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거지 [명사]1. 뛰어난 외모를 가진 걸인일반적으로 ‘거지’는 특별한 거처를 갖지 않고 구걸로 목숨을 연명하는 무직업 방랑형의 인간을 이르는 말이다. ‘일하지 않으면 먹지도 말라’는 새마을 운동의 정서가 널리 보급되면서 노동의 가치를 더욱 신성하게 여기게 된 근대 이후 한국에서 거지는 타인을 폄하하는 단어 자체로 널리 통용되고 있다. 그래서 ‘거지 같은’이라는 수식어는 상대방의 직업과 신분에 관계없이 부정적인 무엇, 매력을 발휘할 수 없는 상태를 이르는 말로 이해된다. 그러나 ‘꽃거지’에서 의미하는 거지는 순수한 의미에서의 거지, 즉 걸식을 하는 낭인만을 지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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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국어에서 접두어 ‘꽃-’은 긍정형의 수식으로 사용된다. 흔히 ‘미남’, ‘노래’ 등과 함께 사용되며 이미 존재하고 있는 아름다움을 더더욱 강조하는 기능을 한다. 따라서 미남 중에서도 유난히 예쁘장한 이를 일컫는 ‘꽃미남’은 가능하나 미적 전제가 부족한 단어와 결합한 ‘꽃일반인’은 의미적 호응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꽃거지’는 미(美)의 위력이 추(醜)의 본질을 능가하면서 아이러니하지만 구체적인 의미를 부여받게 되었다. 특히 중국에서 발견된 잘생긴 ‘얼짱 거지’의 출현은 그동안 지역주민들 사이에서 그 존재가 구전되어 오던 ‘신림동 꽃거지’의 정체에 대한 탐구로 이어졌으며, 이후 경쟁적으로 다양한 방식의 매력적인 거지들의 존재가 보고되고 있는 추세다. 그중에서도 타고난 외모에 안주하기 보다는 후천적인 감각을 기반으로 주목받는 ‘패셔니거지’와 갈고 닦은 실력으로 관심을 모으는 ‘천재 거지’의 활약은 노력형 거지로서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모에 의한 계급화에 길들여진 현대인들은 거지의 신분 뒤에 감춰진 고단한 삶의 진실을 직면하기보다는 단순히 겉으로 드러난 외모에 기반 한 이슈 메이킹에 집중하고 있다. ‘개구쟁이라도 좋다, 씩씩하게만 자라다오’에 담긴 건강한 자존감에 대한 존중은 실종되었고, ‘거지라도 좋다, 잘생기기만 해다오’의 노골적인 외모지상주의가 지배하는 세상이 된 것이다. 요컨대, 참으로 거지 같은 세상이다.
그 외 주요 거지들
* 서래마을의 날씨 리포팅 중 발견된 꼬마 거지
* 2차원의 이미지로만 존재하는 줄 알았으나, 우리 주변에서 버젓이 활동하고 있었던 청춘 거지
* 왠지 거지 같지만 멋있는 이상한 나라의 거지
글. 윤희성 nine@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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