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이언트>, 죄와 욕망의 연대기

, 죄와 욕망의 연대기" /> 20회 SBS 월-화 밤 9시 55분
자신이 수족이 되어 모시던 황태섭(이덕화)이 아버지의 원수라는 사실을 강모(이범수)가 알게 된 이상, 스토리는 본격적인 복수극을 향해 급류를 타기 시작했다. 정식(김정현)의 죄를 대신 뒤집어 쓴 강모는 황태섭에게 개포동 땅을 달라고 하고, 대통령이 바뀌는 것과 상관없이 권력의 본질인 돈을 향한 욕망은 남서울 개발 프로젝트를 계속 돌린다. 정식은 자신이 잡혀가는 악몽을 꿀지언정 강모에게 죄를 뒤집어씌운 것에 대해서는 아무 갈등 없이 다시 개포동 땅을 얻기 위해 민우(주상욱)와 함께 강모를 제거할 음모를 꾸민다. 2세들의 손에 피가 묻기 시작하면서 는 아버지들의 죄 값이 아들들에게도 이어지는 죄와 욕망의 연대기가 되었다. 그러나 아무도 깊이 반성하지도, 죄의식에 시달리지도 않는다. 이야기를 이끌어 온 가장 중요한 축이었던 가족이 다시 모였음에도 드라마 안에는 오로지 개별 인물들의 욕망만이 꿈틀댄다. 인물들의 내면을 자세히 들여다 볼 시간 없이 적당히 클리셰로 대체한 는 더 잔인해지는 길로 뚜벅뚜벅 걸어간다. 마치 생애 최고의 격변의 시기를 보내고 있는 등장인물들의 내면은 중요하지 않고, 그 결과로 도출된 사건만이 중요하다는 것처럼. 심지어 강모가 다시 잡혀가 4년 형을 언도 받았음에도 미주(황정음)가 오빠를 걱정하는 장면은 나오지 않는다. 그저 강모는 옥 안에서 스스로를 단련하며 복수의 화신이 되어간다. 이쯤 되면 이 드라마가 기획 의도로 내세운 ‘오로지 지혜와 용기로 승리해 가는 인물의 성공담’을 찾는 건 요원한 것만 같다. 오늘의 경제발전을 이룩한 ‘거인’들이 사실 보통 사람들의 행복과 인생을 짓밟으며 괴물이 되어 앞으로 전진한 것임을 매섭게 고발했던 1화의 울림은 간 데 없고, 모두 저마다의 욕망을 위해 선대의 괴물들을 닮아간다. 혹은 괴물을 이기기 위해 스스로 괴물이 되어간다.

글. 이승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