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쯤이었을까. 가슴이 벅차오르도록 달려봤던 적이. 지난 6월 10일, 남아공 월드컵을 앞두고 첫 방영되었던 MBC 4부작 드라마 는 비록 5%에도 미치지 못하는 시청률을 기록했지만 꿈과 열정에 대한 설렘을 환기하는 간만의 청춘물이었다. 흔히 인생에 대한 은유처럼 쓰이는 마라톤이 실은 살아 있는 몸과 몸이 경쟁하는 육체적 과정이란 걸 보여준 이 작품은 필연적으로 주인공 구대구(백성현) 옆을 달릴 또 하나의 청춘이 필요했고, 오만함과 외로움이 공존하는 엘리트 마라토너 허지만은 그렇게 등장했다. 또한 허지만의 복잡한 내면을 굳은 표정 안에 미묘하게 담아낸 배우 유연석도 이와 함께 등장할 수 있다.
인기 대신 기본기를 선택한 뚝심 “음, 달리는 신이 있는 날은 하루에 보통 10㎞ 씩은 뛰었으니까 촬영 기간 한 달 동안 최소 150㎞는 뛰었겠네요. 따로 계산했던 적은 없는데 생각해보니 많이 뛰었네요. (웃음)” 대수롭지 않은 듯 말했지만 엘리트 마라토너를 연기한다는 것은 캐릭터 해석과 감정의 몰입 이전에 다분히 고된 육체적 작업이었다. 이것은 의지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평소에 꾸준히 운동으로 단련한 몸이 아니었다면 분명 쉽지 않았을 것이다. 우연이겠지만 그에게서 지만의 모습이 오버랩 되는 건 그래서다. 훈련에 훈련을 거듭하고 대회 직전 온몸을 탄수화물로 채우는 과정을 통해서 42.195㎞를 완주하는 마라토너처럼 그 역시 미리 훈련으로 몸에 밴 자세를 촬영이라는 트랙 위에서 드러낸다. 내내 표준말을 쓰던 지만이 딱 한 번 “맘 단디 무라(먹어라)”면서 자신의 훈련 파트너가 된 대구에게 사투리를 쓰는 장면이 경남 진주에서 자란 그의 요청으로 만들어진 것처럼. “아무리 서울에서 오래 지내더라도 고향에 와서 친구들 만나면 고향 말투를 쓰게 되거든요. 그렇게 사투리로 대구에게 친근하게 대한 다음에, 감독에게 대구와 같이 훈련하는 것에 대한 불만을 털어놓으면 지만의 이중적인 성격이 더 잘 드러날 것 같았죠. 괜찮았나요?” 약간은 걱정스러운 듯한 그 되물음에는 스스로에 대한 대견함이 슬쩍 묻어나온다.
이미 영화예술학과 1학년 때 영화 에서 유지태의 아역을 맡아 “여기저기서 출연 제의가 들어온” 경험이 있었던 그가 더는 메이저 활동에 눈을 돌리지 않고 학교 커리큘럼에만 집중했던 걸 지금도 자랑스레 이야기하는 건 그래서일 거다. “그땐 친구들도 왜 더 적극적으로 메이저 활동을 하지 않았느냐고 했지만 그때 한 눈 안 팔고 무대 위에 서고, 이론을 공부했던 게 지금 제게 힘이 되는 거 같아요.” 하지만 “후배들에게도 당장 프로필 돌리는 것보다는 학교 공부에 신경 쓰라고 충고”한다는 그 확신에 찬 목소리보다 더 인상적인 건, 자신의 생각을 말하며 쉴 새 없이 제스처를 취하는 손이다. “처음 무대에 섰을 땐 두 팔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어색했던 손놀림은 꾸준한 연습을 통해 일상에서도 자연스레 다양한 표정을 담아내게 됐다. 오디션에서 냉혹한 표정으로 안경을 벗어 스윽 닦는 짧지만 핵심을 찌르는 연기로 “악마 그 자체인” MBC 의 백종찬 역을 따낸 건 그렇게 작은 제스처 하나 허투루 하지 않는 기본기에서 비롯된 것이리라.
“애초에 연기의 떨림이 좋아서 시작한 거니까” 그래서 새 작품에 대한 계획보다 “연기를 좀 더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눈을 키우기 위해” 조만간 후배들을 데리고 연극을 연출하겠다는 계획을 더 열정적으로 털어놓는 이 청년에게서 스프린터의 폭발할 것 같은 에너지가 느껴지진 않는다. 대신 “일등을 하고 싶은 건 아닌 거 같아요. 애초에 연기의 떨림이 좋아서 시작한 거니까”라고 말하는 담담한, 조금은 심심한 태도에서 체력 저하로 쓰러지지 않을 지구력을 느끼기란 어렵지 않다. 이제 조금씩 페이스를 올리며 더 먼 지점을 향해 도전하는 그의 모습이 기대되는 건 그 때문이다. 의 허지만이 그랬듯, 숨을 헐떡이며 트랙 위를 달리는 청춘의 모습은 그 자체만으로 보는 이의 가슴까지 벅차오르게 만든다. 연기를 할 때마다 기분 좋게 두근거리는 유연석의 심장 역시 앞으로 우리의 가슴을 뛰게 만들 수 있을까.
