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현정이 올해 MBC 에서 탁월한 연기를 보여주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다. 걸 그룹 열풍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는 사람도 없다. 연말 결산이란 그렇게 원래 우리가 알고 있고, 관심 많았던 사람과 작품, 그리고 이슈에 대해 다시 한 번 정리하며 1년을 돌아보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때론 누구도 이야기하지 않는 것들에 더 큰 의미가 숨겨져 있을 때도 있다. 말하기엔 너무나 사소하지만 사실 지난 1년 동안 우리에게 끊임없이 회자된 ‘무엇’들을 가 골라냈다.공중파의 게스트로, 케이블의 MC로 대한민국 예능의 대들보로 활약하던 붐이 삭발을 하고 입대하던 날 눈물을 흘린 것은 수많은 예능 PD들만은 아니었다. 부은 눈으로 입을 가린 채 오열하는 이특의 모습은 올해 골든 디스크 대상에 빛나는 슈퍼주니어의 리더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청순하고 가련했다. 그러나 입대하는 날 눈물을 보이면 고무신을 거꾸로 신는다더니, 이특은 SBS 에 어느새 ‘특기가요’를 성공적으로 정착 시켰다. 붐의 100일 휴가가 기대되지 않을 수 없다.
졸속으로 기획한 코너들은 ‘노다지’는 커녕 ‘대망’(크게 망함)했고, 처럼 독립시킨 코너는 오히려 더 반응이 좋아졌으며, 연속된 조기종영은 한 달간 ‘땜빵 코너’로 프로그램을 채우는 희대의 해프닝으로 이어졌다. 에서 두 자리 수 시청률은 언제나 볼 수 있을까. 광고계에서는 주목도를 높일 수 있는 모델로 미인(beauty)·아기(baby)·동물(beast)을 선호한다. KBS 에 출연한 강아지 상구는 3B를 한 몸에 지닌 궁극의 매력체다. 수컷에 세 살을 바라보는 청년이건만 빼어난 미모와 특출난 어리광을 선보이는 그는 얼음장 같은 조재희의 마음을 녹이는 동시에 많은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평소 꾸준한 훈련으로 연기력을 다져 온 그는 준비된 강아지답게 뮤지컬 에 캐스팅되며 다재다능한 루키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 진정한 명승부라면 승패 자체는 중요하지 않다. 기아 타이거즈와 SK 와이번스의 용호상박 한국시리즈가 그렇다. 3승씩을 나눠 갖고 벌인 마지막 7차전 9회말 5 대 5 상황에서 터진 기아 나지완의 결승 홈런은, 말하자면 기아의 승리를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가장 극적인 결말을 위한 화룡점정일 뿐이다. 8월, 과로로 인한 황달 증세로 입원한 박명수는 MBC 멤버들의 병문안을 받았다. 이때를 틈 타 자서전 집필에 돌입한 그는 자신의 꿈을 이루려고 하는 젊은이들에게 죽비소리 같은 한마디를 남겼다. “늦었다고 생각할 땐 너무 늦은 거다. 그러니 지금 당장 시작해라.” 판매 수익금을 불우이웃 돕기에 사용하는 400원짜리 자서전을 빛낸 이 명문은 후일 ‘악마는 구라다를 입는다’ 특집에서 다시 한 번 작렬한다. 기억해라. 더울 때 더운데서 일하고, 추울 때 추운데서 일하는 수가 있다. 5월 29일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시신이 화장되는 상황이 KBS를 통해 생중계되던 중 “이명박 이 XXX, 복수할 거야. 이 XXX야!” 라고 울부짖는 한 남성의 목소리가 전국으로 퍼져나갔다. “내 귀에 도청장치가 있다” 이후 최대의 방송사고였다. 이에 수많은 네티즌들은 “어떻게 방송에서 ‘이명박 이 XXX, 복수할 거야. 이 XXX야!’라는 말이 나올 수 있느냐” “아무리 그래도 ‘이명박 이 XXX, 복수할 거야. 이 XXX야!’는 심하지 않느냐”는 의문으로 각종 게시판과 댓글란 및 검, 경찰청 홈페이지를 도배했다. Again and Again… 현실은 블록버스터였으나 드라마는 ‘시궁창’이었다. KBS 는 약 12시간 동안 광화문 거리를 통제하는 유래 없는 지원을 받으며 도심 총격전을 촬영했지만 남은 건 규모도 박진감도 없는 몇 분짜리 총싸움이었으니, 과연 땅 파는 사업을 좋아하는 누군가의 애청 드라마다운 행보라 하겠다. 별다른 이유 없이도 ‘욘사마’를 고깝게 여겼던 이들은 적지 않았을 것이다. ‘한류스타’라는 이름이 한국에서는 ‘거품’으로 읽히기 시작했지만 배용준은 한국 전통문화체험서 을 내놓아 베스트셀러로 만들며 누구도 예상치 못한 대규모 ‘국위선양’을 해냈다. ‘한류’가 아닌 ‘욘류’라는 말은 괜한 것이 아니었다.
“똑↗바루 해. 이것듀라~!” 골룸 분장을 한 안영미가 후배들에게 힘주어 외칠 때마다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났다. 층층시하 더럽고 치사한 사회생활에서 살아남고자 아부와 구박 스킬만 늘어가는 우리의 모습을 절묘하게 비튼 이 코너는 특히 위로 올라갈수록 우스운 짓만 벌이는 ‘강선생님’과 ‘안선배’가 많았던 올해의 신개념 위엄이었다.
