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세기 제주도 해녀와 한양 사대부, 영국 청년은 21세기 안방극장에서 어떻게 살아남을까. 8월 8일 첫 방송되는 MBC 주말 드라마 <탐나는도다>의 기자시사회가 6일 오후 MBC 방송센터에서 열렸다. 정혜나 작가의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한 <탐나는도다>는 서기 1640년 경, 쇄국 정책을 펼치던 조선 인조 시대 탐라도(제주도)를 배경으로 한 트렌디 사극이다. 산방골 대상군(최고 해녀)의 딸로 태어났지만 물질에는 도통 재주가 없는 불량 해녀 버진(서우), 부녀자 희롱죄로 한양에서 유배를 오는 까탈스런 ‘귀양다리’ (귀양온 선비란 뜻의 제주도 사투리)선비 박규(임주환), 영국 졸부 가문의 자손으로 아시아 문화에 심취해 ‘신비로운 도자기’ 요강에 집착하는 엉뚱한 영국인 청년 윌리엄(황찬빈) 등 주인공들이 탐라에서 만나는 과정은 지루할 틈 없이 흥미진진하고, “여기는 탐라도라, 한양 생각 따위는 몽땅 잊어부라!”라는 버진 어머니의 말대로 이 작품은 기존의 사극에서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낸다.

신분이 높은 도련님과 가난한 여주인공이 티격태격하던 끝에 사랑에 빠진다는 큰 줄거리만은 기존 로맨틱 코미디의 정서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이야기를 풀어내는 형식과 소재의 독특함은 높이 살만하다. 변우민, 김미경, 정주리 등 개성 있는 조연 캐릭터들 역시 좋은 연기를 보여주고 제주도의 뜨거운 햇볕 아래 모든 배우와 스태프들이 두피 화상을 입을 정도로 고생하며 촬영했다는 바닷가 풍광과 수중 촬영 장면도 효과적인 볼거리를 만들어낸다. “제주도라는 변방의 문화를 배경으로 한양의 사대부 문화와 유럽 문물이 유입되면서 벌어지는 소통의 과정이 <탐나는도다>의 가장 큰 핵이고 거기에서 더 큰 재미를 줄 수 있기를 기대한다”는 그룹에이트의 송병준 대표로부터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탐나는도다>에서는 음악에도 크게 신경쓰고 있다”

만화 <탐나는도다>는 제주도 장기 로케이션, 외국인이 주인공이라는 점 등 드라마 제작상의 어려움이 예상되었던 작품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력을 느꼈던 부분은 무엇이었나.
송병준 : 제주도 해녀라는 소재와 설정이 매력 있었고, 1640년대 무공해의 탐라도라는 공간을 그리고 싶었다. 외국인 캐릭터의 등장 역시 그동안 우리가 <하멜 표류기>로 배웠던 것 외에 서양인이 어떻게 조선에 적응했을까 하는 것에 대한 개인적인 호기심이 크게 작용해서 재미있었다. 원작을 보면서 어떤 장면들이 드라마화된 영상으로 바로 떠올랐고, 실제로 오프닝 신 역시 원작을 그대로 살렸다.

10대와 20대에 어필할 만한 내용인데 주말 가족시간대에 방송되는 데 대한 부담은 없나.
송병준 : 처음 MBC에서 편성의향서를 받았을 때는 주말특별기획을 겨냥하고 들어갔다. 그런데 주말특별기획이 없어졌다 부활하고, <2009 외인구단>이 우리보다 먼저 편성되었다. 그래서 편성에 상당한 난항을 겪고 있었는데 MBC 드라마국에서 재미있는 결단을 내렸다. 솔직히 말하면 임성한 작가의 <손짓>으로 주말특별기획 시간대를 살리기로 하면서 8시 대가 비는 바람에 <탐나는도다>가 편성된 거다. 하지만 중장년층도 이번 기회에 조금 다른 소재와 접근을 보여주는 드라마에 또 다른 재미를 느끼실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사실 KBS <솔약국집 아들들>이 워낙 잘 나가고 있어 좀 떨리긴 한다. (웃음)

시사회에서 공개된 1회에서 특히 신경 쓴 부분이 있다면.
송병준 : 세 주인공의 배경이 각기 다르기 때문에 이야기를 풀기가 어려웠다. 어느 부분을 오픈하고 어느 부분을 감출지, 각각의 밸런스를 잡는 부분이 중요해서 편집만 10회 정도 했다. 여름 드라마로 기획한 작품이라 매 회 시원한 풍광이나 볼거리를 비장의 무기로 준비하고 있다.

