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끝나고 조금 허전하다 싶더니 지난 주말에는 펜타포트, 이번 주말에는 지산 밸리, 그 다음에는 제천국제음악영화제까지, 오히려 진짜 여름 축제 퍼레이드가 시작되는 거 같아.
맞아. 게다가 지난주에는 프로야구 올스타전까지 있었잖아. 류현진, 김광현의 좌완 에이스 맞대결이나 올스타전 최초 3타자 연속 홈런 기록처럼, 최근 프로야구의 높은 인기에 어울리는 흥미로운 대결이었다고 생각해.
그럼 MVP는 누가 탔어? 올스타 중 MVP면 특별한 거잖아.
물론 특별하지. 이번 올스타전에선 홈런 2방을 터뜨린 걸 비롯해 5타수 4안타를 기록한 홍성흔이 MVP를 차지했어. 최근 정말 타격감이 오를 대로 올랐는데 올스타전에서도 최고의 활약을 보여줬네. 하지만 이번 올스타전이 마지막 올스타전이 된 양준혁이 자기의 홈구장인 대구에서 결국 MVP를 못 탄 건 좀 아쉽기도 해. 이번에는 홈런도 쳤는데 말이야.
양준혁? 예전에 ‘무릎 팍 도사’ 나왔던 그 양준혁?
응, 그 양신 양준혁.
그 양준혁이 왜? 아니, 그리고 왜 마지막 올스타전이라는 거야?
어제 26일, 양준혁 본인이 공식적으로 이번 시즌을 마지막으로 은퇴하겠다고 선언했거든. 현재 삼성은 1군 엔트리에서 양준혁의 이름을 지운 상태야. 아마 시즌 끝날 때까지 선수단과 동행하며 벤치에서 맏형 노릇을 하고, 9월 중 대구 홈게임에서 은퇴 경기도 치를 계획이라지만 어쨌든 지난 올스타전이 양준혁의 거의 실질적인 마지막 경기라 할 수 있을 거 같아.
아니, 왜? 이번 시즌을 마지막으로 한다고 해도 아직 경기가 많이 남았잖아?
아무래도 가장 큰 이유는 자신이 1군 엔트리를 포기하면 다른 전도유망한 후배에게 좋은 기회를 줄 수 있어서인 것 같아. 그게 이번 시즌 은퇴를 결정한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고. 그리고 분명 이게 공식적으로 나온 게 어제인 거지, 본인은 상당히 오래 전부터 고민해왔던 문제였을 거 아냐. 올스타전을 통해 전반기를 마무리 지은 상황에서 말하고 싶었겠지. 또 팀의 성적 역시 좋고.
그래도 많이 아쉽겠다.
당연히 아쉽겠지. 사실 이 정도 네임밸류의 노장이 고액 연봉을 받으며 성적이 부진하면, 너무들 쉽게 늙어 추하다는 식으로 매도하는 경우가 많거든. 그럼에도 2008년 이종범이 자기 연봉을 구단에 백지 위임하고 현역으로 남았던 것처럼, 이들 노장들은 돈 욕심을 부린다기보다는 자신들에게 아직 남아있는 가능성을 그라운드 위에서 완전 연소한 뒤에 떠나고 싶어서 은퇴를 미뤄. 그걸 가지고 과거의 영광에 취했다고 폄하할 수는 없겠지. 그런데 심지어 양준혁은 작년에 3할대 타율에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하며 아직까지 자신에게 남은 가능성을 증명했단 말이지. 분명 올해 성적은 그에 훨씬 못 미치지만 선수로선 미련이 남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야. 게다가 MVP 받은 적이 한 번도 없다고 하지 않았어? ‘무릎 팍 도사’ 때 그러던데.
응. 사실 그 정도로 대단한, 아니 대단하다는 말로도 부족한 한국 최고의 타자가 1993년 데뷔 이후 한 번도 MVP를 차지하지 못했다는 건 어떤 면에서 정말 기적 같은 일이야. 꼭 정규시즌 MVP에 한정하지 않더라도 그래. 올스타전, 한국시리즈까지 포함해서도 한 번도 MVP를 탄 적이 없어.
그게 이종범이랑 이승엽 때문인 거야?
