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저 [명사]
1. 패배자. 못난눔. 쩌리. 쭈구리
2. 180cm 미만의 남성 일반

더 설명할 것 없이 영어 명사 ‘loser’의 한글식 표기다. 승리자, 즉 ‘winner’의 반대말이며 다분히 부정적인 의미의 단어다. 그러나 KBS2 <미녀들의 수다>에 출연한 여대생의 개인적인 취향 덕분에 신장을 기준으로 남성을 평가하는 등급의 하나로 통용되기도 한다. 방송 이후 180cm에 도달하지 못해 루저로 분류된 전국 수백만의 남성들은 분노와 울분을 헥토파스칼 급으로 토해내며 발언 당사자의 사생활을 낱낱이 파헤쳐 함무라비적인 응징을 가하고 있다. 이는 참으로 자비심 없는 ‘스크루저’와 같은 태도이며, ‘배틀크루저’를 이용한 듯 쉴 새 없이 이어지는 공격의 위력은 해외스타 ‘톰크루저’라 할지라도 당해낼 수 없을 정도의 규모로 파악된다.

불확정의 시대. 사진은 포토샵으로, 실제 얼굴은 성형으로 실체를 가린다. 가진 재산은 펀드 반 토막, 부동산 급락으로 언제 사라질지 모르며 지닌 능력은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정부의 방침에 따라 비전의 명암이 급격히 갈린다. 그러므로 신발을 벗는 것으로 간단히 정확한 측정이 가능한 신장을 주된 평가의 기준으로 삼는 여학생의 심정을 아주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혼란 속에서 선천적으로 부여받은 가치가 신분을 결정짓는 것은 이미 오래 전부터 전해오던 인습으로, “왜 전 성골로 태어나지 못했을까요”라는 미실의 탄식은 이러한 법칙을 요약하는 한마디다. 그런 점에서 불확실한 유전의 법칙을 따르는 신장은 차라리 폐쇄적인 세습제보다도 유연한 기준이라 할 수 있겠다. 그러나 100m을 앞서 달릴 수 있는 시절에 반 발짝 앞서나가는 사람은 사실상 뒤쳐진 것이나 다름이 없다. 선천적인 무엇이 운명을 결정지어서는 안 되며, 자신이 선호하는 것 이외의 것을 폄훼하는 것은 저열한 태도라는 것은 21세기의 상식이다. 또한 상식이 없는 사람에게 무차별적인 돌팔매를 던지는 것 역시 21세기의 방식으로는 적합하지 않은 행동이다. 깐다고 발끈하면, 그게 지는 거다.

용례[用例]
* 루저를 피하고 싶어서, 아무리 달려 봐도.
* 뛰는 위너 위에 나는 루저
* – 루저 – 루지스트 ↔ 윚 – 위너 – 위니스트

글. 윤희성 (nine@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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