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KBS 와도 작별할 시간이 왔다. 방영 초기부터 화려한 영상미를 자랑하며 무서운 속도로 시청률을 갱신하는 동시에 결코 가볍지 않은 정치 담론을 담아냈던 이 탁월한 작품은 과연 어떤 결말을 보여줄까. 알 수 없지만, 적어도 확실한 건 그 열쇠는 주군에 대한 충심으로 움직이다가 더 나은 세상을 만들겠다는 자각에 이른 송태하(오지호)가 쥐고 있다는 것이다. 갈등의 한쪽 축이던 대길(장혁)마저 그의 조력자를 자처한 지금, 그는 어떤 꿈을 꾸고, 어떤 방식으로 그것을 이루려 할까. 그리고 8개월 동안 송태하를 연기하며 자신의 새로운 가능성을 드러냈던 오지호는 그 시간 동안 무엇을 꿈꾸고 무엇을 이뤘을까. 의 종영 하루를 남긴 24일 진행된 공동 인터뷰에서 그는 와 함께 한 지난 8개월의 의미에 대해 말했다.

“가장 어려웠던 건 사극의 톤을 맞추는 것”
오지호 “<추노>를 통해 눈빛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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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종영이 다가왔다. 기분이 어떤가.
오지호 : 어제 마지막 촬영을 했는데 태하와 혜원(이다해)이 떠나면서 대길(장혁)에게 같이 가자고 하는 장면이었다. 대길이와 내가 손을 번쩍 들며 껴안았는데 찍으면서 뭉클하더라. 스태프 중에 몇몇 우시는 분도 있었고. 뭔가 더 있을 거 같은데 끝이라고 하니까. 지금은 시원하다. 다른 작품 때와 다르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드라마도 잘 되고, 내가 원했던 캐릭터를 비롯해 하고 싶은 것도 다해서 시원하다.

사극을 한다는 것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 그 시점에서 왜 사극을 선택했나.
오지호 : 사실 사극을 선택한다기보다는 송태하를 선택한 거고, 두려움은 없었다. 사극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얘기를 들으면 ‘그냥 하지 뭐’ 이랬다. 안 보던 사극들을 보면서 공부도 하고. 어려웠던 건 선택이 아니라 사극의 톤을 맞추는 거였다. 기왕 하는 거 욕먹으면서 하고 싶진 않았으니까.

지금은 사극을 선택한 걸 어떻게 생각하나.
오지호 : 사극을 찍는 재미를 알았다. 여러 경치 좋은 곳을 다니면서 새로운 배경 안에서 찍으면 내 모습도 새롭게 느껴진다. 그리고 사극 캐릭터로서 수염을 기른 게 연기 변신에 도움이 된 것 같다. 지금은 면도한 상태인데 마치 옷을 벗은 것처럼 조금 부끄러운 느낌이다. 탈춤을 출 때, 탈을 씀으로서 내성적인 사람도 할 말을 하게 되는 것처럼 나 역시 수염을 기르면서 캐릭터를 바꿀 수 있었던 거 같다.

캐릭터 얘기를 했는데 과거 MBC 이나 MBC 에서 보여준 코믹한 역과 다른 걸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오지호 : 내가 로맨틱 코미디를 하며 여자들에게 사랑스럽고 보듬어주고 싶은 남자를 보여줬는데 한 번 정도는 남자들이 봤을 때 정말 의리 있고 멋있는 인물을 하고 싶었고, 그런 마음으로 송태하를 받아들였다. 우리가 어렸을 때 동경하던 최민수 선배의 멋있는 모습처럼.

그렇다면 연기에서 힘든 건 없었나.
오지호 : 액션이나 비주얼적인 면은 어차피 감독님께서 잡아주시는 거니까 걱정하지 않았다. 힘든 건 나 스스로 송태하가 너무 답답하게 느껴지는 거다. 이 지점에서 태하가 뭔가 해줘야 할 거 같은데 그게 없는 거다. 명분을 가지고 움직이던 인물인데 그게 없으니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 없어졌다. 아마 국어책 연기라는 기사도 그런 태하의 답답한 모습에서 비롯되지 않았을까.