음악 감독으로도 활동했던 만큼 드라마 음악에 대한 관심도 크다고 알고 있다. <꽃보다 남자> 당시 OST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는데 <탐나는도다>에서는 어떤가.
송병준 : <꽃보다 남자> 때는 실제로 신경을 많이 쓰지 못했고 원성도 많이 샀다. 결국 16회부터 <궁>을 함께 했던 밴드 ‘두 번째 달’을 영입해서 작업했고 수출용에는 음악 작업을 모두 다시 했다. 그래서 <탐나는도다>에서는 음악 작업에 깊이 관여하고 있다. 작곡을 할 시간은 없지만 전체적인 수퍼바이징을 맡고 있다. 할리우드에서 활동하는 ‘제이 킴’이라는 재미작곡가가 테마를 만들었고 ‘이어도 사나’같은 제주 민요를 이용한 음악을 넣기도 했다. 작품 분위기에 잘 맞는 시원한 느낌의 곡들이 많다.

“<장난스런 키스>의 드라마화를 준비 중”

<궁>, <꽃보다 남자>에 이어 이번에도 신인 배우들을 캐스팅했다.
송병준 : 사실 인지도가 높은 기존 연기자들에 대한 알레르기가 있거나 한 건 아니다. (웃음) 단지 기존 연기자들은 이미 쌓아놓은 이미지를 지고 있기 때문에 어떤 캐릭터를 두고 거기에 맞을까에 대해 고민할 때 불리한 면이 있지만 신인들은 오히려 그런 점이 없기 때문에 우리가 생각했던 이미지와 잘 맞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탐나는도다>는 걱정이 많았다. 외국인 배우가 출연하고 브라운관에 모습을 많이 비추지 않았던 서우가 나오기 때문에 남자 주인공 ‘박규’ 역에는 좀 더 인지도가 있는 배우를 1안으로 꼽기도 했다. 하지만 그 배우가 다른 작품 때문에 고사했고, 인지도를 제외하면 우리가 제일 먼저 원했던 배우는 임주환이었기 때문에 곧바로 캐스팅했다. 그런데 요즘 DC 인사이드나 드라마에 관심이 많은 시청자들이 모인 까페에 올라오는 반응을 보면 배우들에 대한 호감도와 지지도가 생각보다 상당히 높은 것 같아서 다행이다.

인지도가 높지 않았던 서우를 여주인공으로 캐스팅한 계기는 뭔가.
송병준 : 영화 <아들>에 출연했던 모습을 보고 마스크가 좋다고 생각했다. 만나서 인터뷰를 해보니 만화적으로 눈이 큰 외모나 당당한 태도, 말할 때의 표정 같은 것까지 제주도 해녀 장버진의 순수성과 도발적이고 장난기 있는 느낌이 잘 어우러지는 것 같았다. 이후 영화 <미쓰 홍당무>같은 작품에서 변신하는 모습을 보니 천재적인 연기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본에서 줄 수 있는 재미가 8이라면 거기에 2,3 이상을 보태 주는 배우라고 생각한다.

제작은 어느 정도까지 진행되었나.
송병준 : 현재 12부까지 촬영을 마쳤다. 그런데 우리가 원래 70분 편성에 맞춰 20부를 준비했다가 60분 편성으로 바뀌는 바람에 사실상 촬영해 놓은 내용이 15부 가량 된다. 가능하면 시청률이 잘 나와서 이야기를 축약하지 않고 20부가 아닌 24부로 찍은 걸 다 내보내고 싶다는 바람이 있다.

그룹에이트는 참신한 원작을 바탕으로 하는 기획 드라마에 주력하고 있는데 원작을 고르는 기준과, 현재 진행 중인 작품들에 대해 궁금하다.
송병준 : 기준은 두 가지로 나뉜다. ‘하고 싶은’ 작품이 있고 ‘해야 되는’ 작품이 있다. 해야 되는 작품이라는 건, 솔직히 말해 회사 곳간을 채워줄 수 있는 작품이다. (웃음) <꽃보다 남자>는 그 두 가지 요소가 잘 배합되어 있어 선택했고, <탐나는도다>는 사실 이걸로 우리 곳간을 채울 수 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지만 너무나 도전해 보고 싶은 작품이었다. 그런데 분명한 건 단지 곳간만 채우고 싶어서 드라마를 만들지는 않는다는 거다. 지금은 일본 순정만화이자 대만 드라마 <악작극지문>으로도 만들어져 인기를 모았던 <장난스런 키스>의 원작 구매를 마치고 기획에 들어간 상태다. 그 밖에도 <두 번째 프로포즈> 등을 썼던 박은령 작가와 준비 중인 작품이 하나 더 있다.

사진제공_ 그룹에이트

글. 최지은 (five@10asia.co.kr)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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