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아이돌 산업의 중심에 있는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에서도 f(x)는 독특한 위치를 차지한다. 그들은 S.E.S.처럼 사랑스러운 모습을 과시하지만, ‘NU ABO’를 부를 때는 마치 신화가 ‘Wild eyes’나 ‘너의 결혼식’을 부를 때처럼 끊임없이 움직이며 군무를 춘다. f(x)의 멤버 크리스탈의 언니인 제시카가 있는 소녀시대가 데뷔 초 소녀의 귀여움을 보여주다 어느 순간 섹시한 이미지를 더한 것과 달리, 그들은 자신들의 세상에서 ‘꿍디꿍디’ 같은 알 수 없는 단어들을 떠올리는 10대 소녀들이다. 바깥 세상에 신경 쓰지도, 남자들에게 자신의 존재를 적극적으로 어필하려고도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그들은 ‘10대의 승리’를 외쳤던 H.O.T.처럼 10대 소녀들의 커뮤니티를 위한 그룹처럼 보인다. 어쩌면 f(x)의 답은 SM이 지난 15년 이상 아이돌 그룹을 제작하며 추구해온 ‘아이돌’ 그 자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f(x)의 미지수 x값을 결정짓는 건 기획사의 콘셉트가 아니라 정말 10대들인 f(x) 멤버 그 자신일 것이다. 10대인 그들은 만만찮은 아이돌 생활을 그들의 방식으로 달려 나가고 있었다. 시종일관 유쾌하면서도 종종 사람을 놀라게 했던 그들의 이야기.
루나는 <스타 골든벨>에서 리액션이 정말 좋던데요? 굉장히 크게 웃고.
루나
: 아니에요. (웃음) 저는 정말 카메라 신경 안 써요. 그냥 그 상황이 너무 재밌어요. 항상 보면 저 혼자 웃고 있는 거예요. 옛날에는 크게 웃는 게 좀 콤플렉스였어요. 그런데 이게 방송에서는 어떤 분이 ‘루청객’이라고 할 만큼 리액션으로 보이나 봐요.

예전에 SBS <진실게임>에 출연했잖아요.
루나
: 아…. (엎드린다)

“초심을 잃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빅토리아, 엠버, 크리스탈, 설리, 루나. (왼쪽부터)
아, 그 때 웨이브 얘기하는 거 아니니까 걱정 말아요. (웃음) 지난번에 한 얘기는 안합니다. 전에는 <진실게임>에 일반인으로 나왔는데 이젠 <스타킹>에서 자신처럼 어린 아이들이 나오는 걸 보면 어때요?
루나
: 옛날 생각이 많이 나요. 그 때 가수라는 꿈을 갖고 <진실게임>에 나갔던 거거든요. 지금 무대에 나오는 분들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하겠구나, 뭔가 자기 꿈을 위해서 굉장히 열심히 노력하고 있겠구나란 생각을 많이 하죠. <스타킹>을 촬영하는 곳이 제가 <진실게임>을 촬영했던 곳이라 의미가 더 깊구요. 초심을 잃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스타킹>에서 코리아나의 ‘Victory’ 부르는 거 보고 놀랐어요. 처음부터 끝까지 고음으로 쭉 지르던데.
루나
: 사실 그 곡을 처음 들었어요. (웃음) 원래 고음 부분은 없었는데, 노래를 어떻게 살릴까 하다 그 때 같이 출연한 플루트 하시는 분이 아이디어를 잘 내주셔서 그렇게 불렀죠.

뮤지컬을 할 생각은 없나요? 발성에 뮤지컬 느낌이 많이 나던데.
루나
: 네. 뮤지컬은 어렸을 때부터 했으니까요. 부모님이 성악을 하고 그러셔서 저도 언니하고 같이 뮤지컬을 했는데, 언제든지 하고 싶죠.

루나는 엠버와 같이 핸드마이크를 쓰잖아요. 가창력을 강조하는 멤버라는 포인트를 준 건데, 부담은 안 됐어요? 후반부에 혼자 목소리를 질러주기도 해야 하고.
루나
: 부담도 많이 됐지만, 기회이기도 하잖아요. 그 부분이 없느냐 있느냐에 따라 곡의 느낌이 되게 달라지거든요. 사실 그냥 중독성 있는 노래냐, 아니면 가창력 있는데도 중독성 있게 들을 수 있느냐가 다르니까. 부담은 많이 됐지만 더 욕심내서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엠버: 무대 전에 항상 “야 야 야 나 어떡해 어떡해 목 잠겼어 어떡해” 막 이래요. (웃음)
크리스탈 : 그러다 무대 올라가면 완전히. (웃음)
엠버 : 잘해요. 진짜 ‘freak out’이에요.

