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를 마친 뒤, 비스트의 여섯 멤버들은 <10 아시아>가 준비한 음식과 음료수 쓰레기들을 비닐봉지에 넣기 시작했다. 그런 건 안 해도 된다고 하니 “저희가 해야죠”라는 말이 돌아온다. “신인이잖아요”라는 농담과 함께. 하지만 여러분, 그걸 알면 더 이상 신인이 아니에요.

화려한 이력 혹은 끊임없는 시도의 과거를 가진 아이돌

비스트는 그렇게 이미 아이돌 세계의 룰을 잘 알고 있는 듯한 6인조 그룹이다. 물론 그건 수 없이 기사화 된 그들의 데뷔 전 이력 때문일 수도 있다. 장현승은 그룹 빅뱅의 멤버가 되는 것이 눈앞에 있었고, 손동운은 2PM이나 2AM 중 한 명이 될 수도 있었다. 이기광은 이미 솔로 가수 AJ로, 그리고 MBC <지붕 뚫고 하이킥>의 세호로 자기에게 집중되는 스포트라이트의 맛을 알기도 했다. 회사에서도 ‘Bad girl’의 랩을 믿고 맡길 만큼 오랫동안 래퍼로 활동했던 용준형이나 데뷔 전부터 UCC를 열심히 찍으며 자신을 홍보한 양요섭도 10대 시절을 연습생으로 보내며 자신들이 데뷔한 이후 해야 할 일들에 대해 생각했다. 용준형이 “우리는 정리해주는 형이 없고, 친구라서 서로 고칠 게 있으면 고치라고 리더가 함께 모아서 이야기를 한다”고 말하자 “난처한 상황이 많긴 한데 어쩌겠냐. 누군가 해야 하는 일인데”라고 받아치는 리더 윤두준은 말할 것도 없다.

몇 년의 연습생 생활로 데뷔 전부터 팬이 생기고, 연습생은 데뷔를 위해 끊임없이 여러 회사의 문을 두드리는 시대. 비스트는 그 시대로부터 탄생해 어디서든 “안녕하세요 비스트입니다”를 외치는 신인이되, 신인이 왜 그렇게 인사하는지 알고 있는 ‘프로’의 자세가 몸에 밴 아이돌이기도 하다. 그들은 함께 연습하면서 “멤버들 잘 챙기고 상황 판단도 빠른” 윤두준이 리더가 되리란 걸 알았고, 무슨 일이든 일일이 회사에 이야기하는 대신 멤버들이 서로 상의해서 회사에 의견을 전달한다. 싱글 ‘Bad girl’로 무대에 오른 지 한 달 된 그룹이 “우리가 알아서 할 수 있는 것”과 “회사가 정하는 것”의 선을 알고, 같은 무대에 팬들이 질리지 않도록 “애드리브를 서로 상의해 카메라에 잘 잡힐 수 있도록 짜고 들어간다”고 말하는 걸 보는 건 새로운 경험이다.

아이들은 알고 있다, 자신들이 가야할 길을

비스트의 이런 모습을 보고서야 그룹 이름과는 다소 어울리지 않는 발랄한 댄스곡 ‘Bad girl’을 첫 싱글로 들고 나온 게 이해가 됐다. 데뷔 전, 아이돌에 관심 많은 사람들은 오랜 기다림 끝에 무대에 선 그들이 오기로 똘똘 뭉친 모습을 보여줄 거라 생각했다. 여느 아이돌 그룹처럼 해맑게 웃고만 있기엔 비스트로 뭉치기까지의 과정이 너무나 길고 복잡했기에. 하지만 비스트가 보여주는 건 오기가 아니라 무대에서 즐길 줄 아는 프로페셔널의 여유다. 그들은 알아서 애드리브를 넣고, 이기광처럼 “회사와 상의 없이” 무대 위에서 상의를 벗을 수 있다. 그런 여유 속에서, 그들은 전후좌우로 심한 동선을 보여주는 ‘Bad girl’의 안무를 데뷔 무대부터 빈 틈 없이 맞출 수 있었다.

누군가는 굳이 ‘역전’이나 ‘추격’같은 말을 쓸 수도 있다. 하지만 그들은 다시 시작한 것이 아니라, 20대를 앞둔 아이돌로 무대에 오르기 전 필요한 것들을 배웠던 것일 수도 있다. 신인답지 않은 그들의 안정된 분위기가 팀을 어떤 방향으로 이끌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때때로 대중은 준비된 신인보다 어설픈 재미가 있는 아이돌을 좋아하기도 하고, 남자 아이돌 그룹은 크게 성공하지 못하면 대부분 실패하는 가장 격심한 레드오션이다. 하지만 어떻든 괜찮지 않을까. 적어도 비스트는 자신들이 어떤 길을, 어떻게 가야할지 알고 있는 아이돌이니 말이다.

글. 강명석 (two@10asia.co.kr)
사진. 이진혁 (eleven@10asia.co.kr)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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