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돌’의 탄생, 그 이후. 이미 세 번째 싱글앨범 활동을 끝낸 씨스타를 만난 이유는 바로 그 이야기를 듣고 싶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추석특집 MBC 에서 무려 3관왕을 차지하며 치열한 아이돌 시장의 뉴페이스로 떠오른 씨스타는 올해 설 특집에서도 눈에 띄는 활약으로 ‘체육돌’로서의 입지를 굳혔고, 그 사이 ‘니까짓게’로 KBS 에서 첫 1위를 수상했다. 쓰러지기 직전까지 연습을 하고, 격렬한 안무 때문에 무대 위에서 넘어질 지언정 몸을 아끼지 않고 자신들의 존재를 알리려 애쓰는 이들은 어지간한 사내아이들보다 더 씩씩해서 사랑스러운 소녀들이다. 여전히 하루가 멀다 하고 예능 프로그램과 연습실, 행사 무대를 오가는 빡빡한 스케줄에도 “이 정도는 보통이라고 생각해요. 괜히 쉬면 공허한 기분만 드니까 운동이라도 하러 가거든요”라며 넘치는 에너지를 자랑하는 데뷔 9개월 차 그룹, 씨스타를 만났다.효린 씨와 보라 씨는 얼마 전 MBC ‘라디오 스타’ 녹화에 참여했다던데 분위기는 어땠어요?
효린 : 장난 아니었어요! 제가 구라 오빠한테 막 사랑한다고 얘기했는데, 결국엔 안 받아주셨어요. 하하.
보라 : ‘라디오 스타’라서 긴장했는데 처음에는 다들 독하게 하시다가 저희랑 시크릿의 선화, 지은 양이 애교를 부리니까 평소보다 좀 약하게 해주신 것 같아요.
누가 제일 잘 챙겨주시던가요?
효린, 보라 : 국진 아빠요!
효린 : 국진 아빠가 다른 세 MC분들을 잘 다독거리시는 것 같아요.
다솜 : 우와, 멋있다.
효린 : 그런데 그러다가 세 분이 독설하시면 엄청 당황하세요. 하하.
“무대에서 몇 번 넘어지고 나니까 갑자기 무서워졌어요” 지난 달 세 번째 싱글앨범 활동이 끝났는데, 요즘 스케줄은 어떻게 되요?
효린 : 예능 프로그램도 있고, 입학식 시즌이라 대학교 오리엔테이션 행사도 다녀요.
보라 : 음악 프로그램에서는 카메라를 많이 신경써야 되는데 행사는 사람들이랑 진짜 재밌게 놀 수 있는 무대라서 좋아요. 만약 관객들이 얌전하게 서 있으면 막 애교를 부려요. 아이, 호응해 주세요오오~ 이렇게. (웃음)
정말 다양한 행사를 다녀봤을텐데, 그 중에서 가장 신기했던 곳은 어디였어요?
효린 : 어느 회사 노동조합 체육대회에 갔는데 단체 티를 입은 아저씨 분들이 엄청 많아서 놀랐고, 의외로 저희 노래를 따라 불러주시는 분들이 많아서 신기했어요. 와, 진짜 호응이 장난 아니었어요!
소유 : ‘Push Push’ 부를 때였는데, 무대에 스탠딩 마이크가 떡하니 서 있는 거예요. 사실 스탠딩 마이크가 필요한 안무는 아니었거든요. 그런데 이미 전주는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 어쩔 수 없이 직접 마이크를 하나씩 치우면서 노래했어요. (웃음)
‘니까짓게’에서 하이힐을 신고 킥을 하는 부분도 그렇고, 씨스타의 안무는 늘 파워풀한 것 같아요. 격렬하고 역동적인 안무가 팀 컬러로 자리잡은 것 같은데 소화하기엔 어때요?
효린 : 데뷔 전부터 하이힐을 신고 연습했는데, 처음에는 사실 저희도 발차기까지 할 수 있을거라곤 상상도 못했어요. 근데 연습하다 보니 어느 순간 성공해서 깜짝 놀랐어요.
소유 : 전 무대에서 몇 번 넘어지고 나니까 갑자기 무서워졌어요. SBS 사전 녹화 때, 방송에는 안 나갔지만 킥을 차다가 뒤로 날아간 적도 있어요.