“내가 보여줄 수 있는 건 최대한 보여줬다”
오지호 “<추노>를 통해 눈빛을 얻었다”
를 통해 눈빛을 얻었다”" /> 태하는 그야말로 영웅의 스펙을 장착한 인물인데, 그걸 시원스럽게 발현하지 못해서 더더욱 답답했을 거 같다.
오지호 : 나는 처음에 태하를 말 그대로 영웅으로, 혁명을 일으킬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연기를 했는데 그게 아닌 거다. 그래서 스스로 합의점을 찾은 게 이 인물을 그냥 명령에 따르는 무관이라고 봤다. 과거에 모시던 소현세자의 명을 받들어 원손(김진우)을 구할 힘 정도는 있었지만 거기까지인 거다. 그러니 뭘 해도 안 되는 거다. 봉림대군(이준)을 찾아가서 원손을 살려달라고 부탁하는데 그것도 안 되고, 용골대(윤동환)와 친하니 청나라에 몸을 의탁하려 하고. 그래도 청나라에 가진 않는다. 충직한 군인이던 사람이 혜원을 만나면서 조금 변했다. 곁에 있는 사람부터 지키는 작은 실천으로 시작해 반상의 경계가 없는 더 나은 세상을 만들겠다는 꿈을 꾸게 됐으니까. 그래서 이 나라에 어떻게든 머물러서 세상을 조금씩 변화시켜 보겠다는 마음을 가지게 된 거 같다.

그런 태하의 변화가 성장이라고 생각하나.
오지호 : 그렇다고 생각한다. 혜원을 노비인 언년이로 인정하지 않는 태하에게 대길이 여느 양반과 똑같은 사람이라고 할 때 스스로에 대해 고민해봤던 거 같다. 태하는 백성을 구하는 임무를 다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정작 백성들은 양반을 싫어하고. 그런 걸 깨닫고 그 괴리를 중재할 인물이 되겠다는 각성을 하고 성장하는 거 같다.

혜원과의 만남이 변화의 계기인 건 알겠다. 하지만 말도 많았던 제주도 키스신은 역시 좀 생뚱맞은 것 같다.
오지호 : 어느 정도 그렇게 보였으니 그런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겠지만 결국 태하가 변화한 것이라고 본다. 그저 충직한 군인이기만 했다면 그 상황에서 원손만을 데리고 갔겠지. 하지만 과거 부인과 아이를 잃으면서 가족을 구하지 못한 사람이 어떻게 나라를 구할 수 있겠느냐는 심정으로 혜원을 의리 있게 지켜왔던 거고, 그것이 제주도까지 내려가는 과정에서 사랑으로 발전했다고 본다. 이미 사랑은 시작된 거고, 혜원을 찾아 발길을 돌렸을 때 내 부인이 될 사람을 맞으러 간 거지. 키스신 이전 철웅(이종혁)과의 결투 장면이 세서 상대적으로 생뚱맞아 보였을 수 있지만 그 상황에서 태하 개인적으로는 그렇게 하는 게 맞다.

이제 태하와 헤어질 때가 됐다. 결과적으로 이미지 변신에 만족하나.
오지호 : 거의 8년 동안 로맨틱 코미디를 하다 송태하를 만나서 남자답고 진중한 인물을 보여준 건데 그 첫 시도가 정말 잘되어서 영광이다. 서로 다른 두 가지 캐릭터를 연기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건 앞으로 소화할 수 있는 캐릭터가 더 넓어졌다는 것이고 그것이 내게 가장 중요한 의미다. 연기도 만족한다. 백퍼센트 만족할 수는 없겠지만 내가 보여줄 수 있는 건 최대한 보여줬다고 본다.

