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티즌들이 정우성에게 남긴 가장 많은 질문은 다음의 두 가지다. “나랑 결혼 할래요?”, “일단 만나서 얘기합시다.” 그만큼 정우성이라는 배우, 아니 존재는 손에 닿을 수 없는 매력적인 이성을 대표해왔다. 때문에 그와의 [스타ON] 인터뷰는 사소하지만 모두가 궁금해할만한 이야기들로 채워보았다. 결혼에 대해, 감독 데뷔에 대해, 그리고 과연 지구인인지에 대한 그의 솔직한 생각을 만나보도록 하자.

이번 <호우시절>에선 은근히 코믹한 모습도 보여준다. 특히 메이가 중국말로 말하자 “쏼라쏼라 뭐라는 거니?”라고 말하는 장면이 인상적인데 혹시 애드리브인 건가? (hjoejoe)
정우성
: 애드리브가 맞다. 리허설 하다가 만들었다. 사람이 당장 급하면 자기 나라 말을 뱉지 않나. 그런 걸 생각하며 만들었다.

“약간 평범한 느낌의 미인이 정원이면 좋겠다”

<호우시절>과 함께 장동건의 <굿모닝 프레지던트>, 이병헌의 <나는 비와 함께 간다>가 비슷한 시기에 개봉한다. 은근한 경쟁심을 느낄 거 같은데. (sj)
정우성
: 영화는 영화 자체로 한 편으로 온전하기 때문에 경쟁 상대가 없다. 우리가 100미터 달리기 같은 스포츠를 하는 게 아니지 않나. 작품들마다 전달하는 감정이 다른데 그걸 단순 경쟁으로 볼 수 있을까? 얼마 전에도 <해운대>와 <국가대표>가 다 잘됐던 것처럼 우리가 모두 열심히 표현하려 했던 그 감정이 다 관객에게 재밌게 전달이 돼서 다 잘되면 좋겠다. 한국 영화 입장에서 얼마나 신나고 기쁜 소식인가.

그래도 배우 간 경쟁심도 있지 않을까. 가령 당신과 가장 자주 비교되는 장동건은 당신에게 어떤 의미인가. (권혜빈 lovecat8***)
정우성
: 사람들은 장동건을 보며 잘생겼다, 나를 보면서는 멋있다고 하는 거 같다. 얼마 전 박경림 씨와 인터뷰를 하면서 얘기했는데 나는 오히려 이렇게 둘이 비교될 수 있어서 좋다고 생각한다. 만약 누구 혼자만이 어떤 독보적 존재로 있다면 외로울 것 같다. 자신 말고도 인정받는 다른 사람이 있을 때 짜릿한 자극이 있지 않을까. 물론 내가 하던 CF를 동건 씨가 가져가면 ‘에잇!’ 이럴 때도 있지만. (웃음)

하지만 청정원 CF는 반대로 당신에게 갔다. (웃음) 그래서 두 미남배우와 함께한 정원이가 누구인가에 대한 궁금증이 많다. 정우성에게 정원이란 어떤 여자이면 좋겠나. (노혜지 alexa***)
정우성
: 얼굴은 약간 평범한 듯한 느낌의 미인? 평범한 미인이면 다양한 느낌으로 꾸밀 수 있을 것 같다. 일단은 그렇다. 어떤 여자가 좋은지 쉽게 대답할 수 없는 입장이다. 점점 코너로 몰리고 있으니까.

코너로 몰린다고 했는데 대체 결혼은 언제 할 건가? (박동식 qkrehdtl***)
정우성
: 내가 생각하는 그림은 아기가 있는 거고, 그러면 내가 아버지가 되어야 하는 거니까 아기가 몇 살일 때 내가 몇 살이겠다는 그런 계산이 있다. 그러니 코너에 몰리고 조금은 서두르게 된다.

따뜻한 가정에 대한 욕구가 있나.
정우성
: 그렇다. 따뜻한 가정의 아버지가 되고 싶다.

