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10년이다. 고등학생이라고는 믿겨지지 않은 목소리로 가요계에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소년은 어느새 20대 후반의 청년이 됐고, 10년 사이 6장의 앨범을 내며 한국 발라드를 대표하는 젊은 절창들의 첫 머리에 이름을 올린다. 그의 목소리 자체가 가요계의 유행이 됐고, 누구의 노래든 자신의 노래처럼 흡수해 버린다는 이야기가 과찬처럼 들리지 않는 20대의 절대 고수, 박효신. 그가 데뷔 10년째를 맞아 낸 6집 앨범 (이하 )를 발표하고, 지난 14일 서울 압구정 CGV에서 기자 간담회를 가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발라드의 힘을 믿는다

“트렌디한 음악들도 좋지만 여운이 남는 발라드를 들려주고 싶다.” 의 타이틀 곡 ‘사랑한 후에’의 뮤직비디오 발표를 겸한 이 자리에서 박효신은 자신이 부르는 발라드의 힘에 대해 차분하게 역설했다. 가요계에 ‘가을에는 발라드’ 같은 계절 공식이 사라지고, 차트 상위권의 곡들 대부분이 짧고 중독적인 멜로디의 댄스곡으로 채워지는 지금, 1집부터 지금까지 팝 발라드의 감성에 충실한 그의 노래는 한 시대를 지난 것처럼 들릴 수도 있다. 그러나, 박효신이 ‘박효신’으로 남은 것은 그의 발라드가 가진 힘 때문이었다. “힘들던 10대 시절에 대한 보상”을 받는 기분으로 불렀던 그의 발라드는 빠르게 변하는 유행을 따르지는 않았지만, 그렇기 때문에 그는 그 자체가 ‘스테디셀러’가 됐다. 언제 어디서든, 박효신이 서는 무대에서는 좋은 노래를 들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야말로 박효신이 쌓은 가장 큰 자산일 것이다. 이 날 기자 간담회에도 박효신의 오랜 팬들이 극장을 꽉 채운 채 그를 응원했다.

물론 요즘 음악계의 유행과 다른 그의 발라드를 어떻게 대중에게 빠르게 와 닿게 하느냐는 것이 문제가 될 수 있다. 그가 뮤직비디오 ‘사랑한 후에’에 공을 쏟은 것은 그 때문일지도 모른다. 박효신은 13여분의 러닝타임을 가진 ‘사랑한 후에’의 뮤직비디오에 직접 출연했고, 그와 함께 박용하, 박시연 등 인기 탤런트들이 함께 출연했다. 그만큼 대중이 곡에 몰입할 수 있는 여지를 넓혀놓은 셈이다. 뮤직비디오의 스토리 자체가 한 남자가 한 여자를 떠나면서 ‘사랑한 후에’를 작곡하는 과정을 그린 것도 노래를 빠르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한 장치처럼 보인다. 록적인 느낌을 가미해 보다 절절한 느낌을 주는 후렴구도 일반적인 발라드보다 대중의 귀에 잘 들어갈 듯하다. 끊임없이 유행이 변하는 가요계에서 자신의 노래를 지키며 보낸 10년, 박효신은 여전히 묵묵하게 자신의 음악을 하고 있다.

글. 강명석 (two@10asia.co.kr)
사진. 이진혁 (eleven@10asia.co.kr)
편집. 장경진 (three@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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