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에게 첫 번째 직장은 시행착오의 공간이다. 간절히 꿈꿨기 때문에 뛰어든 그 바다가 알고 보니 막힌 저수지일 수도 있고, 내가 사실 수영보다 달리기를 더 잘 한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을 수도 있다. 돌아나가야 하는 거리가 멀수록 망설임은 커지는 법. 그러나 어떤 사람들은 새로운 세상을 만나기 위해 다시 헤엄치기 시작한다. 연기자 최송현은 그렇게 자리를 옮겨 온 사람이다. 전직 KBS 아나운서로 와 를 비롯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스타가 됐고, 2007년 KBS MC부문 여자신인상을 받은 그는 이듬해 봄 연기자로 활동하기 위해 퇴사했다. “신문방송학과에 다니는 취업 준비생일 때는 아나운서 역시 절실한 목표였지만 일을 하면서 내가 원하는 길과 다르다는 걸 알게 됐어요. 후회는 없어요.“
보통 사람, 보통 여자로 공감을 얻다 아나운서 출신 연기자에 대한 대중과 매체의 엄격한 잣대에 대해 불필요한 설명을 늘어놓을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공지영 씨의 책에 ‘내가 원하는 대로 내 삶을 사는 건 이기적인 게 아니고, 타인이 내가 원하는 대로 살기를 바라는 게 이기적인 거’라는 말이 있어요. 인생을 맘대로 살 수만은 없는 거지만 아직 젊은 나이고 꼭 하고 싶은 일이 있었으니까 어려운 결정을 내렸죠.”. 연기자로서 플러스보다 마이너스에 가까운 유명세 외에는 아무 것도 가진 것 없이 기획사 미팅을 다니다 “정말 무모하시군요”라는 말을 듣기도 했고, 데뷔작 에 출연할 때는 “나는 언제든 잘릴 수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으로 한 신, 한 신에 매달렸다.
SBS 는 그런 최송현에게 배우는 결국 연기로 말한다는 평범한 진리를 보여줬다. 수수한 단발에 검은 뿔테 안경, 무채색 정장 차림의 워커홀릭 진정선 검사는 최송현의 길지 않은 연기 경력 중 가장 ‘보통 사람’에 가까운 캐릭터다. 드라마틱하지 않은 캐릭터라 더욱 표현하기 어려운 ‘진검’이 되기 위해 최송현은 법조계에 종사하는 아버지와 언니들의 조언을 듣고 실제 여검사를 만나보며 공부했다. “저도 직장생활을 하면서 선배들에게 혼난 적도 있고 후배들을 엄하게 다루기도 했기 때문에 위계질서를 중시하는 진검을 이해할 수가 있어요. 보통 여자들처럼 말끝을 늘리거나 올리는 어미 처리를 배제하고 낮은 톤으로 절도 있게 대사를 치면서 진검의 딱딱한 성격을 보여주려고 했구요.” 수년 동안 짝사랑하던 선배 윤 검사(한정수)에게는 고백도 하지 못하고 뒤돌아 눈물짓거나 데이트 신청 대신 혼자 벚꽃놀이 가서 셀프 카메라만 찍고 돌아올 만큼 답답한, 그러나 서툴러서 사랑스러운 진검의 모습은 최근 수많은 ‘보통 여자’ 들로부터 공감을 얻으며 연기자 최송현을 재평가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남들에게 따뜻한 좋은 배우가 되고 싶어요” “연기를 하는 즐거움은 내가 선택하고 완성해갈 수 있다는 데 있는 것 같아요. 정해진 대사라도 표현의 범위가 굉장히 넓고, 내가 아무리 준비를 해 가도 상대의 반응에 따라 느낌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는데 그걸 현장에서 만들어가는 게 좋아요” 방송에서 보았던 것처럼 발랄하면서도 또렷한 그의 말투 사이에 자신이 진심으로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다는 흥분이 섞인다. 그래서 그가 가고 싶은 길 역시 연기를 ‘잘’ 하는 것뿐만이 아니라 즐거운 현장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스태프들이 정말 고생을 많이 하시다가도 배우의 한 마디에 기뻐하세요. 어떤 분은 사람들과 친하게 지낼 시간 있으면 연기에 좀 더 신경 쓰라는 말씀도 하시던데 저는 남들에게 따뜻하면서도 좋은 배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배우는 상처를 많이 받는 직업이라 저도 모르게 마음의 벽을 쌓게 될 때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마음의 문을 닫아버리는 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아요.” 예상보다 훨씬 미래가 기대되는 연기자, 최송현이 말했다.
