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답은 다큐멘터리다. 8월 18일 광화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EBS 가을 개편 기자간담회에서 김이기 편성 센터장은 하반기 개편에 대해 “교육 목적성을 확고히 하고, 프로그램 퀄리티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그러나 이러한 채널의 방향성은 이미 수차례 언급된 바, 오히려 주목을 끄는 것은 “2007년에 비해 시청률과 수상 내역이 3배로 성장하는 등 지속적인 진화를 하고 있다”는 채널에 대한 자부심이었다. 그리고 하반기부터 내년 상반기에 걸쳐 준비되고 있는 것으로 이 자리에서 소개된 다양한 다큐멘터리 프로젝트들은 채널의 정체성을 공고히 하는 동시에 규모적인 진화를 꾀하는 EBS의 지향을 짐작 할 수 있게 했다.

넓이와 깊이가 다른 EBS의 다큐멘터리

가장 눈에 띄는 프로그램은 1년 6개월에 걸쳐 촬영된 <천상의 춤, 기적의 무대 천수관음>이다. 중국의 5세대 감독으로 유명한 장예모 감독이 이끄는 장애인 예술단인 ‘천수관음’을 집중 취재한 이 프로젝트는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예술단원들의 훈련 과정은 물론, 언어장애를 극복하고 공연을 소화하는 5명 단원의 개인사를 일별한다. 이에 더해 세계 각지에서 찬사를 받고 있는 ‘천수관음’의 공연 모습 역시 다수 포함되어 볼거리로서도 기대를 모으는 작품이다. 내년 상반기 방송 예정되어 있는 <한반도의 매머드>는 지난해 화재를 모았던 <한반도의 공룡>의 후속작으로서, 그에 버금가는 투자를 통해 빙하기의 매머드 가족과 검치호랑이, 털코뿔소 등을 재현해 낸다.

비록 규모면에서는 블록버스터급 프로젝트들에 미치지 못하지만, 무형문화재 매잡이 아버지와 이를 어렵게 받아들이는 아들의 이야기를 그린 <참매와 나>는 세대 간의 갈등은 물론, 인간과 동물의 교감을 포착해낸 따뜻한 다큐멘터리로서 기대를 모은다. 우리나라의 멸종 위기 야생 동물들을 추적하는 <사라져가는 야생 동물을 찾아서>나, 고양이에 대한 편견을 살펴보고 인간과 고양이의 공존 방법을 모색하는 <인간과 고양이>, 지구에서 가장 오랫동안 번식하고 있는 곤충에 대한 집중 보고서인 <바퀴>, <세계 테마기행>의 국내 버전인 <한국기행> 등은 우리 주변의 낯익은 소재에 대한 심도 있는 접근을 보여 줄 예정이다.

글로벌한 제작을 통해 이루어지는 문화교류

교육과 생활에 관한 채널의 관심 역시 여전하다. <아이의 사생활>의 시선을 이어가는 <아이의 밥상>은 아이들의 식습관에 대한 과학적인 접근을 시도하며, <교육 실험 프로젝트 ‘삼동 초등학교 180일의 기록’>은 평균 소득과 구직률 최하위의 오명을 딛고 일제고사 1위를 차지해 열도를 놀라게 한 일본 아키타 현의 교육법을 남해 삼동 초등학교에서 재연하는 과정을 담는다. 창의력과 발상 방법의 연관성을 분석하는 <천재들의 뇌구조>나 생명의 비밀을 수학적으로 해석하고자 하는 <수학대기획2 생명의 디자인 / 사라진 천재수학자>는 방송 자체로도 지적인 충만감을 줄 수 있는 기획들이다.

그 외에도 EBS는 노르웨이 국영방송인 NRK와 <백색열전, 불타는 북극>을 공동 제작하며, 키르기스스탄, 카자흐스탄 등 중앙아시아 지역에 대한 다큐멘터리 제작을 통해 문화교류의 토대를 마련하고자 한다. 특히 내년 하반기 방송은 물론, 극장 개봉까지도 목표로 하고 있는 <한반도의 공룡2>는 콘텐츠를 통해 글로벌 전략을 실현시키고자 하는 방송사의 야심이 집약된 프로젝트다. <한반도의 공룡>을 제작했던 한상호 PD와 올리브 스튜디오의 민병천 감독이 다시 의기투합 했으며, 3D 제작으로 완성도를 더할 예정이다. 표절과 모방 등으로 최근 이미지 실추를 면치 못했던 방송사의 명예 회복을 위한 노력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보다 대형화, 고급화 된 프로그램을 통해 명실상부한 ‘다큐멘터리 왕국’을 구축하고자 하는 EBS의 야심이 현실화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사진제공_EBS

글. 윤희성 (nine@10asia.co.kr)
편집. 장경진 (three@10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