틀린 말은 아니네. 그만 합시다.
1. 닥쳐
2. 너에게 GG를 선언하노라

SBS 의 윤세준(한정수) 검사는 냉정하지만 사려 깊은 인물이다. 그래서 그는 “누범기간 중에 같은 범죄 또 저지르면 가중처벌 됩니다”라며 해맑게 생계형 범죄를 저지른 피의자에게 원리 원칙을 전달하는 후배검사에게 “무조건적인 춰벌이 능솨는 아냐. 재판에 넘기며언 가중춰벌로 실형솰게 되자놔”라고 상대방의 입장을 생각하라는 충고를 언니처럼 조심스레 건넨다. 하지만 후배인 마혜리(김소연) 검사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저는 검사지…… 사회사업가가 아닌데요?”라며 그의 말에 좀처럼 수긍을 하지 못하고, 이에 대해 윤검은 장창을 들고 일어나 호되게 꾸짖는 대신 얕은 한숨을 내쉬며 다음과 같이 말한다. “틀린 말은 아니네. 그만 합시다.”

윤 검사의 이러한 발언은 쇼펜하우어적인 염세주의에 다름 아니다. 쇼펜하우어는 인간을 움직이는 것은 고매한 이성이 아닌 개인의 욕망이라고 생각 했다. 윤 검사의 눈에 비친 마혜리의 원칙은 그녀의 이성이 판단한 관념의 단계가 아니라 티끌 없는 검사가 되고자 하는 그녀의 욕망일 뿐이다. 그래서 윤 검사는 자신의 선택에 맞춰 그녀를 설득하는 대신 타인의 욕망을 존중하고, 다만 이 무의미한 논쟁을 종결하고자 한 것이다. 그러나 그의 기저에는 ‘눈물을 모르는 눈으로 진리를 보지 못하며, 아픔을 겪지 아니한 마음으로는 사람을 모른다’는 쇼펜하우어의 명언이 유구히 흐르고 있으며, 그는 마혜리와 분리되는 것으로 자신의 명예로움을 지킨다. 이러한 태도는 자신의 논리를 설득하기 위해 폭력에 가까운 설명을 늘어놓는 사람이 넘쳐나는 현대 사회에서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하나의 방편이 된다. 싸움에 휘말리지도 않고, 듣기 싫은 이야기를 차단할 수 있는 이 효과적인 멘트가 지난 일주일간 화제가 되지 않는 점은 참으로 애석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아직 누구도 주목하고 있지 않지만 과감히 이 문장이 유행어가 되기를 소망하는 욕망은 틀린 말은 아니……… 그만 합시다. 에휴.
용례(用例)
* 이런 건 김연아도 할 수 없는 기술! / 틀린 말은 아니네. 그만 합시다.
* 물론 그건 내 몸이 맞다! 가능한 한 포토샵의 도움을 받았을 뿐! / 틀린 말은 아니네. 그만 하죠. ㅎㅎㅎ
*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외국인의 의견을 들어봅시다./ 틀린 말은 아니네라고 할 줄 알았소? 그만합시다.
* 일부 세력이 조직적으로 비판 여론을 만들어냈다. / 틀니는 아니네. 그만 합시다. 제발.

글. 윤희성 nine@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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