게 기본적으로 있고 그런 걸 전하고자 하는 작품이라면 해 보고 싶죠.
혹시 배우라는 걸 해 보고 싶다고 생각하기 전, 어린 시절의 꿈은 뭐였나요.
유해진 : 부모님의 바람이었는데, “누가 물어보면 이렇게 얘기해” 하신 것 중 하나가 외교관이었어요. “너 커서 뭐 될래?”하면 자동적으로 “외교관이요!” 했었죠. 그게 뭐 하는 직업인지도 모르면서. (웃음) 그 다음에 생겨난 꿈이 배우였던 것 같아요.
자기 의지를 가지고 처음으로 선택했던 꿈이자, 어렵게 시작한 일이 직업이 된 지금은 어떠신가요.
유해진 : 글쎄요, 좋아하는 건 취미로 하는 게 낫지 직업이 되면 순수함이 없어진다고도 하잖아요. 책임감도 늘어나고. 그래서 제가 모르는 어떤 걸 잃은 것도 있겠지만 얻은 것도 무지하게 많아요. 크게 보면 저는 지금 굉장히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 거죠. (웃음)
글. 최지은 five@
사진. 채기원 ten@
편집. 이지혜 seven@
유해진 : “못났다” 싶죠. (웃음)
살면서 그 생각이 바뀌지는 않으셨어요?
유해진 : 바뀌었죠. 지금은 그런 생각 안 해요. 제가 사람들에게 좀 알려지고 그래서 이런 생각을 안 한다는 게 아니라, 그렇게 얼굴에 연연해하면서 어떻게 살아요? 어렸을 때, 사춘기 때는 좀 그랬지만 이젠 그럴 나이도 지났고. (웃음)
“당장 눈에 보이는 결과가 없더라도 열정이 중요했어요” 외모 외에도 배우로 일하면서 체격이나 음성처럼 타고난 신체적 조건 중에 아쉬웠던 게 또 있으세요?
유해진 : 사실은 목소리도 별로 맘에 들지 않았어요. 굉장히 탁음이잖아요. 다른 사람들이 무대에서 하는 거 보면 옥구슬 소리 나고 그러는데 내 목소리는 퍼억 퍽 퍼지는 거 같고, 금방 쉬어버리고 그러는 게 불만이었던 때도 있죠.
지금은 딱히 그렇지는 않으신가요.
유해진 : 계속 불평만 하고 살 수는 없으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연기를 하셨고 결국은 연극영화과에 가셨잖아요.
유해진 : 연기는 군대 시절만 빼고 계속 해왔고, 의상과를 다니면서도 학교는 뒷전에 극단 생활에만 열심이었어요. 졸업도 간신히 했어요. 그런데 아버님 말을 듣기를 잘 한 게, 제가 군대 다녀온 뒤에 서울예대에서 대졸자 특별 전형 같은 게 있었어요. 실기와 전 학교 성적만으로 뽑는 거였는데 그 덕분에 들어갈 수가 있었죠.
굉장히 고대해서 들어가셨는데.
유해진 : 고대가 아니고, 서울예대에요. (웃음)
으하하하, 입학하고 나니 어떠시던가요. 진짜 좋으셨나요, 아니면 생각했던 것과 좀 다르셨나요?
유해진 : 무엇보다 제일 좋았던 건 정말 좋은 스승님을 만났다는 거였어요. 송혜숙 교수님이라는 분인데, 제가 힘들어할 때 “연기하는 내내 연기가 쉬우면 사는 게 재미있겠니?” 라는 말씀을 해 주셨던 게 정말 기억에 많이 남죠.
20대 초반에는 무용도 꽤 오래 배우셨다고 들었어요.
유해진 : 네, 친한 친구가 현대무용을 하고 있어서 배웠어요. 그 때는 정말 열정이 많았거든요. 저는 당시 연극영화과 들어가는 데도 실패한 상황이었지만 배우가 필요로 하는 여러 가지를 빨리 내 걸로 만들어야겠다는 마음, 배우로서의 오기 같은 게 좀 있었던 것 같아요. 지금 생각해 보면 무용 자체보다도, 당장 눈에 보이는 결과가 있지 않더라도 그런 열정이 저에게 참 중요했어요.
“저는 지금 굉장히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 거죠” 그런데 지금까지 작품에서 비겁하거나 비굴하고 욕망에 충실한, ‘상스러운’ 남자들을 여러 번 연기하셨잖아요. 이런 인물들을 쭉 연기하다 보면 그들에 대해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유해진 : 소위 말하는 ‘양아치’ 역이 들어오면 ‘또 이렇게 거친 사람을 연기해야 하나’ 하는 거부감이 들 때도 있었어요. 그런데 이제는 한편으로 그 인물에 대해 동정심이 생겨요. 누군들 그렇게 살고 싶겠어요? 물론 도덕적으로는 나쁜 일을 하고 있지만 그 사람에게는 그게 하나의 삶이고, 그 사람이 그렇게 살 수밖에 없었던 뭔가가 있지 않을까 생각을 해 보는 거예요. 물론 그 인물이 주인공이 아닐 경우에는 영화가 거기까지 디테일하게 보여줄 수는 없겠지만 연기하는 저라도 그 사람의 ‘생존’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을 하는 거죠.
혹시 예전에 비해 들어오는 시나리오의 폭이 좀 더 넓어진 것 같으세요?
유해진 : 초반에 비해서는 그렇죠. 같은 것도 특이한 작품이고. 그동안의 제 색깔과 비슷한 것들이 많이 들어오긴 하지만 그러지 않은 것들도 좀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사실은 들어요.
그동안은 주로 남자들 집단의 일원이나 남자 배우들과의 투톱을 맡아 오셨는데 로맨스나 멜로 같은, 두 사람 사이에 오가는 감정에 더 집중하는 연기에 대한 바람도 있으신가요.
유해진 : 소재나 장르에 따른 바람은 없어요. 좋은 작품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항상 있지만요. 그냥 진한 사람 얘기라면, 그게 기본적으로 있고 그런 걸 전하고자 하는 작품이라면 해 보고 싶죠.
혹시 배우라는 걸 해 보고 싶다고 생각하기 전, 어린 시절의 꿈은 뭐였나요.
유해진 : 부모님의 바람이었는데, “누가 물어보면 이렇게 얘기해” 하신 것 중 하나가 외교관이었어요. “너 커서 뭐 될래?”하면 자동적으로 “외교관이요!” 했었죠. 그게 뭐 하는 직업인지도 모르면서. (웃음) 그 다음에 생겨난 꿈이 배우였던 것 같아요.
자기 의지를 가지고 처음으로 선택했던 꿈이자, 어렵게 시작한 일이 직업이 된 지금은 어떠신가요.
유해진 : 글쎄요, 좋아하는 건 취미로 하는 게 낫지 직업이 되면 순수함이 없어진다고도 하잖아요. 책임감도 늘어나고. 그래서 제가 모르는 어떤 걸 잃은 것도 있겠지만 얻은 것도 무지하게 많아요. 크게 보면 저는 지금 굉장히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 거죠. (웃음)
글. 최지은 five@
사진. 채기원 ten@
편집. 이지혜 s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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