글. 위근우 eight@
사진. 채기원 ten@
편집. 장경진 three@
인기 대신 기본기를 선택한 뚝심 “음, 달리는 신이 있는 날은 하루에 보통 10㎞ 씩은 뛰었으니까 촬영 기간 한 달 동안 최소 150㎞는 뛰었겠네요. 따로 계산했던 적은 없는데 생각해보니 많이 뛰었네요. (웃음)” 대수롭지 않은 듯 말했지만 엘리트 마라토너를 연기한다는 것은 캐릭터 해석과 감정의 몰입 이전에 다분히 고된 육체적 작업이었다. 이것은 의지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평소에 꾸준히 운동으로 단련한 몸이 아니었다면 분명 쉽지 않았을 것이다. 우연이겠지만 그에게서 지만의 모습이 오버랩 되는 건 그래서다. 훈련에 훈련을 거듭하고 대회 직전 온몸을 탄수화물로 채우는 과정을 통해서 42.195㎞를 완주하는 마라토너처럼 그 역시 미리 훈련으로 몸에 밴 자세를 촬영이라는 트랙 위에서 드러낸다. 내내 표준말을 쓰던 지만이 딱 한 번 “맘 단디 무라(먹어라)”면서 자신의 훈련 파트너가 된 대구에게 사투리를 쓰는 장면이 경남 진주에서 자란 그의 요청으로 만들어진 것처럼. “아무리 서울에서 오래 지내더라도 고향에 와서 친구들 만나면 고향 말투를 쓰게 되거든요. 그렇게 사투리로 대구에게 친근하게 대한 다음에, 감독에게 대구와 같이 훈련하는 것에 대한 불만을 털어놓으면 지만의 이중적인 성격이 더 잘 드러날 것 같았죠. 괜찮았나요?” 약간은 걱정스러운 듯한 그 되물음에는 스스로에 대한 대견함이 슬쩍 묻어나온다.
이미 영화예술학과 1학년 때 영화 에서 유지태의 아역을 맡아 “여기저기서 출연 제의가 들어온” 경험이 있었던 그가 더는 메이저 활동에 눈을 돌리지 않고 학교 커리큘럼에만 집중했던 걸 지금도 자랑스레 이야기하는 건 그래서일 거다. “그땐 친구들도 왜 더 적극적으로 메이저 활동을 하지 않았느냐고 했지만 그때 한 눈 안 팔고 무대 위에 서고, 이론을 공부했던 게 지금 제게 힘이 되는 거 같아요.” 하지만 “후배들에게도 당장 프로필 돌리는 것보다는 학교 공부에 신경 쓰라고 충고”한다는 그 확신에 찬 목소리보다 더 인상적인 건, 자신의 생각을 말하며 쉴 새 없이 제스처를 취하는 손이다. “처음 무대에 섰을 땐 두 팔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어색했던 손놀림은 꾸준한 연습을 통해 일상에서도 자연스레 다양한 표정을 담아내게 됐다. 오디션에서 냉혹한 표정으로 안경을 벗어 스윽 닦는 짧지만 핵심을 찌르는 연기로 “악마 그 자체인” MBC 의 백종찬 역을 따낸 건 그렇게 작은 제스처 하나 허투루 하지 않는 기본기에서 비롯된 것이리라.
“애초에 연기의 떨림이 좋아서 시작한 거니까” 그래서 새 작품에 대한 계획보다 “연기를 좀 더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눈을 키우기 위해” 조만간 후배들을 데리고 연극을 연출하겠다는 계획을 더 열정적으로 털어놓는 이 청년에게서 스프린터의 폭발할 것 같은 에너지가 느껴지진 않는다. 대신 “일등을 하고 싶은 건 아닌 거 같아요. 애초에 연기의 떨림이 좋아서 시작한 거니까”라고 말하는 담담한, 조금은 심심한 태도에서 체력 저하로 쓰러지지 않을 지구력을 느끼기란 어렵지 않다. 이제 조금씩 페이스를 올리며 더 먼 지점을 향해 도전하는 그의 모습이 기대되는 건 그 때문이다. 의 허지만이 그랬듯, 숨을 헐떡이며 트랙 위를 달리는 청춘의 모습은 그 자체만으로 보는 이의 가슴까지 벅차오르게 만든다. 연기를 할 때마다 기분 좋게 두근거리는 유연석의 심장 역시 앞으로 우리의 가슴을 뛰게 만들 수 있을까.
글. 위근우 eight@
사진. 채기원 ten@
편집. 장경진 th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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