친구의 반대말이자 MBC 의 해리가 싫어하는 상대에게 무차별적으로 사용하는 단어. 특히 백김치를 거부하면 여지없이 들을 수 있다. 어른은 큰 빵꾸똥꾸, 어린이는 작은 빵꾸똥꾸, 흑인은 새까만 빵꾸똥꾸로 구분되기도 한다. 영아기에 할아버지의 과도한 가스 배출을 견디지 못하고 말문을 열게 한 단어인 까닭에 유난한 애착이 있으며 ‘줄리의 성’을 사준다는 유혹에도 포기하지 못할 정도의 집착을 갖고 있기도 하다.
25년 관리한 옥토(沃土)에서 드디어 대풍이 터졌다. 김태원의 ‘국민 할매’ 캐릭터를 적극 활용한 미떼 광고의 대반전은 2009년 최고의 CF라 불러도 무방할 정도다. 상반기에는 예능을 수확하고, 그 때 뿌린 씨앗으로 연말에는 CF를 수확하니 이쯤 되면 부농이다. ‘생각이 나’도 11월 음원차트 50위권으로 선전했으니 아열대에서나 된다는 삼모작도 꿈은 아니다. 세상에서 가장 잔인한 이별은 그 이별을 평생 기억하게 만드는 일일 것이다. 헤어진 후 계속해서 교제했던 사실을 상기시키며 이별의 원인을 상대방만의 것으로 돌린다면, 그것이야말로 인연 끝 악연 시작이다. 그러나 그 방법이 인터뷰에 그치지 않고 변호인을 대동한 입장 정리와 고소장 제출의 수준에 이른다면 문제는 더욱 복잡해진다. 특수요원이 아니고서야 도저히 풀 수 없을 만큼 엉켜버린 감정의 실타래들이 평화롭게 녹아내리기를, 수많은 한류 팬들이 기도하고 있다. 에는 궁상식과 피혜자의 아이들 비취, 루비, 산호, 호박이 등장한다. 그들의 할머니는 결명자, 외할머니는 백조다. 이 중에서 비취는 서영국과 인연이 되는데, 그는 서로마와 이태리의 아들이다. 한편 의 김순경과 전과자 부부 사이에는 건강, 현찰, 이상이라는 아들들이 있다. 그리고 이들은 각각 엄청난, 도우미, 주어영과 인연을 맺는다. 도우미의 엄마는 심지어 계솔이다. 하지만 이들 모두를 압도하는 이름은 낙랑국에서 탄생했다. 일국의 공주인 자명의 어린 시절 이름은 뿌쿠. 울지 않고 씩씩하게 자라라는 의미의 이름이지만 그녀는 울어야 살 수 있는 자명고의 운명을 타고났다. 분명 슬픈 이야기이건만 떠오르는 선율은 흥겹다. 한치 두치 세치 네치 뿌꾸 뿌꾸 빰빰! 식모. 남의 집에 고용되어 주로 부엌일을 맡아보는 여자. 이제는 입주 가사 도우미라는 직업군으로 존속되고 있는 이 단어는 MBC 의 성공과 함께 새로운 의미를 얻게 되었다. 식모. 남의 집에 고용되어 안주인의 동생과 아들 사이에서 ‘밀당’을 펼치는 청순한 여자, 혹은 집안 일 따위 안 해줘도 좋으니 월급 60만 원을 주며 집에 모시고 싶은 VIP. 매력으로만 따지자면 MBC 이 창조해낸 꿀렁꿀렁 무용학도 꿀단지양을 빼 놓을 수 없겠다. 그러나 상대방을 파멸에 이르게 할 정도의 매력으로 치자면 단연 으뜸은 MBC 의 끝분(정주리)이야말로 진정한 팜므파탈이다. 귀양다리를 유혹하는 치명적인 눈빛과 손길은 주체할 수 없이 끈적이고, 맷돌을 돌리는 아마조네스 같은 에너지는 탄력적이다. 정말로 탐나는 여인이 아닐 수 없다. 성격은 까칠하고 야맹증과 알러지를 앓고 있는데다가 돼지를 무서워한다. 수많은 단점에도 불구하고 SBS 의 태경이 형님은 최고의 아이돌이자 고미남의 마음을 가장 설레게 한 멋진 형님이다. 천재적인 뮤지션이면서도 좋아하는 감정을 허락하고, 허락 받아야하는 미성숙한 마음을 가진 그는 제르미도 신우형도 갖지 못한 거리감을 해자처럼 두른 인물이었다. 그래서 그 진심에 도개교를 내리는 순간이 그토록 짜릿하고 달콤했던 것일 게다. 라디오 30분만 들어봐도 안다. ‘남녀탐구생활’은 올해 방송계 최고의 히트상품이다. 애청자 이벤트 당첨 발표도, 학습지 광고도, 대출 광고도 모조리 ‘남녀탐구생활’ 버전이다. 독특한 작법의 대본과 감정이 섞이지 않게 연출된 음성만 있으면 무엇이든 ‘남녀탐구생활’로 바꿀 수 있다. ‘원조’ 서혜정 성우가 아닌 ‘짝퉁’도 범람하는 현실은 그 가공할 인기를 증명한다.
글. 강명석 two@10asia.co.kr
글. 최지은 five@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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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윤희성 nine@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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