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는 예뻐요. 누구를 닮았다는 얘기도 많이 들었지만 사실 정말 중요한건 8등신이라는 수식이에요. 키도 크고 허리는 한줌인데다가 손목, 발목은 부러질 듯 가늘어요. 얼굴은 어찌나 작은지 CD가 아니라 카세트 테이프로도 가려질 것 같아요. 인사를 할 때 살짝 묻어나는 경상도 사투리는 특별한 애교처럼 느껴져요. 저 목소리로 “오빠야~”하고 부른다면 안 넘어갈 사람이 없을 것 같아요. 요즘은 예쁜 여자들이 성격도 좋다더니 딱 이 여자를 두고 하는 말인 것 같아요. 사진 촬영이 끝나자 입었던 튜브 원피스 차림에 담요를 둘둘 말고 그냥 자리에 앉아요. 그리고는 무슨 이야기부터 시작할까 간을 보는 기자에게 웃으면서 먼저 말을 건네요. “일단 제가 먼저 쭉 풀어볼까요?” 아, 정말로 이름처럼 정가는 멘트에요. 그래요. 이 여자는 요즘 케이블계의 다크호스로 떠오른 프로그램 tvN <롤러코스터>의 ‘남녀탐구생활’의 그녀, 정가은이예요.
새침한 외모 속 긍정의 힘
리얼하기 그지없는 화면과 비현실적인 목소리의 내레이션이 주는 간극이 ‘남녀탐구생활’의 시청 포인트라면, 예쁜 외모와 달리 거침없이 인생의 리얼리티를 복원해 내는 정가은의 반전은 그녀의 매력 포인트다. 게다가 예능 프로그램에서 춤이며 개인기에도 항상 열심인 것을 보면 그녀의 새침한 첫인상은 그저 ‘맨 처음 본 모습’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래서 ‘미스코리아 경남 선’에 뽑힌 후, 당시 ‘절친’이었던 ‘미스코리아 부산 진’과 함께 상경, 지하 월세방에서 홈쇼핑 모델 일을 하면서 절치부심 했다는 그녀의 다사다난한 20대는 흥미진진하지만 그리 놀라운 사실은 아니다. 매사에 솔직하고, 언제나 열심히 하라. 굳이 설정하지 않아도 타고난 성품으로 지키게 되는 그 담백한 원칙은 정가은을 설명할 수 있는 거의 모든 것이 된다. “방송에서 누가 뭘 시키면 무조건 일단 하고보니까요. 빼는 것도 없고, 망가지는 것도 걱정 안하잖아요”라고 상승세의 비결을 털어놓는 그녀가 전혀 얄밉지도, 의심스럽지도 않은 것은 그 때문이다.
“<무한걸스> 촬영 전에, 감독님이 캐릭터를 잡으라고 하셨는데, 저는 그 말을 이해를 못했어요. 이건 리얼인데, 내가 어떤 이미지를 정해 놓고 있으면 그건 연기가 되잖아요. 그래서 일단 해보자, 그러고 시작 했어요. 캐릭터 같은 건 없고, 그냥 제 모습이에요”라고 조목조목 이야기하는 모습이 낯익다. 브라운관에 대고 찍어낸 데칼코마니 같은 말투와 표정은 “단역만 하다가 아침드라마 조연에 캐스팅 됐는데, 두 번째 신 찍다가 출연 취소 됐던 적도 있어요. ‘나 알아요?’ 그 한마디가 서울말로 자연스럽게 안 나오더라구요”라고 아픈 기억을 떠올릴 때도 여전하다. 전 소속사와의 사이에 발생한 문제로 거액의 위약금을 물어야 했던, 아직 아물지 않은 상처를 털어 놓고서는 “지난달에 완전히 다 갚았어요. 에휴”라고 한숨을 쉬는 얼굴조차 머리로 이해되는 것보다 훨씬 밝아 보일 정도다.
“까짓 거! 해 보지 뭐!”
그리고 깊고 심각한 구석이라고는 없는 자신의 모습을 정가은은 순순히 인정해 버린다. “며칠 울고 나면 금방 까먹어요. 그래서 빨리 회복하는 대신 같은 실수는 반복하는 편이에요”라고 웃으며 말하는 그녀는 궁극의 밝은 에너지를 보여준다. 그 덕분에 십년 세월이 흐르는 동안 그녀는 지쳐도 다시 일어났고, 결국 오래 전 품었던 연기자라는 꿈을 향해 한 발짝 더 다가서게 되었다. “방송을 하면서 제 이름 앞에 탤런트라고 써 주시기도 하지만, 주로 방송인이라고 소개가 되거든요. 그게 전 속상해요. 빨리 연기자로 인정받고 싶어요.” 작은 투정 같지만, 거기에는 눈물을 닦고 또 닦으며 70번 넘어지고 80번 일어난 한 여자의 청춘을 바친 꿈이 담겨 있다. 그러나 이건 결코 신파가 아니다. “앞으로 1, 2년 연기하고 말” 사람이 아닌 정가은은 이제 길의 끝을 해피엔딩으로 바꾸는 주문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따라 해도 좋다. “까짓 거! 해 보지 뭐!”
