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 이은 KBS 연작 시리즈 2탄 (극본 박지숙, 연출 한진서. 이하 < MSS >)는 주변으로부터 무시당하는 마이너 인생들의 역전극이다. 1회 초반에 밝혀지지만, ‘MSS’는 ‘무소속’의 약자다. 통제 불능의 사고뭉치 형사, 모든 사건을 연쇄살인으로 생각하는 과대망상을 앓는 형사, 애들을 키워야 한다며 업무는 뒷전인 아줌마 형사. 각 경찰서에서 감당하기 어려운 골칫거리들을 좌천시키듯 보내 급조한 이 조직은 조직으로부터 소속을 부정당한 인생들의 종착역인 셈이다. 그러나 이 ‘무소속’ 형사들은 다른 형사들이 미처 발견하지 못한 연쇄살인의 꼬리를 잡고 끈질기게 매달리며 사건 해결을 꿈꾼다. 수원 KBS 드라마 센터에서 3부 촬영이 한창이던 지난 6일, 조금은 삐딱하고 유쾌한 역전극의 주역인 손현주, 오만석, 윤해영을 만났다. ‘MSS’가 메이저들이 해결하지 못하는 사건을 해결하는 것처럼, 단막극도 장편드라마가 보여주지 못하는 것을 보여줄 수 있다고 말하는 이들은, 극 중 MSS 요원들과 무척이나 닮았다.방송 시간대가 일요일 밤 11시 15분으로 옮겨졌다.
손현주: 사실 조금 실험적인 시간대라 아쉽긴 하지만, 다행히 시청률이 5퍼센트 이하로는 안 떨어져서 희망이 있다 생각한다. 10퍼센트까지 바란다면 욕심이겠지만, 그래도 시청률이 잘 나와 줬으면 좋겠다. 그러면 이런 식으로 4부작 편성들을 이어 갈 수 있을 테고, 단막극이 없어지진 않을 것 같다.
연말 수상소감에서도 언급했지만, 손현주의 단막극에 대한 애정은 정말 각별한 것 같다.
손현주: 단막극은 장편보다 더 공을 많이 들이게 되고, 더 긴장하게 된다. 연기를 오래 하다 보면 매너리즘에 빠질 때도 있는데, 단막극을 하면 마음을 다잡게 된다. 그래서 더 많은 배우가 단막극을 사랑했으면 좋겠다. 소위 말하는 스타 배우들도 단막극을 하면 활성화도 되고 좋을 텐데. 그분들이 < MSS >를 보며 단막극도 이 정도면 영화 못지않다고 생각해 줬으면 좋겠다.
오만석: 나도 작년에 이란 단막극을 했는데, 무척 즐겁고 뿌듯했다. 드라마 작가들도 제한된 환경에서 활동하고 계신데, 좋은 작가와 감독들이 여러 가지 좋은 조합으로 계속 작업을 하며 양질의 드라마를 생산한다는 건 의미 있는 일이다.
“MSS는 외골수들이 모여서 만든 조직” 4부작은 1회로 끝나는 단막극과는 연기 호흡이 또 다르지 않나? 흔히 단막극의 매력이라 하면 극의 시작과 끝을 다 완벽하게 이해한 상태에서 완성된 연기를 보여주는 것에 있다고들 하는데, 아직 4회 대본이 다 안 나왔다고 들었다.
손현주: 후반에 반전들이 많이 기다리고 있다. 그래서 대본이 다 안 나온 것도 있고.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
오만석: 반전도 반전이겠지만, 4부작의 묘미를 살리기 위해 다 확정을 안 한 부분도 있다. 단편과 4부작의 차이라면, 단편은 방영 후에야 반응을 볼 수 있지만 4부작은 1부, 2부의 시청자 반응을 보고 3부, 4부에 반영할 수 있는 묘미가 아닐까?
윤해영: 오히려 모르고 있는 부분이 있어서 상상이나 기대를 더 많이 하게 된다. 감독님은 우리가 알고 있는 것들도 너무 표현하지 말고 모르는 척, 계속 의심을 하면서 가보자고 하신다. 우리의 긴장감이 시청자들에게도 전달되지 않을까.
손현주: 그런데 4부작은 조금 아까운 거 같다. 8부작, 16부작으로 가고 싶기도 하고. < MSS > 시즌 2가 나왔으면 좋겠다.
윤해영: 그러게. 다른 사건도 해결하고.
단막극의 경우 평소 맡던 것과는 다른 이미지의 배역을 맡게 될 때가 많은데, 오만석이 맡은 노철기도 그동안의 캐릭터와는 달리 다혈질에 쾌활한 역할이다.