물론 이종범이라는 천재와 동시대를 살고, 나중에는 다음 세대인 이승엽이라는 대형 타자와 경쟁했으니 결코 개인 타이틀을 따기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고는 할 수 있어. 그런 면에서 활동 초기에는 최동원에게, 후기에는 선동렬에게 1인자 자리를 내줘야 했던 김시진 넥센 감독이 연상되기도 하는데 그 김시진 감독조차 1985년 올스타전에서 MVP를 차지했었단 말이지. 하지만 양준혁이 결코 이들 둘보다 못한 2인자인 건 아니야. 단 하나, 상복이 없어서 상을 못 탄 것뿐이지.
그렇게 잘하는 선수였어? 그리고 그렇게 잘하는데 왜 MVP를 못 탔을까?
분명 운이 안 따라준 게 있어. 가령 신인왕을 탔던 1993년에는 타격 1위에 홈런과 타점에서 2위를 기록했어. 출루율도 여느 1번 타자 못지않았지. 과거, 타격이 좋은 교타자와 파워가 좋은 장타자를 구분했던 기준 자체를 무너뜨리는 성적이었다고 할 수 있어. 사실 당시 MVP를 탔던 김성래가 28홈런에 91타점이라는, 조금은 임팩트 부족한 성적이었다는 걸 생각하면 타격왕에 90타점을 기록했던 양준혁이 성적으로는 MVP에 조금 더 근접하지 않았을까 싶어. 하지만 당시 김성래의 성적은 무릎 부상을 극복하고 얻어낸 것이라는 점에서 좀 더 많은 점수를 얻었지. 또 당시 양준혁이 이종범을 제치고 신인상이라는 타이틀을 땄으니 다른 이에게 MVP가 돌아갈 확률 역시 높아졌을 테고. 한국 프로야구 29년 역사에서 신인상과 MVP를 동시에 탄 건 한화 류현진 밖에 없어. 그럼 그 이후에도 꾸준히 잘했는데 MVP를 못 탄 거야?
응. 정말 말도 안 될 정도로 꾸준히 잘했어. 흔히 소퍼모어징크스라고 해서 신인상을 탔던 선수가 2년차에 부진한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있는데 양준혁은 2년차 때 비록 타율은 조금 떨어져서 딱 3할을 기록했지만 타점 1위를 기록했어. 말이 떨어진 거지, 3할이 결코 적은 타율도 아니고. 다만, 1994년에는 이종범이 정말 말도 안 될 정도로 잘했어. 거의 4할에 육박하는 3할 9푼대의 타율에 도루와 안타에서 1위를 차지했고, 홈런왕인 김기태가 25개 홈런을 치던 시기에 19개 홈런까지 기록했으니. 그렇게 또 MVP를 놓치고, 1996년에는 타격 1위, 홈런 2위라는 성적을 기록했는데 한국 최초로 30홈런-30도루 기록을 세운 박재홍이라는 괴물이 등장했지. 하지만 박재홍에게 신인상이 돌아갔기 때문에 타자 중에선 양준혁의 수상 확률이 가장 높았다고 할 수 있는데 그 해에는 투수인 한화 구대성이 18승 20세이브에 방어율 1위까지 기록하며 MVP를 가져갔어. 그 다음해에 등장한 게 같은 팀의 이승엽인 거고.
와, 진짜 어쩜 그렇게 새로운 경쟁자들이 많이 등장했대?
그건 그만큼 양준혁이 오랜 시간 최고의 자리에서 최고의 선수들과 경쟁했다는 뜻이겠지.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새로운 강자들이 등장할 때마다 그들이 경쟁을 펼치려는 자리에 양준혁이라는 거물이 이미 자리를 잡고 있었던 거지. 그 오랜 세월 동안 최고들과 경쟁하며 기록을 쌓다보니 홈런, 안타, 타점, 득점 등에서 역대 최다 기록을 세우게 된 거고. 그런 그를 누가 MVP를 못 탔으니 1인자가 아니라고 할 수 있겠어.
그래도 그렇게 뛰어난 선수인 걸 아니까 한 번쯤 1인자 칭호를 줬으면 좋겠다. 그럼 이제 양준혁에게 MVP의 기회는 없는 걸까?
현재 나오는 얘기들을 종합해보면 은퇴 경기 이후에도 삼성이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면 출전할 가능성이 있나봐. 만약 현재의 상승세로 삼성이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고 그 중심에서 양준혁이 활약한다면 한국시리즈 MVP도 가능하겠지. 정말 그렇게 되면 가장 아름다운 은퇴 시나리오일 거고.
그런데 넌 기아가 우승해야 하잖아. 아, 요즘 못한다고 그랬지?
