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밤 11시 50분
간혹 무지막지한 거대함은 그 거대함만으로도 매혹과 두려움을 준다. 보통 우리가 가진 인식능력의 한계를 뛰어넘는 낯선 대상에게서 느끼는 두려움이 매혹을 동반하는 경우인데 유역 면적 한반도의 17배인 콩고강에서 느껴지는 감정 역시 비슷하다. 여름특집으로 기획된 이번 주 는 콩고강에서 보낸 한 달의 기록을 보여준다. 적도의 열기와 열대우림의 끈적거림이 가득한 여정이지만 도무지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거대한 콩고강과 그 강을 끼고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들의 사연은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경이롭다. 물론 TV를 통한 50분짜리 여정과 ‘경이롭다’는 감정만으로 그들의 원초적 삶을 이해하는 건 불가능하다. 다만 이토록 우리 삶의 방식 너머에 또 다른 삶이 있다는 걸 아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이 여행에서 조금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한 밤의 문화 산책> KBS1 밤 12시
지난 해 9월 즈음 나온 <일곱날들>이라는 앨범이 있다.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가 계획 없이 무작정 떠난 7일 간의 음악 여행 중 만들고 녹음한 곡들이 수록된 일기 같은 앨범이다. 우연의 순간들에 영원한 시간을 부여했던 그들이 다시 한 번 3박 4일의 음악 여행을 떠난다. 그들의 여정을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의 여름 소야곡’이란 부제로 <한 밤의 문화 산책>이 함께 한다. 달라진 게 있다면 드러머 오진호의 합류로 더욱 풍부한 리듬의 여행이 되었다는 것이다. 최근 공연에서 일렉트릭 기타의 픽업을 이용한 강렬하면서도 몽환적인 연주를 보여준 민홍이 오랜만에 클린 톤의 어쿠스틱 연주를 들려주는 것도 반갑다. 소규모라서 어디든지 가볍게 움직일 수 있는 그들의 모습을 담은 이번 방송을 통해 <일곱날들>의 ‘물고기 종’, ‘커피 타는 방법’처럼 일상을 새긴 곡들을 만나게 되길 기대해본다.

<하이스쿨 뮤지컬> 온스타일 밤 11시
그 시절이 좋았다고 사람들은 10대 시절을 떠올리며 말한다. 물론 모든 기억이란 지금의 시궁창 같은 현실을 기점으로 새롭게 만들어지는 사후적 구성에 의한 것이지만 분명 그 시절엔 먹고 사는 문제에 찌들지 않은 통통 튀는 에너지가 충만했다. 남의 나라 킹카 퀸카 얘기인 <하이스쿨 뮤지컬>이 재밌는 건 그래서다. 공부벌레 여고생과 농구부 주장 남학생이 교내 뮤지컬 오디션을 통해 사랑을 만들어나가는 이 뮤지컬 드라마엔 이들의 애정을 방해하는 악역은 존재하지만 입시와 미래에 대한 고민, 친구들과의 경쟁을 체화하는 시스템의 문제는 깔끔하게 제거되어 있다. 그 비현실성을 질타하려는 건 아니다. 그 활기 넘치던 시절을 이렇게 총천연색으로 소환할 수 있다는 건, 그리고 그 모습을 케이블 정규 편성으로 볼 수 있다는 건 어쨌건 즐거운 일이니까.

글. 위근우 (eight@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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