글. 윤희성 (nine@10asia.co.kr)
사진. 이진혁 (eleven@10asia.co.kr)
편집. 장경진 (three@10asia.co.kr)
새침한 외모 속 긍정의 힘
리얼하기 그지없는 화면과 비현실적인 목소리의 내레이션이 주는 간극이 ‘남녀탐구생활’의 시청 포인트라면, 예쁜 외모와 달리 거침없이 인생의 리얼리티를 복원해 내는 정가은의 반전은 그녀의 매력 포인트다. 게다가 예능 프로그램에서 춤이며 개인기에도 항상 열심인 것을 보면 그녀의 새침한 첫인상은 그저 ‘맨 처음 본 모습’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래서 ‘미스코리아 경남 선’에 뽑힌 후, 당시 ‘절친’이었던 ‘미스코리아 부산 진’과 함께 상경, 지하 월세방에서 홈쇼핑 모델 일을 하면서 절치부심 했다는 그녀의 다사다난한 20대는 흥미진진하지만 그리 놀라운 사실은 아니다. 매사에 솔직하고, 언제나 열심히 하라. 굳이 설정하지 않아도 타고난 성품으로 지키게 되는 그 담백한 원칙은 정가은을 설명할 수 있는 거의 모든 것이 된다. “방송에서 누가 뭘 시키면 무조건 일단 하고보니까요. 빼는 것도 없고, 망가지는 것도 걱정 안하잖아요”라고 상승세의 비결을 털어놓는 그녀가 전혀 얄밉지도, 의심스럽지도 않은 것은 그 때문이다.
“<무한걸스> 촬영 전에, 감독님이 캐릭터를 잡으라고 하셨는데, 저는 그 말을 이해를 못했어요. 이건 리얼인데, 내가 어떤 이미지를 정해 놓고 있으면 그건 연기가 되잖아요. 그래서 일단 해보자, 그러고 시작 했어요. 캐릭터 같은 건 없고, 그냥 제 모습이에요”라고 조목조목 이야기하는 모습이 낯익다. 브라운관에 대고 찍어낸 데칼코마니 같은 말투와 표정은 “단역만 하다가 아침드라마 조연에 캐스팅 됐는데, 두 번째 신 찍다가 출연 취소 됐던 적도 있어요. ‘나 알아요?’ 그 한마디가 서울말로 자연스럽게 안 나오더라구요”라고 아픈 기억을 떠올릴 때도 여전하다. 전 소속사와의 사이에 발생한 문제로 거액의 위약금을 물어야 했던, 아직 아물지 않은 상처를 털어 놓고서는 “지난달에 완전히 다 갚았어요. 에휴”라고 한숨을 쉬는 얼굴조차 머리로 이해되는 것보다 훨씬 밝아 보일 정도다.
“까짓 거! 해 보지 뭐!”
그리고 깊고 심각한 구석이라고는 없는 자신의 모습을 정가은은 순순히 인정해 버린다. “며칠 울고 나면 금방 까먹어요. 그래서 빨리 회복하는 대신 같은 실수는 반복하는 편이에요”라고 웃으며 말하는 그녀는 궁극의 밝은 에너지를 보여준다. 그 덕분에 십년 세월이 흐르는 동안 그녀는 지쳐도 다시 일어났고, 결국 오래 전 품었던 연기자라는 꿈을 향해 한 발짝 더 다가서게 되었다. “방송을 하면서 제 이름 앞에 탤런트라고 써 주시기도 하지만, 주로 방송인이라고 소개가 되거든요. 그게 전 속상해요. 빨리 연기자로 인정받고 싶어요.” 작은 투정 같지만, 거기에는 눈물을 닦고 또 닦으며 70번 넘어지고 80번 일어난 한 여자의 청춘을 바친 꿈이 담겨 있다. 그러나 이건 결코 신파가 아니다. “앞으로 1, 2년 연기하고 말” 사람이 아닌 정가은은 이제 길의 끝을 해피엔딩으로 바꾸는 주문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따라 해도 좋다. “까짓 거! 해 보지 뭐!”
글. 윤희성 (nine@10asia.co.kr)
사진. 이진혁 (el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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