오만석: 때도 밝은 에너지를 발산하는 역인 줄 알고 시작했는데 이야기가 뒤로 갈수록 어두워지더라. (웃음) 이번엔 정말 즐겁게 촬영하고 있고, 손현주 선배, 윤해영 선배와의 호흡도 너무 좋다. 그래서인지 우리 촬영장에선 배우들이나 스태프들이나 촬영하면서 계속 웃는다. 경쾌하고 밝고 빠른 드라마를 하다 보니까.
손현주: 그게 추워서 웃는 경우도 있다. 웃기라도 안 하면 너무 힘드니까. (좌중 폭소) 촬영을 12월 24일, 25일, 입이 돌아가서 대사가 안 될 정도로 추울 때 촬영을 했다. 그럴 땐 헛헛해서도 웃기도 하고, 분위기를 살리자고 웃는 경우도 있다.
노철기는 역시 4부작인 KBS 에서 오만석의 친구인 이선균이 맡은 동명의 형사 캐릭터이기도 하다.
오만석: (이)선균이가 연기를 잘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좋은 평을 들었던 작품의 연장선상에 함께 서 있다는 게 나쁜 일은 아닌 거 같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은 못 봤는데, 일단 주어진 대본에 충실하려 한다. 만약 작품을 봤다면 의식하느라 더 잘해야 한다는 생각이나 피해 가려는 생각이 들었을지도 모르지만, 어차피 못 봤으니까. (웃음)
노철기가 즐겁고 쾌활한 인물이라면, 그와 콤비를 이루는 황준성 형사는 어둡고 침울한 캐릭터다.
손현주: 아무래도 선배의 죽음으로 인해 연쇄살인범을 쫓는 인물이다 보니 모든 걸 연쇄 살인에 초점을 맞춘 피곤한 캐릭터다. 경찰서에서도 좀 내놓은 인물이고. 그래서 황준성은 답답하기도 하고 어눌한 그런 형사가 되었다. 외골수인 거지. 생각해 보면 MSS는 외골수들이 모여서 만든 조직이라 할 수 있겠다.
“MSS가 우리 드라마와도 닮은 것 같다” 그 둘 사이에서 균형을 잡고 있는 게 홍일점 팀장 비비안인데, 1회에는 아주 잠깐 등장하더라.
윤해영: 아주 잠깐이지만, 등장하는 장면이 임팩트가 있지 않나? 시청자들에게 다음 편을 기대하게 하는 게 내 역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 때는 조폭 잡는 여형사였다가 이제 남편도 없이 두 아이를 키우느라 생계형 형사가 된 인물이지 않은가. 이 사람도 소외된 사람이니까 MSS에 온 거고. 그래도 ‘우리도 뭔가 할 수 있다’는 의욕을 가지고 팀을 이끌어 보려는 사람이다. 뒤로 갈수록 MSS를 단합하고 이끄는 면모를 보여줄 예정이다. 액션도 보여 주면서.
앞서 MSS는 외골수들이 모인 조직이라고 했는데, 외골수라는 건 어찌 보면 마이너리티란 뜻일 수도 있다. 본인 안에도 그런 면들이 있을까?
윤해영: 내게도 그런 부분이 있겠지만, 비비안은 너무 엉뚱한 캐릭터라서 연기 톤을 어떻게 잡아야 할지 헷갈렸다. 그러다가 아이들을 다루듯이 이 사람들을 다루면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MSS 안에서는 이 두 남자가 내 아들인 거다. 가끔은 혼내기도 하고, 어르고 달래며 엄마의 마음으로 비비안이란 캐릭터를 만들었다.
손현주: 결국 모든 숙제는 대본 안에 있다. 철저하게 대본 속 황준성에게 스스로를 맞추려 노력하고 있다. 12월부터 1월까지 촬영이 끝나도 옷을 안 갈아입고 퇴근하고 있다. 준성처럼 옷을 안 빨아서 그런지 냄새는 좀 나더라. (웃음) 싸우다가 길바닥에 쓰러지는 장면이 있었는데 이 옷을 입고 쓰러지니까 길바닥이 하나도 안 춥더라. 그렇게 편할 수가 없다. (좌중 폭소) 옷차림이라는 게 그렇다. 양복을 입을 때랑은 걸음걸이부터 다르니까.
오만석: MSS라는 게 어떻게 보면 우리 드라마와도 닮은 것 같지 않나? 경찰서에서 눈 밖에 난 마이너인 애들이 메이저들이 해결 못 하는 사건을 해결할 수 있다는 긍정의 힘을 보여주니까. 꼭 단막극이 장편에서 보여주지 못하는 것들을 보여줄 수 있다는 비유일 수도 있단 생각이 든다.
손현주: 말 잘한다. 준비해 왔냐? (좌중 폭소)
사진제공.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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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승한 fourteen@
편집. 장경진 th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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