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강아지 상구를 두고 한판 입씨름이 벌어졌을 때 “이쁜 강아지를 왜 그렇게 미워하세요?”라고 장문정(엄정화) 선생이 항의하자 “세상에서 제일 싫은 개가 옷 입은 개입니다”라고 답하시더군요. 늘 남자 말본새가 왜 저 모양이래? 해왔지만 그 순간엔 속이 어찌나 시원하던지, 만약 곁에 있었다면 악수를 청했을지도 모르겠어요. 저도 부자연스런 치장을 한 강아지를 마뜩치 않아 하는 사람 중 하나거든요. 그런데 말이죠. 요즘 하도 결혼 때문에 어머니(전양자)께 압박을 받으시기에 하는 얘긴데, 옷 입은 강아지를 싫은 내색은커녕 오히려 귀여워하는 척을 해줘야 하는 게 ‘결혼’의 굴레인 거, 혹시 알고 계시나요? 맘에 없는 척을 왜 해야 하느냐고요? 만약 처갓집 식구 중 누군가가 강아지를 데리고 왔다 쳐보자고요. 아기 엄마도 그렇지만 강아지 주인들은 대개 자기 강아지가 예쁘다 해주기를 턱 바치고 바라기 마련이거든요. 모른 척 외면했다가는 성격 참 차갑더라는 소리 듣기 십상이죠.
혼자 사는 게 적성에 맞는 사람도 많답니다
어디 강아지뿐이겠어요? 장모님 솜씨가 엉망이어도 꿀맛인 듯 밥 한 그릇 뚝딱 해치워야 하고, 장인어르신과 정치색이 다르다한들 거북한 티 못 내고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말 상대 해드려야 하고요. 버르장머리 없는 조카아이가 난장판을 만들어도 나무랄 수가 있길 하나, 가르치기 즐기고 남의 약점을 찾아내 지르밟기 좋아하는 조 소장님으로서는 미치고 팔짝 뛸 일이 아마 부지기수일 겁니다. 평소 하던 그대로, 벨 꼴리는 대로 내지르셨다가는 가족 간에 파란이 그칠 날이 없을 게 아니겠어요? 배우자의 식솔이란 자기 집 식구와는 달리 아이나 강아지조차도 그처럼 상전 노릇을 하는 법이랍니다. 게다가 집들이 하는 상상을 한번 해보면, 끔찍하지 않습니까? 사람이 물에 젖어도 나 몰라라 의자부터 닦고 보는 분이니 혹여 정신착란에 빠지지는 않으실지 걱정이 됩니다, 그려. 아이들이 닭튀김을 쥐었던 손으로 TV나 오디오를 조몰락대기도 하고, 유리창 여기저기에 손자국을 내놓기도 하고, 때로는 소장님이 귀히 여기는 뭔가를 박살낼 수도 있으니 말이에요. 아내가 사랑스러우면 처갓집 말뚝 보고도 절을 한다는 속담이 있지만 조 소장님에겐 그야말로 옛말일 뿐일 게 빤하지요. 따라서 제가 조 소장님을 결혼부적격자로 명한들 그다지 이의는 없으시지 싶네요.
물론 어머님의 애타는 심정은 이해가 가고 남습니다. 어머님이 떠나신 후 혼자 남을 아들 걱정이 왜 아니 되시겠어요. 아들의 까칠한 성격을 누구보다 잘 아시니 그나마 혈육이라도 한 점 있어 외로움을 덜어주길 바라실 테지요. 또한 지금도 스트레스다 뭐다 하여 병원 출입이 잦거늘 훗날 큰 병이라도 난다면 그 누가 건사를 해줄지 근심이 되실 테고요. 하지만 언제 닥칠지 모르는 ‘늙은 뒤’, ‘병을 얻은 뒤’가 걱정되어 보험을 들듯 배우자를 구한다는 건 미련한 처사가 아닐는지요. 아마 조 소장님 생각도 저와 같으실 거예요. 지난 번 직장 동료들에게, 가족병력으로 볼 때 십중팔구 암이 걸리지 싶어 이미 암 보험을 넉넉히 들어놓았다며, 발병 즉시 재산 정리하고 보험료 정산 받아 요트 하나 사서 바다로 나가겠다고 선언 하셨으니 말입니다. 동료들은 기막혀 하는 눈치였지만 저는 그 얘기에 “빙고!”를 외쳤답니다. 무엇보다 뒤에 남겨질 사람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이 얼마나 개운합니까. 특히 요즘 ‘존엄사’ 판정이니 생명 연장이니 하는 뉴스를 보고 있노라면 제 명대로 산뜻하게 생을 마감할 수 있는 것도 복이라 여겨지거든요.
조 소장님이 제 아들이라면 전 닦달하지 않겠어요
그런지라 저는 제 아들이라면, 조 소장님처럼 당당하게 살 수 있다면, 굳이 말릴 생각이 없습니다. 실력 있고, 소신을 갖고 최선을 다하고, 남에게 피해줄 일이 없거늘 왜 결혼을 꼭 해야 하느냐고요. 삶에 있어 결혼은 선택이지 필수는 결코 아니거든요. 저는 조 소장님이 오랜 사업 파트너이자 내조자인 윤기란(양정아) 씨든, 얼떨결에 주치의가 된 장선생이든, 마음이 통하는 분 잘 골라 그냥 연애만 했으면 좋겠습니다. 조 소장님에게 필요한 건 결혼이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이고, 연애를 통해 사람에 대한 배려를 습득하는 게 우선일 것 같아서요. 그러다 그 성정 죽이고 잘 살 자신이 생기시면 그때 결혼하면 되는 거구요. 하지만 상대방 입장에서도 결혼보다는 연애가 백번 낫지 싶습니다. 허구한 날 냉장고 위며 침대 밑이며 손가락으로 먼지 훑고 다니며 까탈을 부릴 조 소장님을 떠올려 보면 아찔해서 말이에요.