보라 : 제가 많이 넘어져봐서 아는데, 이게, 두려워하면 넘어지는 것 같아요. 하하.
효린 : 아예 저희 징크스가 돼버린 것 같아요. 전 어제 장미꽃잎을 밟고 넘어졌어요. 제가 엄청 불쌍한 눈빛으로 멤버들을 쳐다봤는데, 그냥 무시하더라고요. (웃음)
소유 : 무대 옆에서 비눗방울 날릴 때가 제일 무서워요. 바닥 미끄러워지니까. 그래서 그거 보면 다들 당황하고, 매니저 오빠의 손길도 바빠지고.
다솜 : 근데 사실 저는 아직까지 한 번도 안 넘어져서 그런지 비눗방울 나오면 너무 좋아요. 언니들은 막 어떡하냐고 울상인데, 저만 혼자 신나는 표정을… 흐흐.
보라 : 한 번 넘어져봐야 우리 마음을 알지!
효린 : 그리고 넘어지면 아픈 것보다 부끄러운 게 더 큰 것 같아요.
보라 : 그치만 내가 많이 넘어져 봐서 아는데, 아프게 넘어지면… 아픈 게 더 크다? 하하하.
보라 씨는 얼마 전 KBS 에서 양궁대회 1등을 했잖아요. 사실 양궁은 따로 배우지 않으면 도전하기 힘든 종목인데, 연습을 얼마나 했어요?
보라 : 한 2주 정도? 처음에는 활줄이 자꾸 팔에 맞아서 멍이 들었는데, 양궁을 처음 배우는 사람들도 다 그렇게 시작한다고 들었어요. 잘하겠다, 못하겠다, 이런 생각 안하고 그냥 배우다보니 재밌었던 것 같아요.
효린 : 열정이 장난 아니었어요. 숙소에서도 만날 고무줄로 연습하고. (고무줄을 쭈~욱 당기면서) ‘효린아, 팔 좀 봐줘’ 이러고, 표정도 진짜 양궁 선수들이랑 똑같았어요. 옆에서 보고 있으면 엄청 웃겨요.
보라 : 사실 녹화 전날에 완전 슬럼프라서 걱정했는데, 막상 녹화 날이 되니까 갑자기 계속 9점, 10점만 맞히는 거예요. 아무 생각 안 하고 저만 생각하면서 쐈는데, 1등을 했어요. 헤헤.
‘체육돌’ 이미지의 대표주자이기도 한데 혹시 다른 이미지를 갖고 싶다는 생각도 해요?
보라 : 여성스럽고, 뭔가 지켜주고 싶고 연약해 보이는 이미지 좀 가져 보고 싶어요! 그래서 소유나 다솜이의 하얀 피부가 너무 부러워요. 저는 타고난 피부가 까만 편이라 항상 사람들이 ‘오, 건강하네?’ 이러거든요. (웃음) 물론 ‘체육돌’이란 것도 좋긴 하지만요.
“‘우결’을 완전 넋 놓고 봐요” 효린 씨는 MBC 뮤지컬 오디션 편에 출연했을 때 영화 에서 비욘세가 부른 ‘Listen’을 불렀잖아요. 우승해서 뮤지컬 의 주인공 자리를 따내기도 했는데.
효린 : 뮤지컬에서는 감정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Listen’을 부를 때도 음정이나 박자보다는 감정을 많이 실어서 불렀어요. 하지만 그 때 한창 앨범 활동을 하고 있던 시기라 아쉽지만 출연은 못했어요. 뮤지컬 경험도 없는 제가 주인공을 맡아서 15곡을 혼자 소화하려면 굉장히 오래 연습을 해야 하는데 앨범 활동과 병행할 수가 없을 것 같았거든요. 언젠가 다시 기회가 오겠죠. 하하.
예능 프로그램에 나갈 때마다 토크 외에도 뭔가 보여줄 수 있는 것들을 준비하느라 고민이 많을 것 같아요.