“빅토리아가 가장 애교 많은 멤버”



설리 “멍석 깔아주면 못하는데 멤버들끼리 있을 땐 좀 웃긴다”
그렇게 무대 활동도 활발하게 하면서 <헬로 f(x)>에서 처음으로 본인들의 일상을 보여줬어요. 긴장 안 됐어요?
설리
: 처음에는 좀 그랬죠. 말투, 행동 하나하나 다 나가는 거니까. 그 전에는 팬들이 상상하는 우리의 모습이 있었잖아요. 그런데 저희 모습을 보여주면 실망하는 분들이 있지 않을까라는 걱정을 조금 했는데, 찍다 보니까 카메라 있는 줄도 모르고 저희끼리 놀게 됐어요.

설리가 개그담당이라고 하던데요?
설리
: 저요? 에헤헤헤. 제가 좀 그래요. 제가 멍석 깔아주면 못하는 스타일인데, 저희끼리 있을 때는 좀 웃겨요
루나: 정말 당황스러운 거 있잖아요. 물을 마시고 있는데, 막 물에 대한 사물개그를 한다든가. 얘는 그냥 말한 건데 그게 재밌어서 웃는 거예요. 뭐라고 표현은 못하겠는데… 말투가 재밌는 사람 있잖아요.
설리: 제가.. 좀.. 느려요. 행동이나 말이랑, 음… 뭐냐?
루나: 생각하는 것도 좀 느리구요. (웃음)
설리 : 제가 좀 복잡한 걸 안 좋아하는 성격이라 그냥 툭툭 내뱉는데 웃더라구요.

그래서 김희철 씨가 예능진리로 만들겠다고. (웃음)
설리
: 아하하하. 희철이 오빠. 그런데 딱히 예능에 대해서 말해주는 건 없고. (웃음) 그냥 잘하라고 응원해주고, 라디오에서 항상 얘기해주고 그래요. (웃음)

지난 주 <뮤직뱅크>에서는 김희철 씨가 선글라스를 씌워주던데요? 그리고 앵콜 무대에 같이 오르고.
설리
: 일단 그 선글라스가 참 탐났어요. 저도 한 번쯤은 선글라스를 써보고 싶은데, 아무래도 여자 아이돌 그룹이다 보니까 회사가 안 시켜주잖아요. (웃음) 그래서 오빠 옆에서 “이 선글라스 한 번 써보고 싶은데” 하니까 주시는 거예요. 그 순간 “김희철에 빙의했다!”이러면서 혼자 희철 오빠 흉내내고. (웃음)

빅토리아는 팀의 애교 담당 아니에요?
엠버
: 완전요.
루나: 사람 자체가 애교에요.
설리: 언니가 처음에는 안 그랬어요. 저희들이랑 놀면서 어… 아마 저희한테 이렇게 맞춰준다고 해야 되나? 그렇게 저희랑 놀아주면서 애교가 많이 생긴 것 같아요.

언니의 속 깊은 애교군요.
설리
: 사실은 언니가 많이 노력했어요. 처음에는 몰랐는데, 이제는 알거든요. 리더다 보니까 우리를 편하게 해주고, 많이 도와주고, 항상 재밌게 하려고 했어요. 지금은 우리 팀에서 제일 애교쟁이가 됐어요. (웃음)

요즘에는 황정음 씨가 “치즈버거 주세요”하는 걸 따라한다면서요? (웃음)
f(x)
: (빅토리아 발음 흉내내며) 띠드버거!
빅토리아 : 저도 모르는 애교가 있나 봐요. (웃음)
루나: 오죽했으면 강호동 선배님이 <스타킹>에서 빅토리아 언니보고 “넌 나의 아이템”이라고 했어요. 계속 뭔가 아이템을 준다고. (웃음)

“이젠 행사를 즐기는 노하우가 생겼다”



