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천하무적 이평강> 1회 KBS2 월-화 밤 9시 55분
<천하무적 이평강>의 첫 회는 실질적으로 <천방지축 우온달>이었다. 강원도의 리조트 회장인 아버지의 결혼식에 참석하러 한국에 온 우온달(지현우)은 괴한들에게 돈과 옷을 뺏기고, 이평강(남상미)에게 변태 취급을 받으며 얻어터지고, 파티에서 아버지를 위한 축하 노래를 부르며, 혼자 있을 때는 세상을 떠난 어머니의 모습이 담긴 녹화 테이프를 보며 눈물 흘린다. 그 사이에는 친구 사이였던 톱 모델 관자락(차예련)과의 키스 신이나 아버지가 재혼한 제왕후(최명길)의 아들 제영류(김흥수)와의 긴장 관계도 나온다. 이런 우온달의 원맨쇼는 <천하무적 이평강>의 스토리라인이 사실상 우온달 중심이기 때문이다. 리조트를 둘러싼 경영권 대립, 관자락-우온달-이평강 등이 얽힌 애정관계는 모두 우온달을 중심으로 돌아간다. 2회부터는 이평강의 비중이 더욱 커지겠지만, 이 드라마는 애초에 ‘우온달의 리조트’가 이야기의 배경이 되고, <천하무적 이평강>은 우온달의 온갖 소동들 사이로 그 설정들을 자연스럽게 설명한다. 지현우의 코미디 연기도 때론 과장된 것처럼 보이지만, 한 회 전체를 보면 그것이 우온달의 의도적인 과장으로 보여 이해할 수 있다. 또한 지현우의 연기는 너무 능청맞아 오히려 귀여울 정도다. 그러나 문제는 그 모든 것들이 보여주는 설정 그 자체다. 오해가 겹쳐 티격태격하는 남녀 주인공이나 아버지의 회사를 두고 경영권 분쟁을 벌이는 형제의 설정은 과거 트렌디 드라마에서 숱하게 반복된 것들이다. 이 전형적인 설정들만으로 재미를 주기란 쉽지 않다. 그리고 아마도 우온달과 이평강의 전생 이야기가 이 드라마에 참신함을 불어넣을 요소일 것이다. 전생이 단지 코미디로 소모되지 않고 현재의 이야기와 섞일 때 캐릭터의 감정선이 보다 깊어질 듯하다. <천하무적 이평강>은 앞으로 뻔한 듯한 이야기 안에서 어떤 새로움을 보여줄 수 있을까.
글 강명석

<미녀들의 수다> KBS2 월 밤 11시 10분
<미녀들의 수다>(이하 <미수다>)가 시작된 지 벌써 3년이 지났다. 국제화 시대에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지닌 외국 여성들을 출연시키며 초기의 <미수다>는 독특한 포지션을 선점했지만 그뿐, 그동안 미녀들만 바뀌고 토크는 제자리걸음했다. 그리고 가을 특집 2탄으로 방송된 ‘미녀, 한국 여대생과 만나다’ 편은 최소한의 고민을 거치지 않은 방송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를 보여주었다. 동일한 질문에 양 측의 답변을 듣고 문화적 차이를 비교하는 코너에서 ‘나는 키 작은 남자와 사귈 수 있다’라는 주제를 두고 나눈 토크는 특히 방송사고 수준이었다. 커플이 다닐 때 남자가 여자보다 작으면 보기 안 좋다거나, 키 작은 남자는 ‘루저’라고 생각한다는 여대생들의 발언들이 거침없이 쏟아졌다. 시청자는커녕 바로 앞에 앉아 있는 남성 패널들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조차 없는 솔직함은 불편함을 넘어 폭력이었다. 이어진 대화에서도 한국 여대생들은 독립적인 한 인간이 아니라 남자의 경제력, 부모의 지원, 타인의 시선에 기대 사는 존재라는 선입견에서 벗어날 만한 대답을 거의 내놓지 못했다. “저보단 (남자의) 조건이 나아야 한다”는 여대생에게 미녀들이 “그렇게 자신 없으세요?”라고 날카롭게 지적하는 식으로 분위기는 험악해졌고 방송은 유독 두 집단의 대립과 여대생의 모순적인 태도만을 부각시켰다. 그래서 어제 방송에서 드러난 토크의 수준이 너무나 낮았다면 그 책임이 오로지 발언자 개인만의 몫은 아닐 것이다. ‘데이트 비용은 남자가 내는 게 매너다’, ‘조건이 맞으면 사랑 없이도 결혼할 수 있다’ 등 여대생들을 불러 놓고 <미수다>가 던진 화두 역시 딱 그 정도 수준이었다. 대한민국 공영방송 KBS에서 그러고 있다.
글 최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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