야!
어쩔 건데?
호 나는 대관령이…
글. 위근우 eight@
편집. 이지혜 seven@
맞아. 게다가 지난주에는 프로야구 올스타전까지 있었잖아. 류현진, 김광현의 좌완 에이스 맞대결이나 올스타전 최초 3타자 연속 홈런 기록처럼, 최근 프로야구의 높은 인기에 어울리는 흥미로운 대결이었다고 생각해.
그럼 MVP는 누가 탔어? 올스타 중 MVP면 특별한 거잖아.
물론 특별하지. 이번 올스타전에선 홈런 2방을 터뜨린 걸 비롯해 5타수 4안타를 기록한 홍성흔이 MVP를 차지했어. 최근 정말 타격감이 오를 대로 올랐는데 올스타전에서도 최고의 활약을 보여줬네. 하지만 이번 올스타전이 마지막 올스타전이 된 양준혁이 자기의 홈구장인 대구에서 결국 MVP를 못 탄 건 좀 아쉽기도 해. 이번에는 홈런도 쳤는데 말이야.
양준혁? 예전에 ‘무릎 팍 도사’ 나왔던 그 양준혁?
응, 그 양신 양준혁.
그 양준혁이 왜? 아니, 그리고 왜 마지막 올스타전이라는 거야?
어제 26일, 양준혁 본인이 공식적으로 이번 시즌을 마지막으로 은퇴하겠다고 선언했거든. 현재 삼성은 1군 엔트리에서 양준혁의 이름을 지운 상태야. 아마 시즌 끝날 때까지 선수단과 동행하며 벤치에서 맏형 노릇을 하고, 9월 중 대구 홈게임에서 은퇴 경기도 치를 계획이라지만 어쨌든 지난 올스타전이 양준혁의 거의 실질적인 마지막 경기라 할 수 있을 거 같아.
아니, 왜? 이번 시즌을 마지막으로 한다고 해도 아직 경기가 많이 남았잖아?
아무래도 가장 큰 이유는 자신이 1군 엔트리를 포기하면 다른 전도유망한 후배에게 좋은 기회를 줄 수 있어서인 것 같아. 그게 이번 시즌 은퇴를 결정한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고. 그리고 분명 이게 공식적으로 나온 게 어제인 거지, 본인은 상당히 오래 전부터 고민해왔던 문제였을 거 아냐. 올스타전을 통해 전반기를 마무리 지은 상황에서 말하고 싶었겠지. 또 팀의 성적 역시 좋고.
그래도 많이 아쉽겠다.
당연히 아쉽겠지. 사실 이 정도 네임밸류의 노장이 고액 연봉을 받으며 성적이 부진하면, 너무들 쉽게 늙어 추하다는 식으로 매도하는 경우가 많거든. 그럼에도 2008년 이종범이 자기 연봉을 구단에 백지 위임하고 현역으로 남았던 것처럼, 이들 노장들은 돈 욕심을 부린다기보다는 자신들에게 아직 남아있는 가능성을 그라운드 위에서 완전 연소한 뒤에 떠나고 싶어서 은퇴를 미뤄. 그걸 가지고 과거의 영광에 취했다고 폄하할 수는 없겠지. 그런데 심지어 양준혁은 작년에 3할대 타율에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하며 아직까지 자신에게 남은 가능성을 증명했단 말이지. 분명 올해 성적은 그에 훨씬 못 미치지만 선수로선 미련이 남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야. 게다가 MVP 받은 적이 한 번도 없다고 하지 않았어? ‘무릎 팍 도사’ 때 그러던데.
응. 사실 그 정도로 대단한, 아니 대단하다는 말로도 부족한 한국 최고의 타자가 1993년 데뷔 이후 한 번도 MVP를 차지하지 못했다는 건 어떤 면에서 정말 기적 같은 일이야. 꼭 정규시즌 MVP에 한정하지 않더라도 그래. 올스타전, 한국시리즈까지 포함해서도 한 번도 MVP를 탄 적이 없어.
그게 이종범이랑 이승엽 때문인 거야?
물론 이종범이라는 천재와 동시대를 살고, 나중에는 다음 세대인 이승엽이라는 대형 타자와 경쟁했으니 결코 개인 타이틀을 따기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고는 할 수 있어. 그런 면에서 활동 초기에는 최동원에게, 후기에는 선동렬에게 1인자 자리를 내줘야 했던 김시진 넥센 감독이 연상되기도 하는데 그 김시진 감독조차 1985년 올스타전에서 MVP를 차지했었단 말이지. 하지만 양준혁이 결코 이들 둘보다 못한 2인자인 건 아니야. 단 하나, 상복이 없어서 상을 못 탄 것뿐이지.