효린 : 사실 저희 같은 신인은 큰 프로그램에 출연하기 쉽지 않잖아요. 얼마 전 SBS 녹화를 했는데 어렵게 찾아온 소중한 기회니까 이걸 어떻게 잘 잡을 수 있을까 고민을 했어요. 결국 비욘세의 ‘Freakum Dress’를 부르면서 춤을 췄는데, 솔직히 한 99% 아쉬웠던 것 같아요.
다솜 : 와, 진짜 완벽주의자!
보라 : 효린이가 촬영 전날까지 계속 걱정하는 거예요. 언니, 나 틀리면 어떡하지? 이러면서. 근데 그렇게 걱정해도 실전에서 잘 한다는 걸 저희는 알거든요. 녹화 끝나고 와서 망쳤다고 속상해 했는데, 절~대 안 믿었어요. 하하.
효린 : 아! 그리고 제작진 분들이 ‘쩍벌녀 영상’ 자료를 준비해주셨어요. KBS 에서 ‘니까짓게’를 부르다가 미끄러질 뻔했는데 그걸 다리 힘으로 버텼거든요. 제 손으로 직접 그 사진을 들고 있었어요. 아하하하!
각자 예능에서 보여줄 수 있는 모습이 다 다를 텐데, 다솜 씨는 어떤 스타일의 프로그램에 나가면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다솜 : 저는 말로 웃길 자신이 있어요. 생각하는 걸 바로바로 말하는 스타일인데, 그게 좀 엉뚱하고 4차원처럼 보이는지 다들 재밌어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혼자 막 나가면 무슨 이야기할지 생각도 해 보고 회사 이사님께도 말씀드렸는데, 다 퇴짜맞았어요. 엉엉.
요즘 아이돌 그룹들이 MBC 에 많이 출연하는데, 혹시 기회가 된다면 출연하고 싶은 멤버가 있나요?
보라 : 저희 네 명 다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볼 때마다 우와, 우와, 이러거든요. 헤헤.
다솜 : 그 때 언니들 표정을 보면 다들 입을 못 다물어요. 완전 넋 놓고 봐요.
보라 : 제가 보기엔 ‘쿤토리아 커플’이 진짜 귀엽고 예쁜 것 같아요.
그러면 생각해놓은 파트너도 있어요?
효린 : 저는 강동원 오빠요! 하하. 진짜 최고인 것 같아요. 만인의 연인이죠.
보라 : 그러면 저는 송중기 씨! 하하.
다솜 : 저는, 다니엘 헤니 씨. 아니면 같은 회사에 있는 케이윌 오빠랑 찍어도 좋을 것 같아요. 저한테 조언을 해줄 수 있는 어른스러운 사람을 좋아하는데, 케이윌 오빠의 내면적인 부분이 제 이상형에 가까운 것 같아요. 저보다 12살이나 많으셔서 그런지 생각도 엄청 깊으시고 마음씨도 따뜻하세요.
효린 : 전 만약 케이윌 오빠랑 가상 커플이 되면 한 대 맞을 것 같아요. 만날 오빠, 오빠, 이러면서 귀찮게 따라다니는데, 그럴 때마다 막 ‘저리 가라’며 정색하시거든요. 아무래도 저를 남동생으로 보시는 것 같아요. 하하.
다음 앨범에서는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요?
소유 : 아직까지 사람들이 한 번에 기억할 수 있는 센 콘셉트를 한 적이 없는 것 같아요. 세다고 해서 옷이 짧아지고 이런 게 아니라, 여전사 같이 강한 느낌으로 한 번 가보면 좋겠어요. 노래도 좀 더 무거워졌으면 좋겠고.
다솜 : 전 푸시캣돌스의 ‘buttons’처럼 약간 인도 느낌의 노래도 불러보고 싶어요.
효린 : 저는 엄청 슬픈 노래! 그리고 한번쯤 인형 같은 콘셉트도 해보고 싶어요. 저희가 가수 중에선 메이크업이 굉장히 옅은 편이거든요. 이효리 선배님처럼 화려하면서도 예쁜 화장을 해봐도 좋을 것 같아요.
보라 : 저는 그냥 다~ 해보고 싶어요.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걸 워낙 좋아해요.
효린 : 이미 열정은 충만합니다. 하하!
글, 인터뷰. 이가온 thirteen@
인터뷰. 최지은 five@
사진. 이진혁 eleven@
편집. 장경진 th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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