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진웅│My name is...
조진웅│My name is...
My name is 조진웅. 본명은 조원준인데 아버지 성함을 따서 우레 진(震)에 수컷 웅(雄)을 쓴다. 같이 있으면 낯간지러워서 말 못하지만 아버지를 되게 존경하고 좋아한다. 아버지께선 ‘니가 이제 별걸 다 가져가는구나’ 하시더라. (웃음)
1976년 3월 3일생, 극소심한 A형인데 덩치가 크니까 학교에선 가만히 있기만 해도 건드는 애들이 없었다.
키는 185센티미터에 몸무게는… 그냥 0.1톤이라고 하자. (웃음) 체격이 큰 건 집안 내력이다. 어머니도 키가 크시고 친가에서도 아버지를 제외한 남자들은 다 나 정도 체구에 말술이시다.
커서 나쁠 건 없지만 대중교통 이용하기가 힘들다. 내가 앉아 있을 때 여자들이 날 보면서 얘기하고 있으면 ‘혹시 나만 아니면 두 사람이 앉을 수 있다는 얘길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할 만큼 소심하다. (웃음) 그래서 웬만한 거리는 걸어 다닌다. 택시도 앞자리에 타고 식당에서도 끝자리에 앉아서 옆 사람 불편하지 않게 하려고 신경 쓴다.
그래서 대학 때는 오토바이를 1년 정도 타고 다녔다. 폭주 문화 때문에 안 좋은 인식도 있지만 내 오토바이는 125cc 밖에 안 되고 보통 사람 셋이 탈 걸 혼자 타야 하는 내 덩치 때문에 시속 60km 이상 나가질 않았다. 노랑색이었는데 이름도 지어줬다. ‘나나’라고…
KBS 에서 원손을 빼앗아 도망가는 신에서는 내가 얼굴에 피 묻히고 칼을 들었으니까 애가 기겁을 해서 안 한다고, 집에 간다고 난리였다. 엄마, 할머니, 스태프들까지 달라붙어 달래고 나는 유치원 선생님인 여자친구에게 전화로 물어봤는데 ‘무조건 목마 태워 어르고 달래라’ 해서 그렇게 두 시간을 넘게 놀아주며 적응시켰다. 나중엔 내 얼굴 가리키며 “이거 뭐지? 피야?”하고 물어보니까 떨면서도 “피 아니고 물감이요” 라고 하더라. (웃음)
경성대학교 연극영화과를 나왔는데 수도권 연영과 학생들은 공강 시간에 오디션을 보지만 우리는 누가 오디션 본다고 하면 부산역까지 후배들이 따라 나와서 가다가 먹으라며 망에 싼 귤도 챙겨 주고 파이팅도 해 주는 분위기였다.
한번은 어느 작가님을 만나러 서울에 올라왔다 대학로 가서 장진 감독님의 을 봤는데 신하균, 정재영 선배가 나왔다. “날 여기서 내보내 줘!” 하며 벽에다 의자를 집어던지는데 그 벽이 끄떡없는 거다! 우리는 (벽에 팔을 짚으며) “아버지, 어떻게 저에게 이럴…” 하면 합판 벽이 울렁 하거든. 하하, 그만큼 열악한 환경이었다.
돈을 받는 대신 단비를 내면서 공연했는데 나더러 극단 막내니까 한 달에 30만원만 내라고 해도 대표님처럼 70만원 내고 싶다고 우기곤 했다.
당시 맥도날드의 ‘로날드 아저씨’가 고부가가치성 뛰어난 아르바이트였다. 3개월간 오디션을 치르고 본사에서 통과되면 미국 본사까지 넘어가서 최종 승인이 났다. 인턴 과정 2개월까지 거치고 나면 한강 이남 지역 매장 앞에 있는 밀랍인형이 내 사이즈로 바뀌고 정식 ‘로날드 아저씨’로 등록되는 거다. 하는 일? 매장 앞에서 연필과 쿠폰을 나눠주는 거다. 하루 3시간 정도 일하면 꽤 많은 일당을 받았다.
연애도 극장에서, 연극하는 사이사이에 했다. 예전 여자친구 중에는 기다리다 지쳐서 화를 낸 친구도 있었다. 나는 항상 뭔가 작품을 하고 있어서 많이 신경을 못 썼는데 그러다 발길질에 맞은 적도 있다.
지금의 여자친구는 알고 지낸지 10년, 사귄지는 4년 좀 넘었지만 항상 처음 만났을 때의 기분으로 지내려고 한다. 소심해서 여자에게 대시를 하거나 사귀자는 말도 잘 못하는데 이 친구에게 처음으로 “너랑 나랑 교통정리를 좀 해야 하지 않겠냐”고 하면서 시작했다.
MBC 의 장호는 하고 싶은 대로 다 하고 사는 사람이다. 아무 것도 절제하지 않기 때문에 생각과 감정이 표정과 대사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재벌 집 아들이긴 하지만 아버지한테 인정도 못 받고 아무도 사랑해주지 않는 장호를 나라도 좋아해줘야 하지 않을까 싶다.
코미디라는 건, 그만큼 진지한 장르는 없고 코미디일수록 더 진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캐릭터에 접근할 때는 인터뷰가 가장 좋은 방법인 것 같다. 어차피 캐릭터가 인간의 본질을 넘어서는 경우는 별로 없는 것 같다. 영화 에서 조폭 역을 연기할 때 지인을 통해 조폭을 만났는데 앉아 있기만 해도 사람들이 눈치를 보게 될 만큼 남다른 공기가 느껴져서 정말 무서웠다. 하지만 “수육 드실랍니까”라는 말엔 바로 “너무 사랑하죠” 했다.

글. 최지은 five@10asia.co.kr
사진. 이진혁 eleven@10asia.co.kr
편집. 장경진 three@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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