그렇게 잘하는 선수였어? 그리고 그렇게 잘하는데 왜 MVP를 못 탔을까?
분명 운이 안 따라준 게 있어. 가령 신인왕을 탔던 1993년에는 타격 1위에 홈런과 타점에서 2위를 기록했어. 출루율도 여느 1번 타자 못지않았지. 과거, 타격이 좋은 교타자와 파워가 좋은 장타자를 구분했던 기준 자체를 무너뜨리는 성적이었다고 할 수 있어. 사실 당시 MVP를 탔던 김성래가 28홈런에 91타점이라는, 조금은 임팩트 부족한 성적이었다는 걸 생각하면 타격왕에 90타점을 기록했던 양준혁이 성적으로는 MVP에 조금 더 근접하지 않았을까 싶어. 하지만 당시 김성래의 성적은 무릎 부상을 극복하고 얻어낸 것이라는 점에서 좀 더 많은 점수를 얻었지. 또 당시 양준혁이 이종범을 제치고 신인상이라는 타이틀을 땄으니 다른 이에게 MVP가 돌아갈 확률 역시 높아졌을 테고. 한국 프로야구 29년 역사에서 신인상과 MVP를 동시에 탄 건 한화 류현진 밖에 없어. 그럼 그 이후에도 꾸준히 잘했는데 MVP를 못 탄 거야?
응. 정말 말도 안 될 정도로 꾸준히 잘했어. 흔히 소퍼모어징크스라고 해서 신인상을 탔던 선수가 2년차에 부진한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있는데 양준혁은 2년차 때 비록 타율은 조금 떨어져서 딱 3할을 기록했지만 타점 1위를 기록했어. 말이 떨어진 거지, 3할이 결코 적은 타율도 아니고. 다만, 1994년에는 이종범이 정말 말도 안 될 정도로 잘했어. 거의 4할에 육박하는 3할 9푼대의 타율에 도루와 안타에서 1위를 차지했고, 홈런왕인 김기태가 25개 홈런을 치던 시기에 19개 홈런까지 기록했으니. 그렇게 또 MVP를 놓치고, 1996년에는 타격 1위, 홈런 2위라는 성적을 기록했는데 한국 최초로 30홈런-30도루 기록을 세운 박재홍이라는 괴물이 등장했지. 하지만 박재홍에게 신인상이 돌아갔기 때문에 타자 중에선 양준혁의 수상 확률이 가장 높았다고 할 수 있는데 그 해에는 투수인 한화 구대성이 18승 20세이브에 방어율 1위까지 기록하며 MVP를 가져갔어. 그 다음해에 등장한 게 같은 팀의 이승엽인 거고.
와, 진짜 어쩜 그렇게 새로운 경쟁자들이 많이 등장했대?
그건 그만큼 양준혁이 오랜 시간 최고의 자리에서 최고의 선수들과 경쟁했다는 뜻이겠지.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새로운 강자들이 등장할 때마다 그들이 경쟁을 펼치려는 자리에 양준혁이라는 거물이 이미 자리를 잡고 있었던 거지. 그 오랜 세월 동안 최고들과 경쟁하며 기록을 쌓다보니 홈런, 안타, 타점, 득점 등에서 역대 최다 기록을 세우게 된 거고. 그런 그를 누가 MVP를 못 탔으니 1인자가 아니라고 할 수 있겠어.
그래도 그렇게 뛰어난 선수인 걸 아니까 한 번쯤 1인자 칭호를 줬으면 좋겠다. 그럼 이제 양준혁에게 MVP의 기회는 없는 걸까?
현재 나오는 얘기들을 종합해보면 은퇴 경기 이후에도 삼성이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면 출전할 가능성이 있나봐. 만약 현재의 상승세로 삼성이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고 그 중심에서 양준혁이 활약한다면 한국시리즈 MVP도 가능하겠지. 정말 그렇게 되면 가장 아름다운 은퇴 시나리오일 거고.
그런데 넌 기아가 우승해야 하잖아. 아, 요즘 못한다고 그랬지?
야!
어쩔 건데?
호 나는 대관령이…
글. 위근우 eight@
편집. 이지혜 s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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