지금 봐선 4, 50세가 되어도 멋진 독신남이 될 것 같은데.
정우성
: 겉보기에는 좋아보일지언정 그 나이에 독신남으로 사는 건 우울할 거 같다. 주위에 그런 독신남아 많아서 안다. (웃음)

“내 안의 민이를 계속 성장시켰다”

나이를 먹어도 안 늙어서 그렇다. 헐리웃에서 브래드 피트나 조니 뎁을 볼 때 그렇듯 당신도 지구인이 아닌 것 같다. (haruggy)
정우성
: 그분들도 외계인은 아니지 않나. 나름 가정도 꾸리고 있고. 그럼 아이들은 안드로메다에서 데려온 건가? (웃음)

그럼 나이를 먹는다는 얘기인데 20대의 정우성과 30대의 정우성은 어떤 점에서 달라진 것 같나. (이임구 kik***)
정우성
: 예전보다 여유로워졌다고 그러는데 크게 달라지진 않은 것 같다. 나에 대한 가치관, 자아에 대한 확립 같은 건 젊었을 때부터 생각했던 것이다. 쥐뿔도 없이 세상에 나와서 나를 지키고 나를 만드는 건 그것밖에 없다고 생각했으니까. 그런 진지함이 있었는데 어린 애가 진지한 얘기를 하면 상대가 안 받아주지 않나. ‘얘는 멋진 척 하네?’ 이런 식으로. 그러니 리액션이 그다지 달갑게 오지 않고 나 역시 까칠하게 나가게 되고. 그런데 이제 어느 정도 나이를 먹고 진지한 얘기를 하면 받아들여진다. 서로 지켜본 시간이 오래되지 않았나. 그러면서 자연스레 대화가 이뤄지는 거다.

생각이 많은 사람인데 혹시 영화감독이 되어서 보여주고 싶은 어떤 장면이나 엔딩이 있나. (이지연 gong***)
정우성
: 아무래도 배우다 보니까 이미지를 위한 이미지는 상상을 안 한다. 어떤 감정에서 남자가 돌아볼 때의 이미지, 감정이 쏟아져 나올 때의 얼굴 각이나 이런 걸 떠올리는 거지. 원래 이야기 상상하는 걸 좋아했다. 데뷔하기 전에도 혼자 영화 속 주인공이 되는 걸 상상하면서 혼자 키득거리고 그랬다. 그래서 <비트>에서 민의 내레이션도 쓰게 되고, 겁 없이 시나리오 작업에 뛰어들고 그것이 가시화된 이미지를 떠올리면서 연출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혹시 감독으로서 주연으로 쓰고 싶은 배우가 있나. (hwasani324)
정우성
: 글쎄? 그런데 누가 될지 모르지만 김성수, 허진호 같은 그 독한 감독들을 다 이겨낸 배우 출신의 감독에게 죽어날 거다. (웃음) 우선 주인공은 내가 할 거 같다. 난이도가 쉽진 않을 것이기 때문에 그래야 속이 편할 거 같다.

마지막으로 한결 여유로워진 지금도 <비트>의 민처럼 불안한 눈빛의 연기를 보여줄 수 있을지 궁금하다. (imcheese)
정우성
: 일단 교실에 앉아있는 정우성이 어울릴까? (웃음) 개인적으로 <비트>의 마지막에서 민이가 죽으며 영화가 끝나는데 나는 민이를 죽이지 않았다. 민이는 현실과의 괴리감 속에 소외된 한 층을 대변하는 사람인데 그렇게 어떤 해답도 없이 소영웅적인 마무리를 지었다는 게 불만이었다. 현실의 수많은 민이들은 그 아픔을 딛고 성장해서 사회에 나오지 않았나. 나 역시 내 안의 민이를 계속 성장시켰다.

그럼 스스로 성장한 민이를 연기한다고 생각하나.
정우성
: 내 안에 있을 수도 있고, 동하가 되었을 수도 있겠지.

[스타ON]은 <10 아시아>(www.10asia.co.kr)와 네이트(www.nate.com)가 함께 합니다.

글. 위근우 (eight@10asia.co.kr)
사진. 채기원 (ten@10asia.co.kr)
편집. 장경진 (three@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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