글. 정석희 (칼럼니스트)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혼자 사는 게 적성에 맞는 사람도 많답니다
어디 강아지뿐이겠어요? 장모님 솜씨가 엉망이어도 꿀맛인 듯 밥 한 그릇 뚝딱 해치워야 하고, 장인어르신과 정치색이 다르다한들 거북한 티 못 내고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말 상대 해드려야 하고요. 버르장머리 없는 조카아이가 난장판을 만들어도 나무랄 수가 있길 하나, 가르치기 즐기고 남의 약점을 찾아내 지르밟기 좋아하는 조 소장님으로서는 미치고 팔짝 뛸 일이 아마 부지기수일 겁니다. 평소 하던 그대로, 벨 꼴리는 대로 내지르셨다가는 가족 간에 파란이 그칠 날이 없을 게 아니겠어요? 배우자의 식솔이란 자기 집 식구와는 달리 아이나 강아지조차도 그처럼 상전 노릇을 하는 법이랍니다. 게다가 집들이 하는 상상을 한번 해보면, 끔찍하지 않습니까? 사람이 물에 젖어도 나 몰라라 의자부터 닦고 보는 분이니 혹여 정신착란에 빠지지는 않으실지 걱정이 됩니다, 그려. 아이들이 닭튀김을 쥐었던 손으로 TV나 오디오를 조몰락대기도 하고, 유리창 여기저기에 손자국을 내놓기도 하고, 때로는 소장님이 귀히 여기는 뭔가를 박살낼 수도 있으니 말이에요. 아내가 사랑스러우면 처갓집 말뚝 보고도 절을 한다는 속담이 있지만 조 소장님에겐 그야말로 옛말일 뿐일 게 빤하지요. 따라서 제가 조 소장님을 결혼부적격자로 명한들 그다지 이의는 없으시지 싶네요.
물론 어머님의 애타는 심정은 이해가 가고 남습니다. 어머님이 떠나신 후 혼자 남을 아들 걱정이 왜 아니 되시겠어요. 아들의 까칠한 성격을 누구보다 잘 아시니 그나마 혈육이라도 한 점 있어 외로움을 덜어주길 바라실 테지요. 또한 지금도 스트레스다 뭐다 하여 병원 출입이 잦거늘 훗날 큰 병이라도 난다면 그 누가 건사를 해줄지 근심이 되실 테고요. 하지만 언제 닥칠지 모르는 ‘늙은 뒤’, ‘병을 얻은 뒤’가 걱정되어 보험을 들듯 배우자를 구한다는 건 미련한 처사가 아닐는지요. 아마 조 소장님 생각도 저와 같으실 거예요. 지난 번 직장 동료들에게, 가족병력으로 볼 때 십중팔구 암이 걸리지 싶어 이미 암 보험을 넉넉히 들어놓았다며, 발병 즉시 재산 정리하고 보험료 정산 받아 요트 하나 사서 바다로 나가겠다고 선언 하셨으니 말입니다. 동료들은 기막혀 하는 눈치였지만 저는 그 얘기에 “빙고!”를 외쳤답니다. 무엇보다 뒤에 남겨질 사람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이 얼마나 개운합니까. 특히 요즘 ‘존엄사’ 판정이니 생명 연장이니 하는 뉴스를 보고 있노라면 제 명대로 산뜻하게 생을 마감할 수 있는 것도 복이라 여겨지거든요.
조 소장님이 제 아들이라면 전 닦달하지 않겠어요
그런지라 저는 제 아들이라면, 조 소장님처럼 당당하게 살 수 있다면, 굳이 말릴 생각이 없습니다. 실력 있고, 소신을 갖고 최선을 다하고, 남에게 피해줄 일이 없거늘 왜 결혼을 꼭 해야 하느냐고요. 삶에 있어 결혼은 선택이지 필수는 결코 아니거든요. 저는 조 소장님이 오랜 사업 파트너이자 내조자인 윤기란(양정아) 씨든, 얼떨결에 주치의가 된 장선생이든, 마음이 통하는 분 잘 골라 그냥 연애만 했으면 좋겠습니다. 조 소장님에게 필요한 건 결혼이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이고, 연애를 통해 사람에 대한 배려를 습득하는 게 우선일 것 같아서요. 그러다 그 성정 죽이고 잘 살 자신이 생기시면 그때 결혼하면 되는 거구요. 하지만 상대방 입장에서도 결혼보다는 연애가 백번 낫지 싶습니다. 허구한 날 냉장고 위며 침대 밑이며 손가락으로 먼지 훑고 다니며 까탈을 부릴 조 소장님을 떠올려 보면 아찔해서 말이에요.
글. 정석희 (칼럼니스트)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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