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 이건
1. 손님 이건 고데기예요.
2. 꺼져

미용실에 가서 마음에 드는 사진을 보여주며 비슷한 시술을 요구할 때 헤어디자이너가 주로 하는 대답의 도입부다. “손님 이건 고데기예요”라고 말하고 “손님 이건 연예인 얼굴이에요”로 들린다는 이 말은 결과물을 장담할 수 없을 때 개입의사가 없음을 넌지시 알리는 우회적인 거절의 표현이다. 줄여서 ‘손이고’, ‘손이연’으로 통용되기도 하며 지나치게 자주 사용할 시에는 ‘교호양’을 의심받는 불호령이 떨어질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이때, 손님이란 실제 구매자를 의미하기도 하지만, 감정적인 연대가 존재하지 않는 철저한 타인으로서의 상대방을 지칭하는 말로 해석하는 편이 옳다. 이해관계에 따라 언제든 적이 될 수 있는 타인에게 최소한의 예절을 갖추는 호칭인 셈이다. 또한 ‘손님 이건’ 뒤에 주로 등장하는 고데기 역시 원래의 기능을 수행하는 실체가 아닌 직접 언급할 수 없는 절대적인 그 무엇을 의미한다. 이는 마치 MBC <선덕여왕>에 등장한 ‘사다함의 매화’와 같은 방식의 의미 부여라 할 수 있는데, 듣는 이의 주의를 환기시키면서 발화 의미에 대한 의혹을 희석시켜 버리는 심리적 맥거핀이라 할 수 있다. 실제로 고데기가 헤어스타일을 만드는 데 있어서 완전무결한 도구가 아니라는 점은 이러한 해석에 더욱 힘을 실어준다. 그러나 세상이 발전하는 것은 계산 범위 밖의 무엇을 추구하는 무모한 용기와 도전의식이 있기 때문이다. 고데기를 버리고, 손님의 머리카락 아래에 있는 것 역시 얼굴이라는 현실을 직시할 때, 비로소 진정한 희망을 논할 수 있는 것이다.

용례[用例]
* 손님 이건 아직도 연재 중이에요.
* 손님 이건 그러라고 만든 게 아닐 텐데요?
* 손님 이건 본 적 있는 거예요. 스타니호세스키 연기 기법 맞죠?
* 손님 이건 마음의 선물이에요. 바라는 건 없어요. 정말이라니캅.

글. 윤희성 (nine@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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