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f(x)의 크리스탈과 설리는 1994년생이다. 초등학교 때 쓴 일기가 인터넷에 돌아다니고, 설리는 학교에 가면 친구들에게 사인을 해달라는 재촉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변!신! 학교 종이 울리고 책가방을 소속사에 두면, 그들은 촉망받는 여성 아이돌 그룹의 멤버들로 변한다. 그들은 마치 콘서트처럼 한 시간에 달하는 화려한 쇼케이스 무대와 함께 데뷔했고, 소녀시대와 함께 휴대폰 CF를 찍었다. 그리고 그 CF에서 언니인 소녀시대의 제시카 못지않은 성숙한 표정을 지었던 크리스탈은 맑은 피부의 얼굴로 생글생글 웃으며 한마디 던진다. “태민이 오빠가 저보다 한 살 많아요.”

아직은 어린 아이들 vs 프로페셔널한 아이돌

리더 빅토리아를 제외하면 f(x)의 멤버들의 나이는 모두 만 열다섯에서 열일곱이다. 하지만 크리스탈은 일곱 살에 이미 캐스팅됐고, 초등학생 때부터 학교에서는 교과서를 연습실에서는 노래와 춤을 공부 했다. 중국에서 온 빅토리아는 6살 때부터 “부모의 체형까지 보고 아이들을 선발하는” 북경 무도 학원에서 발레부터 아크로바틱까지 다양한 춤을 배웠고, 온 가족이 성악을 하는 분위기에서 자란 루나는 자연스럽게 성악과 무용을 배웠다. 설리는 소속사에 들어오기 전 이미 SBS <서동요>로 시선을 모았던 ‘예쁜 어린이’였다. 여기에 미국에서 린킨 파크의 마이크 시노다의 랩을 좋아하고, 태권도와 농구를 좋아하던 ‘톰보이’ 엠버의 합류. f(x)의 소속사가 데뷔와 함께 그들을 아시아 전역에서 활동할 아이돌 그룹으로 성장시키겠다고 한 것은 나이와 상관없이 이미 ‘아이돌’이기에 충분한 그들의 매력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들은 설리와 빅토리아가 ’가위 바위 보‘를 안무에 응용하는 것을 즐거워하고, 아직 커다란 성공 보다 아프리카의 아이들 앞에서 공연하는 것이 꿈인 소녀들이다. 하지만 그들은 쇼케이스 당시 10여곡에 달하는 다양한 레퍼토리의 춤과 노래를 깔끔하게 소화하는 프로페셔널이다. KBS <열린 음악회> 출연 당시 폭우가 쏟아지는 상황에서도 흐트러짐 없이 웃으면서 춤을 추는 모습은 그들의 팬들에게 안타까움과 찬탄을 동시에 일으키기도 했다. ‘Chu~♡’를 부르며 알록달록한 옷을 입고 ‘난 이렇게 떨리는 가슴을 믿어 아직도 모르는 세상을 내게 열어줘요’라며 틴에이저의 마음을 노래하는 아이돌. 하지만 그들은 노래의 춤을 파워풀하게, 한 치의 오차 없이 ‘딱딱 맞춰’ 소화한다. 그리고 ‘초콜릿 러브’나 <코스모폴리탄>의 화보를 찍을 때는 서로가 깜짝 놀랄 만큼 성숙한 모습으로 변할 수도 있다.

너희들은 진짜 슈퍼 영웅이 될지도 몰라

그래서 f(x)는 기존의 걸 그룹과는 또 다른 즐거움을 선사한다. 그건 마치 디즈니 채널에서 로우틴을 대상으로 한 애니메이션의 주인공이 밖으로 튀어나온 것을 보는 것과 비슷한 경험이다. 한국말이 아직 서툴러 ‘뽀로로’를 통해 한국어를 배운 리더와 보이시한 래퍼, 그리고 귀여운 막내들과 “케냐에서 어린 아이가 굶주린 동생에게 얻어온 사탕 하나를 먹이려고 애쓰는 모습”을 보고 깊은 인상을 받았다는 의젓한 보컬리스트가 모여 마치 어린 슈퍼 영웅들처럼 무대에서 춤추고 노래한다. ‘성공’이란 f(x)의 y값이 어느 정도일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그들은 세상의 주인공이 되고픈 모든 10대 소녀들의 꿈을 눈앞에서 보여주는 첫 번째 세대다. 그리고 그들은 자라면서 그들의 변화에 어울리는 또 다른 꿈을 보여줄 것이다. 물론, 얼마 전 신종플루에 걸린 엠버와 크리스탈, 설리가 어서 툭툭 털고 일어나 건강하게 성장할 수만 있다면 말이다. 건강하게 이대로만 자라다오. 그러면, 너희들은 진짜 슈퍼 영웅이 될지도 몰라.

글. 강명석 (two@10asia.co.kr)
사진. 이진혁 (eleven@10asia.co.kr)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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