엠버 “무대 위에선 관객에게 많이 서비스 해드리려고 한다”
빅토리아는 그런 애교도 있지만 웨딩드레스 화보도 찍었죠? 새삼 ‘아, 이런 사진이 가능한 사람이지’ 했어요. (웃음)
빅토리아
: 되게 좋았어요. 저랑 제일 어울리는 거 같아요. 나이도 그렇고. (웃음) 여자가 결혼할 때 꼭 한 번 입어야 되는 거잖아요. 저도 입으니까 되게 좋았어요.
설리: 저도 입어봤잖아요. (웃음) 그때 정말 결혼하는 기분이었거든요. 시원 오빠하고 결혼하는 콘셉트였는데 시원 오빠가 “첫 결혼하는 남자가 나네. 영광으로 알아”라고. (웃음) 그런데 정말 결혼하는 거 같아서 너무 기분이 좋은 거예요. 결혼할 때도 진짜 이런 기분일지 궁금하고.

설리는 화보 때도 그렇고 상황에 빨리 몰입하는 거 같아요. ‘NU ABO’를 부를 때도 계속 표정이 바뀌던데요. 반대로 크리스탈은 도도한 표정을 유지하고.
설리
: 네. 제가 좀 확실한 기분파에요. (웃음) 그래서 의상 하나, 메이크업 하나, 머리 하나, 분위기 하나에 따라서 기분이 달라져요. 그리고 노래를 부를 때는 이게 사랑 노랜데, 그 사람마다의 사랑이 다르니까 서로 다른 표정이 나와요.

설리의 사랑은 버라이어티 하군요.
f(x)
: 하하하.

그런 식으로 무대 위에서 노하우가 생기죠? 막 데뷔했을 때하곤 조금 다를 거 같은데.
크리스탈
: 아직 무대에 설 때마다 떨리긴 해요. 그런데 막상 무대 올라가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 발산을 하고. 저희가 행사나 공연 가면 ‘NU ABO’ ‘나나나나’ 부분에서 정해진 안무를 안 하고 사람들하고 즐기자고 생각하면서 (손을 앞으로 펼치면서) 같이 하자고 그래요. 그런 식으로 노하우가 생긴 것 같아요. 이젠 행사를 즐겨요. (웃음)
설리: 시선을 맞추면서 (웃음) 저희 공연마다 오는 분들이 계신데, 그 분들 오시면 막 손 흔들고 그래요.
엠버: 많이 서비스 해드리려고 해요. (웃음) 멋있는 퍼포먼스보다 그냥 재밌게 노는 게 더 좋은 거 같아요.

빅토리아와 엠버는 한국 연예계 활동을 한지 몇 개월 됐는데, 한국은 어떤 곳 같아요?
엠버
: 일단 방송 나가면 어떤 말을 할지 생각해요.
빅토리아: 처음보다 좋아졌어요. 말할 때 실수할까봐 “아, 이런데서 이렇게 해도 되나?” 하던 게 이제는 저희끼리 얘기할 때처럼 자연스럽게 되는 것 같아요.
엠버: 저는 미국에서 인사할 때 예를 들면 그냥 (손 흔들면서) “What`s up?”이라고 했고, 여기는 (고개 숙이면서) “안녕하세요”라고 해요. 그런데 제가 잘 몰라서 “What`s up?”이라고 했을 때 다른 사람들이 “아, 외국에서 왔구나” 이러면서 저한테 맞추는 거에요. 그러면 저는 “안녕하세요” 하면서 그 분들하고 친해졌어요.

크리스탈은 어린 시절 언니에게 악플을 단 게시물에 반박한 게 화제가 됐던데요.
크리스탈
: 아, 그거 저 아니에요.

이럴 때 해명하세요. (웃음)
크리스탈
: 그게 제가 아닌데, 어떤 분들은 저 인줄 알고 속상했구나 이러는 분들도 계시고, 어떤 분들은 얘가 그 때는 아직 활동도 아닌데 왜 그렇게 나서냐고 안 좋게 보신 분들도 있었던 거 같아요. 그런데 제가 아니에요. 누가 사칭한 거였어요. 그런데 이런 건 (기자가) 알아주셔서 저한테 물어보면 얘길 하는데, 굳이 제가 이건 이렇고 저건 이렇다 얘기하진 않아요. “아 아닌데 어쩌라고” 그러죠 뭐. (웃음)

대범하네요. (웃음)
루나
: 연예인들이 그런 일이 많잖아요. 긍정적으로 보려고 해요. 저희에게 정말로 지적을 해주시면 저희도 정말로 연구도 하고. 의견들 중에서 배울 점만 배워요.

정말 신인의 자센데요? (웃음)
루나
: f(x)입니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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