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 MBC 마지막 회 목 밤 9시 55분
그래서 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었던 걸까. <혼>은 마지막 회에 이르러서야 납량특집드라마라는 본분을 떠올린 듯 모골이 송연한 결말로 충격을 안겨주었다. 그것이 비록 의도했던 공포가 아니라 황당함으로 인한 망연자실이라는 것이 안타깝지만. 설명되지 않는 악몽에 시달리는 소녀의 이야기로 시작한 <혼>은 그 트라우마와 악몽마저 깔끔하게 설명해주지 못한 채 폭주하는 이야기를 수습하지 못하고 서둘러 말을 끊었다. 머리 풀고 달려 나가는 하나(임주은)의 마지막 신은 스스로도 당황한 제작진의 모습 같았다. 정말 끊었다는 말로밖에 표현이 안 되는 마지막 회의 더 큰 비극은 이것이 다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남은 건 공들인 특수 효과뿐이라는 듯 제작 장면을 나열한 엔딩 크레딧과 결정적으로 “모두 다 거짓말이야”를 반복하는 배경음악 티아라의 ‘거짓말’은 제작진의 자기부정 메시지인가 의심스러울 정도로 큰 반전이었다. 사실 <혼>은 설정의 신선함이 유효를 다하고 선과 악의 경계에 대한 물음으로 깊숙이 들어가야 했던 중반 이후부터 표피적 전개를 벗어나지 못하고 밀도와 긴장을 잃어간 드라마다. 후반으로 갈수록 잦아진 배우들의 비명과 혼절과 딱딱한 액션은 극의 구멍에 대한 증명이다. “어차피 세상은 거대한 정신병원이잖아?”, “사람이면 누구나 다 남의 목을 비트는 상상을 하지 않나?”와 같은 질문을 반복해서 던지며 인간 공통의 폭력적 본성과 죄의식에 동참하길 유도하지만 이야기는 그만큼 치밀한 논리와 전개를 보여주지 못했다. 마치 <데미안>에서 그럴듯한 문구만 발췌해 읽는 어설픈 독서처럼. 초반부의 매력도 다 잃어버린 채 장르 드라마의 한계만 다시 확인시킨 것 같아 더 아쉬운 마지막 회였다.
글 김선영
<아가씨를 부탁해> 6회 KBS2 밤 9시 55분
로맨틱 코미디에, 그것도 ‘동아시아 최고 기업의 유일한 후계자’ 즉 동양의 패리스 힐튼 같은 여주인공이 등장하는 판타지 로맨틱 코미디에 많은 것을 바라지는 않는다. 그러나 <아가씨를 부탁해>의 문제는 주인공 강혜나 역을 맡은 윤은혜의 발음, 발성 논란이 한풀 잦아든 6회에 이르도록 여전히 판타스틱하지도, 로맨틱하지도, 코믹하지도 못하다는 사실이다. 기습 키스, 오해의 반복, 크고 작은 몸싸움 등 지극히 예측 가능해 흥미롭지 않은 사건들은 충분한 개연성 없이 등장인물들의 감정을 억지로 끌고 나가지만 혜나의 “넌 내 집사잖아!”와 동찬(윤상현)의 “전 아가씨의 집사니까요”만으로 그 엉성한 감정을 다 때울 수는 없다. 혜나와 동찬의 주종관계, 동찬과 의주(문채원)의 유사 남매 관계는 물론 아이돌과 소녀 팬에 가까운 태윤(정일우)과 혜나의 관계가 새로운 단계로 발전해 나가기 위해서는 감정이 무르익을 수 있는 계기가 필요하지만 각 캐릭터들은 자신의 감정조차 잘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갑자기 불현듯 총 맞은 것처럼 사랑에 빠져 버린다. 그래서 오만불손하고 이기적이던 혜나가 동찬과의 일상이나 태윤에 대한 애정 덕분에 순수하고 귀여운 성격을 드러내게 되는 과정은 별다른 감흥을 주지 못하고 캐릭터는 갈팡질팡한다. 다시금 물이 오른 정일우의 미모로도 커버되지 않는 ‘인권 변호사’ 이태윤의 심심한 캐릭터 역시 혜나와 태윤의 연애사 전개를 위한 장치로 쓰일 뿐이다. 심지어 <꽃보다 남자>가 원작으로부터 얻은 대중적 코드조차 갖지 못하고 표류하는 <아가씨를 부탁해>, 다음 회 예고에 이어 보여 준 촬영 현장의 즐거운 분위기조차 본편의 지지부진함을 해결해 주지는 못한다.
