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C “연극을 통해 값비싼 수업을 공짜로 받고 있는 셈”
김C “연극을 통해 값비싼 수업을 공짜로 받고 있는 셈”
류장하, 허진호에 이어 장항준이다. (이하 )라는 독특한 제목으로 시리즈의 3번째 주인공이 된 장항준 감독은 코미디감이 좋은 인물이다. 그래서 기주봉, 정은표, 김C 등 브라운관에서 더 자주 만났던 배우들이 참여하는 는 장항준 감독 특유의 장점을 잘 살리는 작품이다. 허허실실한 캐릭터와 군데군데 공들인 대사, 완급조절에 탁월한 코미디는 연극에 이질감을 느끼는 이라도 쉽게 극에 빠져들게 만든다. 지난 8일 열린 프레스콜에서는 특징을 잘 잡아낸 무대 세트에 적절한 음향효과와 조명이 더해지면서 연극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2만 5천 관객을 동원한 영화 을 뒤로 하고 두 번째 시나리오를 작성중인 만춘(정은표, 최필립)은 빚더미에 앉아 신용불량자가 되었다. 영화는 계속해서 엎어지고, 시골에 계신 노모는 아들을 농협에 보내려 하고, 형은 오토바이를 타다 사고가 난다. 시련이 겹겹이 쌓일 때 기회는 찾아오는 법. 허벅지 단란주점에서 접대를 일삼는 연극영화과 선배 ‘박중훈’(김C, 김경범, 이준혁)이 내민 영화제작자 ‘안성기’의 명함은 그렇게 재일교포 기업인 와타나베(기주봉, 백인철)와의 만남을 주선한다. 저예산 전기 영화를 위해 만난 두 남자는 90도짜리 술과 담배를 나누며 ‘사나이의 눈물’을 쏟아내고, 영화는 결국 그렇게 시작된다. 그렇다면 여기서, 와타나베는 과연 언제 어떻게 삐지는 것일까. 연극은 4월 6일부터 6월 6일까지 백암아트홀에서 계속된다. 다음은 연습실의 훈훈한 분위기를 물씬 느끼게 해주는 프레스콜 현장에서의 공동인터뷰 내용이다.
장항준 감독의 첫 연극 연출이다. 기존에 했던 작업들과 달리 좋았던 부분과 힘들었던 부분이 있다면.
장항준 : 좋은 건 공연이 시작되니까 진행비가 나와 배우들이랑 같이 술 먹을 수 있었던 거다. (웃음) 사실 서울예대에서 연극을 전공했는데, 어쩌다보니 영화를 하게 되었다. 20년 만에 다시 무대로 돌아온 셈인데, 이렇게 힘든 건지 미처 몰랐다. 영화는 현장에서 찍은 후 편집과 후반작업을 거치면서 선택의 폭이 넓은데, 연극은 동시다발적이다. 그리고 일단 무대에 오르면 연출자가 배우나 스태프들을 컨트롤하기도 힘들다는 점들이 어려웠다. 영화에 비해 2배는 더 힘든 작업이다.

“와타나베를 통해 외로운 사람의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다”
김C “연극을 통해 값비싼 수업을 공짜로 받고 있는 셈”
김C “연극을 통해 값비싼 수업을 공짜로 받고 있는 셈”
김C “연극을 통해 값비싼 수업을 공짜로 받고 있는 셈”
김C “연극을 통해 값비싼 수업을 공짜로 받고 있는 셈”
극의 중심인물이 되는 와타나베를 기타노 다케시에서 모티브를 얻었다고 했는데, 어떤 부분에서 영감을 받았나.
장항준 : 기타노 다케시는 세계적인 감독이자 배우, 코미디언인데 그가 맡는 배역들이 비슷하다. , 같은 영화를 보면 외로운 야쿠자의 모습을 많이 보여준다. 그런 작품들을 보면서 언젠가 그런 인물을 그리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광폭하고 흉폭하고 난폭해 사람들과 소통하지 못하고, 그래서 외로운 인물. 외로움을 스스로 만들어가는 인물을 그렸으면 좋겠다 싶어서 와타나베를 설정했다. 와타나베가 연극 안에서 자신이 처음 야쿠자가 되던 순간을 얘기하고, 그것에 대해 후회를 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런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살아가면서 그때 그러지 말았어야 했는데 싶은 인생의 터닝 포인트에 대해 얘기하고 싶었다. 그리고 이미 망가져 사람들에게 적이 되어버린 자신의 인생에 대해 한탄하는 것을 떠나 어떤 외로운 사람의 이야기를 관객들에게 순수하게 전했으면 했다.

