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님, 좋아하지만 이러시면 곤란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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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님, 좋아하지만 이러시면 곤란해요
작가님, 좋아하지만 이러시면 곤란해요
나이 오십을 넘겼지만 저는 아직 까칠한 남자에게 마음을 빼앗기는 철없는 아줌마입니다. 실제로는 물론, 드라마에서나 영화에서나 착하고 듬직한 남자를 보면 머리로는 괜찮은 남자다 싶은데 마음은 영 움직이지 않는 걸 어쩌겠어요. 예를 들어 SBS 에서도 푸근하니 맘 좋은 큰 형 양병태(김영철) 씨보다는 쌀쌀맞은 둘째 양병준(김상중) 씨 쪽에 더 마음이 기울거든요. 신간 편하기에는 병태 씨 같은 진득한 남자가 그만이겠지만 평생 신세 볶이며 살더라도 저는 까다로운 남자를 택할 거예요. 병준 씨 회사 대표인 조아라(장미희) 씨도 저와 같은 취향인 모양이더군요. 병준 씨가 미간을 찌푸리며 까탈을 피울 적마다 귀여워 죽겠다는 표정이던걸요. 짐작건대 아마 안 좋게 헤어졌다는 전 남편도 어지간히 까다로운 남자였을 겁니다. 사람의 취향이라는 게 그리 쉽게 바뀌는 게 아니거든요. 그래서 팔자 도망은 못한다는 옛말도 있는 거고요.

작가님의 까칠한 매력에 빠져버렸네요
작가님, 좋아하지만 이러시면 곤란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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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의미에서 볼 때 이진수(강지환) 작가님의 절친이자 출판사 대표인 서은영(박시연) 씨의 행보는 의아하기만 합니다. 두 분이 톰과 제리처럼 아옹다옹하며 지내지만 단순한 갑과 을의 관계만은 아니라는 걸 모르실 리 있나요. 다만 얽히고설킨 과거사에 발목을 잡혀 애써 서로 모른 척 해왔지 싶은데요. 그런데 어떻게 서 대표가 한지원(정웅인)처럼 무례하고 뻔뻔하기 짝이 없는 인간과 약혼 단계까지 갈 수 있었던 건지, 그 점이 도통 이해가 되지 않더라고요. 혹시 겉으론 껄렁껄렁해도 속은 작가님처럼 바른 사람이려니 믿고 싶었던 걸까요. 아니면 하도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작가님에게 데여서 즉흥적이고 적극적인 남자에게 기대볼 생각을 했던 걸까요. 어떤 경우의 수를 대봐도 납득이 안 가긴 마찬가지네요.

괜스레 서 대표의 알 수 없는 남자 취향을 들어가며 사설을 늘어놨지만 실은 제가 이진수 작가님의 까칠한 매력에 빠져들고 말았다는 얘길 하고 싶었던 건데, 혹시 눈치채셨나요? 빌 게이츠가 타고 다닌다는 자전거를 타고 등장하신 점은 좀 민망했지만 그거 한 가지 빼놓고는 다 마음에 들었어요. 작가다운 섬세한 손가락도, 때와 장소를 아는 세련된 옷차림도, 연세 높으신 분에게 대놓고 무례하지 않은 점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가만 보면 병준 씨보다 한층 업그레이드된 까칠남이시더라고요. 병준 씨야 단순해서 그때그때 자신의 감정이 고스란히 드러나지만 작가님은 일단 겉으로만 봐서는 더할 나위 없이 예의 바르고 겸손한 분이시잖아요. 그래서 비서인 승연양도 처음에 깜빡 속아 넘어갔던 거고요. 에고, 승연양 얘기가 나오니 갑자기 언짢아집니다.

자처했으니 어떤 굴욕이라도 감수하라고요?
작가님, 좋아하지만 이러시면 곤란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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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점만큼은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옳겠네요. 제가 작가님에게 반하니 어쩌니 했던 건 승연양에게 ‘그만둬, 해고야‘라고 하시기 전까지였다는 거, 분명히 말씀드립니다. 돈 몇 푼 가지고 어린 여자애를 쥐었다 놨다 하시는 것 같아서 마음이 불편하더군요. 물론 승연양 스스로 통사정해서 맡게 된 자리라는 거, 그리고 그만두라는 게 작가님 본심이 아니라는 것도 잘 압니다. 하지만 승연양에게 있어 해고 선언이라는 건 오갈 데 없는 사람에게 방 빼라는 소리와 같은 일종의 언어폭력이라는 걸 왜 생각 못하시는지요. 그간 헬륨가스 마시기부터 시작해서 훌라후프 돌리며 전화 받기, 들고양이 잡아 오기, 급기야 말똥더미 위로 날아간 종이 집어 오기, 호스로 물총을 쏴대기까지, 수없이 많은 굴욕을 승연양에게 주셨습니다. 작가님 입장에서야 죄다 장난이고 농담이겠지만 장난과 농담은 서로 합의가 된 사이에서나 즐거운 겁니다. 무엇보다 동등한 관계에서 오가야 재미가 있든 말든 할 게 아니냐고요.

서 대표에게 찝쩍대는 한지원을 대관령이 아니라 설악산 울산바위에 내다 버린다 한들 그게 무에 대수겠어요. 한지원은 달려와 어퍼컷 한 방을 작가님에게 날릴 수 있었지 않습니까. 작가님 때문에 늘 곤경을 치르는 서 대표도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응징을 가할 수 있고요. 그러나 승연양은 아무런 대처도 할 수가 없잖아요. 프로 비서를 자처했으니 어떤 굴욕이라도 감수하는 게 옳다고요? 그렇다면 “하고 싫은 일도 참고 해내는 게 프로다”라는 그럴듯한 말로 승연양을 세뇌시킨 바 있는 이진수 작가님께 묻습니다. 만약 승연양이 프로 작가가 어찌하여 예정된 사인회를 매번 펑크 내는지 묻는다면, 기다리는 팬들의 마음을 단 한 번이라도 생각해 봤느냐고 묻는다면 뭐라 대답을 하시려나요.
작가님, 좋아하지만 이러시면 곤란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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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정석희 (칼럼니스트)
편집. 장경진 th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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