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와 스태프를 혹독하게 다루는 것으로 유명한 프랑스뮤지컬은 이제 국내 뮤지컬시장 속 하나의 장르가 되었다. ‘배우’라는 명칭 대신 싱어와 댄서로 철저히 분업화된 시스템은 한 작품당 서른 곡이 훌쩍 넘는 뮤지컬 넘버와 격렬한 안무 등으로 대변되어 눈길을 사로잡는다. 또한, 무대의 상하좌우를 막론하고 공간을 남김없이 채우는 세트와 공연이 끝나자마자 관객을 무대 앞으로 우르르 모이게 만드는 커튼콜 등은 이제 프랑스뮤지컬의 특징으로 자리 잡으며, 관객들에게도 익숙함을 선사한다.

국내에 ‘프랑스뮤지컬’이라는 장르를 처음으로 소개한 <노트르담 드 파리>(이하 <노담>)와 <돈 주앙>을 거쳐 3일부터 앵콜공연을 시작하는 <로미오앤줄리엣>으로 오게 되면 그 장르미는 더욱 확실해진다. 누구나 다 아는 고전의 스토리는 극명한 색의 대비와 유난히 리프팅이 많은 안무, 직선과 곡선이 부각된 거대한 세트로 다시 태어났다. <노담>이 음악의 극이고, <돈 주앙>이 조명의 극이었다면, <로미오앤줄리엣>은 많은 감정과 갈등이 격렬한 군무로 표현되는 안무의 극이다. 특히 이러한 양식미는 로미오와 줄리엣이 처음으로 만나는 가장무도회 장면과 갈등이 고조되는 티발트와 머큐시오의 결투 장면에서 돋보였다.

가장 행복한 순간에 찾아오는 가장 절망적 현실

이러한 형식적 장르미 외에도 뮤지컬 <로미오앤줄리엣>은 그들의 ‘죽음’에 좀 더 무거운 추를 달았다. 많은 이들이 스치듯 이끌린 두 사람의 첫 만남을 기억하지만, 결국 그들이 강렬한 기억 속에 남겨진 이유는 사랑으로 목숨을 끊었기 때문이었다. 이를 위해 뮤지컬에서는 ‘죽음’의 실체를 그들 가까이에 등장시키며, ‘죽음은 늘 우리 곁에 있다’는 주제의식을 관객들의 뇌리에 각인시켜둔다. 특히 이 가련한 연인이 비밀결혼식을 올리는 순간 ‘죽음’은 성당 6개의 창문 뒤에서 얼굴을 내밀며, 그들에게 다가오는 운명의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이번 앵콜공연에는 지난 여름 첫 공연 이후 실제 결혼으로까지 이어진 로미오와 줄리엣, 임태경, 박소연 외에도 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자랑하는 김수용과 <노담>의 그랭구아르로 첫인사를 건넨 후 초고속 승진한 전동석이 함께 로미오로 등장한다. 또 다른 줄리엣 최지이는 일본 사계의 프리마돈나로 <오페라의 유령> 크리스틴과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의 마리아를 선보인 바 있다. 이 외에도 <자나, 돈트>, <바람의 나라>의 김태훈과 <돈 주앙>의 아버지이기도 했던 송용태가 줄리엣의 아버지로 출연한다. 뮤지컬 <로미오앤줄리엣>은 11월 3일부터 12월 13일까지 올림픽공원에 위치한 우리금융아트홀에서 계속된다.

사진제공_(주)오로라어뮤즈먼트

글. 장경진 (three@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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