그러한 와타나베 역을 현재 기주봉과 백인철 두 배우가 연기하고 있다. 외모에서 풍기는 이미지에서부터 연기까지 정말 극과 극의 모습을 선보이는데 캐스팅의 기준이 있었나.
장항준 : 와타나베는 63세의 재일교포 야쿠자이다. 외모적으로는 백인철 선생님이 중견배우 분들 중에 가장 잘 어울렸는데, 겉으로 풍기는 외모 뿐 아니라 음성과 특유의 톤들이 모두 와타나베 같았다. 그리고 기주봉 선생님의 경우 일단 무대경험이 많으시고 작은 눈에서 뿜어져 나오는 카리스마에 기대는 부분이 많았다. 역시 그 부분에 있어서 굉장히 만족하고 있다. 그리고 연출자로서는 이왕 더블캐스팅을 하기로 했으면 비슷한 이미지의 배우를 둘이나 쓸 필요가 없지 않겠나. (웃음) 완전히 극과 극인 배우 분들을 모셔서 관객들이 두 배우의 차이를 느끼고 거기에서 재미를 느꼈으면 했다. 관객들 외에도 우리들 역시 그런 차이로 인해 어떤 변화가 있는지를 보기 위해서 캐릭터별로 확연한 캐스팅을 하게 되었다.

제목이 이다. 극에 참여하는 많은 관계자들 중에 가장 잘 삐지는 사람이 있다면 누구인가.
정은표 : 장항준 감독입니다.
장항준 : 사실 삐지는 성격은 아닌데 이 작품을 하면서 조울증이 심해졌다. 연습이 잘 됐을 때는 너무 기분이 좋은데 잘 안 됐을 때는 내가 생각해도 심할 정도로 티가 난다. 선생님들에게도 연습 끝나고 보통은 90도로 인사하는데 기분 안 좋을 때는 75도로 인사하고 그런다. 조울증이 심해져서 잘 삐진다고 생각하겠지만, 아무튼 요즘에는 수면제를 먹어야 잘 수 있는 상황이 됐다. 애는 크는데 참 큰일이다. (웃음)

“가장 잘 삐지는 사람은 장항준 감독”
김C “연극을 통해 값비싼 수업을 공짜로 받고 있는 셈”
김C “연극을 통해 값비싼 수업을 공짜로 받고 있는 셈”
김C “연극을 통해 값비싼 수업을 공짜로 받고 있는 셈”
김C “연극을 통해 값비싼 수업을 공짜로 받고 있는 셈”
를 하면서 가장 좋았거나 힘들었던 순간이 있다면.
정은표 : 특별히 힘든 장면은 없지만 다 힘들다. 만춘이 처음부터 끝까지 무대에 나오다 보니 톤이나 높낮이를 조절하는 게 제일 힘든 것 같다. 작가 장항준 씨가 써온 좋은 작품을 연출가 장항준이 잘하는 것 같지는 않지만 (웃음) 어쨌건 아직 내가 만춘이라는 인물을 소화하기엔 부족하고, 100% 표현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 있다.
장항준 : 정은표 씨는 서울예대 연극과 선배다. 내가 처음 입학했을 때만 해도 정은표 배우는 연극계에서 신화와도 같은 존재였다. 그 당시 혜성처럼 나타나 신인상을 다 휩쓴 사람이었는데 그런 은표 형에게 감놔라, 배놔라, 약하나, 쎄다, 그 대사 재미없다, 말하는 것에서 묘한 쾌감이 든다. (웃음)
최필립 : 만춘은 사실 감독님의 이야기이다. 그래서 디렉션을 줄때도 왠만한 연기자들보다 더 잘하신다. 6월 6일까지 공연하고 2개월 연장을 한다던데 나중엔 이 무대에 감독님이 서실 것 같다. (웃음)
백인철 : 오래간만에 연극을 하니 굉장히 힘들었다. 40여년 배우생활하면서 30년만에 연극을 하는 셈이다. 첫 시작을 연극으로 했었는데 고향에 돌아온 것 같은 느낌이다. 완전히 새로 시작하는 느낌이라 굉장히 힘들었고, 시간이 가면 갈수록 좋아질 거라고 생각한다.
기주봉 : 좋게 생각하면 다 좋고 나쁘게 생각하면 다 나쁘다.

멀티맨 역을 맡은 김C의 선택도 놀랍다. 연극은 처음인데.
김C : 굉장히 오래간만에 글만 보고 낄낄거렸다. 그래서 대본을 보자마자 바로 해야겠다 싶더라. 진지하게 임하고 있고, 주위에 워낙 좋은 배우분들이 많아서 값비싼 수업을 공짜로 받고 있다. 연극이라는 작업을 해보니 상당히 매력적이더라. 초보자이긴 하지만 굉장히 능수능란하게 하고 있다. (웃음)

여러 가지 역을 소화해야하는 멀티맨으로 가장 자신있는 캐릭터가 있다면.
김C : 멀티맨은 총 4가지 역할이 있는데, 아주 상이하게 모두가 다른 인물이다. 그래도 그 중에 제일 잘할 것 같다고 생각하는 건 일본자객이다. 자객이 우선 제일 짧게 등장하고 일본어로 대사를 하는데, 실제로 잘 못알아 들으실 것 같아서 그게 제일 자신이 있다. (웃음)
김경범 : 1장에 등장하는 선배 박중훈 역이 제일 부담스럽다. 어설픈 선배 역할을 잘 해낼수 있으면 좋겠고, 시간이 지나면 다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준혁 : 오늘 게이샤 역을 보여드렸는데 분장도 복장도 이 상태다. 우리 애가 5살인데 이 모습을 봤으면 좋겠다. 아빠가 어떻게 토마스 기차를 사오는지 알아야지. (웃음)

사진제공. 엠뮤지컬컴퍼니

글. 장경진 three@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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