“우리는 그냥 한낱 무관, 양반, 노비였던 거다”
오지호 “<추노>를 통해 눈빛을 얻었다”
를 통해 눈빛을 얻었다”" /> 그렇게 새로운 캐릭터를 잘 보여주는 시기라 오징어 짬뽕 CF를 찍은 게 더 당황스럽기도 하다.
오지호 : 죄송하다. (웃음) CF 제의가 들어왔을 때 이걸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이 많았다. 지금 진중한 송태하 역을 맡고 있는데 CF 때문에 드라마에 누가 되진 않을까. 그런데 나의 장래도 있지 않나. 내가 만약 앞으로 송태하 같은 역만 할 거라면 그 CF를 찍으면 안 되지. 하지만 나는 앞으로 코믹한 모습도 소화해야 하는 사람이기에 CF를 통해 우스꽝스러움도 보여주고 싶었다. 곽정환 감독님께서 “설마 앞에 CF가 붙진 않겠지?”라고 했는데 바로 붙더라. (웃음) 그 땐 좀 죄송했다.

태하의 남자다운 모습이 곽정환 감독의 연출로 극대화되기도 했는데 같이 작업하며 본 곽정환 감독은 어떤 타입인가.
오지호 : 진짜 꼼꼼하고 진짜 편집을 잘하는 감독님이다. 일단 색감이 좋고. 가장 중요한 건 자기와 같이 작업하는 배우의 장단점을 정확하게 안다. 그래서 배우가 전작에서 보여준 연기를 절대 시키지 않는다. 그래서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 가령 다른 드라마에서는 상대방과 얘기하다가 그 사람이 떠나면 잠시 다른 곳을 보고 딴 생각하다가 다시 돌아보며 컷이 끝나는 경우가 많은데 감독님은 절대 그런 걸 시키지 않는다. 얘기가 끝나면 그 사람을 눈으로 계속 따라가며 감정이 나와야 한다는 거였다. 그게 너무 좋았고, 감히 말하자면 이번 작품을 통해 눈빛을 얻어가는 거 같다.

그런 연출을 통해 아름다운 장면 역시 많이 등장했는데 가장 마음에 드는 장면을 꼽는다면.
오지호 : 8개월 동안 드라마를 찍으면서 오열 신, 대길과의 갈대밭 대결, 같은 청나라 군사와의 싸움 등, 여러 장면이 기억에 남지만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건 태하와 대길이 갈대밭을 나란히 뛰며 서로를 보고 씨익 웃는 장면이다. 서로를 받아들이지 못했던 팽팽함이 끝나는 순간이 아닌가 싶다.

때도 그랬지만 이번에도 정말 좋은 작품을 만난 것 같다.
오지호 : 사실 내가 가지고 있는 걸 충분히 보여줄 수 있을 거라고, 그래서 잘 될 거라고 예상은 했다. 하지만 처음부터 그렇게 인기를 끌줄은 몰랐다. 앞으로도 이런 경우는 거의 없지 않을까. 이런 드라마도 없을뿐더러, 태하 같은 역을 맡은 건 정말 내겐 복이었다. 다시는 나오기 힘든 작품일 거 같다. 사실 잠깐 주춤할 때도 있었지만 그게 우리 드라마의 미덕이었다. 진짜 태하가 혁명을 일으키고 그러면 더 재밌었을 수도 있지만 우리는 그냥 한낱 무관, 양반, 노비였던 거다. 그냥 사람 사는 얘기였고 그래서 좋았다.

혹시 시즌 2를 만들면 출연하겠나.
오지호 : 계약하고 해야지. 대신 내가 잡으러 다니고 싶다. 쫓기는 건 너무 힘들다. (웃음)

글. 위근우 eight@10asia.co.kr
사진. 이진혁 eleven@10asia.co.kr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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