글. 최지은 five@
사진. 이진혁 eleven@
편집. 이지혜 seven@
보통 사람, 보통 여자로 공감을 얻다 아나운서 출신 연기자에 대한 대중과 매체의 엄격한 잣대에 대해 불필요한 설명을 늘어놓을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공지영 씨의 책에 ‘내가 원하는 대로 내 삶을 사는 건 이기적인 게 아니고, 타인이 내가 원하는 대로 살기를 바라는 게 이기적인 거’라는 말이 있어요. 인생을 맘대로 살 수만은 없는 거지만 아직 젊은 나이고 꼭 하고 싶은 일이 있었으니까 어려운 결정을 내렸죠.”. 연기자로서 플러스보다 마이너스에 가까운 유명세 외에는 아무 것도 가진 것 없이 기획사 미팅을 다니다 “정말 무모하시군요”라는 말을 듣기도 했고, 데뷔작 에 출연할 때는 “나는 언제든 잘릴 수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으로 한 신, 한 신에 매달렸다.
SBS 는 그런 최송현에게 배우는 결국 연기로 말한다는 평범한 진리를 보여줬다. 수수한 단발에 검은 뿔테 안경, 무채색 정장 차림의 워커홀릭 진정선 검사는 최송현의 길지 않은 연기 경력 중 가장 ‘보통 사람’에 가까운 캐릭터다. 드라마틱하지 않은 캐릭터라 더욱 표현하기 어려운 ‘진검’이 되기 위해 최송현은 법조계에 종사하는 아버지와 언니들의 조언을 듣고 실제 여검사를 만나보며 공부했다. “저도 직장생활을 하면서 선배들에게 혼난 적도 있고 후배들을 엄하게 다루기도 했기 때문에 위계질서를 중시하는 진검을 이해할 수가 있어요. 보통 여자들처럼 말끝을 늘리거나 올리는 어미 처리를 배제하고 낮은 톤으로 절도 있게 대사를 치면서 진검의 딱딱한 성격을 보여주려고 했구요.” 수년 동안 짝사랑하던 선배 윤 검사(한정수)에게는 고백도 하지 못하고 뒤돌아 눈물짓거나 데이트 신청 대신 혼자 벚꽃놀이 가서 셀프 카메라만 찍고 돌아올 만큼 답답한, 그러나 서툴러서 사랑스러운 진검의 모습은 최근 수많은 ‘보통 여자’ 들로부터 공감을 얻으며 연기자 최송현을 재평가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남들에게 따뜻한 좋은 배우가 되고 싶어요” “연기를 하는 즐거움은 내가 선택하고 완성해갈 수 있다는 데 있는 것 같아요. 정해진 대사라도 표현의 범위가 굉장히 넓고, 내가 아무리 준비를 해 가도 상대의 반응에 따라 느낌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는데 그걸 현장에서 만들어가는 게 좋아요” 방송에서 보았던 것처럼 발랄하면서도 또렷한 그의 말투 사이에 자신이 진심으로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다는 흥분이 섞인다. 그래서 그가 가고 싶은 길 역시 연기를 ‘잘’ 하는 것뿐만이 아니라 즐거운 현장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스태프들이 정말 고생을 많이 하시다가도 배우의 한 마디에 기뻐하세요. 어떤 분은 사람들과 친하게 지낼 시간 있으면 연기에 좀 더 신경 쓰라는 말씀도 하시던데 저는 남들에게 따뜻하면서도 좋은 배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배우는 상처를 많이 받는 직업이라 저도 모르게 마음의 벽을 쌓게 될 때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마음의 문을 닫아버리는 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아요.” 예상보다 훨씬 미래가 기대되는 연기자, 최송현이 말했다.
글. 최지은 five@
사진. 이진혁 eleven@
편집. 이지혜 s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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