글 최지은
그래서 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었던 걸까. <혼>은 마지막 회에 이르러서야 납량특집드라마라는 본분을 떠올린 듯 모골이 송연한 결말로 충격을 안겨주었다. 그것이 비록 의도했던 공포가 아니라 황당함으로 인한 망연자실이라는 것이 안타깝지만. 설명되지 않는 악몽에 시달리는 소녀의 이야기로 시작한 <혼>은 그 트라우마와 악몽마저 깔끔하게 설명해주지 못한 채 폭주하는 이야기를 수습하지 못하고 서둘러 말을 끊었다. 머리 풀고 달려 나가는 하나(임주은)의 마지막 신은 스스로도 당황한 제작진의 모습 같았다. 정말 끊었다는 말로밖에 표현이 안 되는 마지막 회의 더 큰 비극은 이것이 다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남은 건 공들인 특수 효과뿐이라는 듯 제작 장면을 나열한 엔딩 크레딧과 결정적으로 “모두 다 거짓말이야”를 반복하는 배경음악 티아라의 ‘거짓말’은 제작진의 자기부정 메시지인가 의심스러울 정도로 큰 반전이었다. 사실 <혼>은 설정의 신선함이 유효를 다하고 선과 악의 경계에 대한 물음으로 깊숙이 들어가야 했던 중반 이후부터 표피적 전개를 벗어나지 못하고 밀도와 긴장을 잃어간 드라마다. 후반으로 갈수록 잦아진 배우들의 비명과 혼절과 딱딱한 액션은 극의 구멍에 대한 증명이다. “어차피 세상은 거대한 정신병원이잖아?”, “사람이면 누구나 다 남의 목을 비트는 상상을 하지 않나?”와 같은 질문을 반복해서 던지며 인간 공통의 폭력적 본성과 죄의식에 동참하길 유도하지만 이야기는 그만큼 치밀한 논리와 전개를 보여주지 못했다. 마치 <데미안>에서 그럴듯한 문구만 발췌해 읽는 어설픈 독서처럼. 초반부의 매력도 다 잃어버린 채 장르 드라마의 한계만 다시 확인시킨 것 같아 더 아쉬운 마지막 회였다.
글 김선영
<아가씨를 부탁해> 6회 KBS2 밤 9시 55분
로맨틱 코미디에, 그것도 ‘동아시아 최고 기업의 유일한 후계자’ 즉 동양의 패리스 힐튼 같은 여주인공이 등장하는 판타지 로맨틱 코미디에 많은 것을 바라지는 않는다. 그러나 <아가씨를 부탁해>의 문제는 주인공 강혜나 역을 맡은 윤은혜의 발음, 발성 논란이 한풀 잦아든 6회에 이르도록 여전히 판타스틱하지도, 로맨틱하지도, 코믹하지도 못하다는 사실이다. 기습 키스, 오해의 반복, 크고 작은 몸싸움 등 지극히 예측 가능해 흥미롭지 않은 사건들은 충분한 개연성 없이 등장인물들의 감정을 억지로 끌고 나가지만 혜나의 “넌 내 집사잖아!”와 동찬(윤상현)의 “전 아가씨의 집사니까요”만으로 그 엉성한 감정을 다 때울 수는 없다. 혜나와 동찬의 주종관계, 동찬과 의주(문채원)의 유사 남매 관계는 물론 아이돌과 소녀 팬에 가까운 태윤(정일우)과 혜나의 관계가 새로운 단계로 발전해 나가기 위해서는 감정이 무르익을 수 있는 계기가 필요하지만 각 캐릭터들은 자신의 감정조차 잘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갑자기 불현듯 총 맞은 것처럼 사랑에 빠져 버린다. 그래서 오만불손하고 이기적이던 혜나가 동찬과의 일상이나 태윤에 대한 애정 덕분에 순수하고 귀여운 성격을 드러내게 되는 과정은 별다른 감흥을 주지 못하고 캐릭터는 갈팡질팡한다. 다시금 물이 오른 정일우의 미모로도 커버되지 않는 ‘인권 변호사’ 이태윤의 심심한 캐릭터 역시 혜나와 태윤의 연애사 전개를 위한 장치로 쓰일 뿐이다. 심지어 <꽃보다 남자>가 원작으로부터 얻은 대중적 코드조차 갖지 못하고 표류하는 <아가씨를 부탁해>, 다음 회 예고에 이어 보여 준 촬영 현장의 즐거운 분위기조차 본편의 지지부진함을 해결해 주지는 못한다.
글 최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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