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가 가라, 하와이.” 그렇게 영화 <친구>는 MBC 주말 기획드라마 <친구, 우리들의 전설>로 재현되고 있었다. <친구>의 곽경택 감독이 이 공전의 히트작을 드라마화 시키겠다고 발표했던 그 때부터, <친구, 우리들의 전설>은 2009년에 가장 주목받는 프로젝트 중 하나가 됐다. 그것은 곽경택 감독과 현빈이라는 조합이 가져다 줄 기대감 때문이기도 했지만, 기념비적인 흥행기록을 세운 영화의 미니시리즈화라는 시도 자체에 대한 흥미 때문이었다. <친구>는 극장에서만 800만이 봤고, 개봉 후 10년에 가까운 시간동안 수없이 많은 매체를 통해 대부분이 국민이 봤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게다가 영화의 강렬한 캐릭터와 스토리는 수많은 작품에 영감을 줬고, 몇몇 명대사들은 전 국민이 안다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여러 매체를 통해 패러디 됐다.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을 만큼 엄청난 인지도를 가졌고, 그만큼 제작진과 배우 모두가 시작 전부터 짐을 지고 갈 수 밖에 없는 것이 <친구, 우리들의 전설>이다.

닮은 듯 다른 와

17일 제작 발표회를 통해 공개된 <친구, 우리들의 전설>의 30분 하이라이트는 곽경택 감독이 이 모든 문제에 ‘정면 돌파’를 선택했음을 보여줬다. <친구>의 네 친구가 레인보우 밴드의 진숙이를 만나는 장면도, 동수와 준석의 관계가 틀어지는 모습도, 결말도 모두 영화의 장면을 반복한다. 마치 사극처럼, 시청자들은 드라마의 결말을 아는 상태로 <친구, 우리들의 전설>을 보게 될 것이다. 이에 대해 곽경택 감독은 “굳이 피해가려고 하기 보다는 드라마화 하는 만큼 더 풍부한 내용을 넣으려 했다”고 말했다. 완결된 이야기를 굳이 바꾸기 보다는 이야기의 결을 풍부하게 하기로 한 것. 실제로 <친구, 우리들의 전설>에는 새로운 이야기들이 대거 추가되면서 캐릭터들의 역할에도 변화가 생겼다. 또한 <친구, 우리들의 전설>의 시대 배경이 되는 1970년대 이후 한국 사회의 시대상을 담은 부분도 첨가될 예정. 어떤 의미에서 20부작으로 기획된 <친구, 우리들의 전설>은 말 그대로 ‘우리들의 전설’이 된 <친구>의 확장판, 혹은 못다한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다.

“동건이 형이 사투리 한 번 해보라고 하더라” 동수, 현빈
원작과 비교해 <친구, 우리들의 전설>에서 가장 큰 변화를 겪는 것은 현빈이다. <친구>에서 동수는 친구이자 라이벌인 준석(김민준)과 대비되는 악역의 모습이 많았지만, <친구, 우리들의 전설>에서는 긴 러닝타임 속에서 그가 준석과 등지는 과정이 설득력 있게 그려질 예정이기 때문. 특히 동수는 원작과 달리 레인보우의 진숙(왕지혜)을 사이에 놓고 삼각관계를 그리고, 이 멜로라인이 동수의 캐릭터 변화에도 영향을 준다. 현빈도 이런 부분을 표현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해봤다고. 처음에는 <친구>를 일부러 안 보다가 “동건이 형에게서 얻을 건 얻는다”는 생각으로 <친구>를 수십 번 돌려보기도 하고, “동건이 형처럼 갈라진 목소리를 내기 위해 끊었던 담배를 피기도” 하는 반면, 진숙과의 멜로 연기에서는 “전혀 다른 눈빛”을 내는 방식으로 캐릭터를 설명하려 했다고. 필모그래피 중 처음으로 과격한 액션 연기를 거듭하며 다리에 평생 남을 상처까지 얻었다는 그가 동수를 장동건 못지않은 현빈의 캐릭터로 남길 수 있을까.

“항해일지가 다 적혀있는 배에 탄 기분이었다” 준석, 김민준
곽경택 감독은 촬영 전 영화의 대사를 부산 사투리로 녹음한 카세트 테이프를 배우들에게 줬다. 배우들은 이 테이프를 교본삼아 ‘어학 공부’하듯 부산 사투리를 배웠다. 김민준은 이 테이프를 통해 사투리는 물론 준석에 대한 감을 익혔다. 처음에는 장동건의 연기를 따라 할까봐 <친구>를 안 봤던 현빈과 달리 김민준은 적극적으로 원작을 참고했다. 현빈처럼 원래 준석을 연기했던 유오성과 대화를 나누지는 않았지만 유오성의 연기가 “좋은 교본”이 됐다고. “이미 한 번 결과가 나온 작품을 다시 진행하면서 더욱 다양한 것을 표현할 수 있어서 원작에 비해 여러모로 좋은 환경인 것 같다”는 것이 김민준의 생각. 김민준이 영화에서 보여준 준석의 우직함을 어떻게 자신의 방식으로 보여줄지 궁금하다.

유일하게 공부를 잘 했던 친구 상택, 서도영
<친구>에서 상택은 동수와 준석의 관찰자 역할을 했다. 하지만 <친구, 우리들의 전설>에서 상택은 보다 적극적으로 두 사람 사이에 개입한다. 조직 폭력에 연루된 두 사람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를 제시하는 상택. 그 과정에 이르기까지 상택의 성장사가 촘촘하게 묘사되는 것은 물론이다. “영화와는 또 다른 새로운 캐릭터라고 생각하고 상택에 대해 접근”했다는 것이 서도영의 말. 이 때문에 서도영은 상택을 연기했던 서태화를 만나지 않았다. 그 보다는 “작품 내용처럼 실제로 다른 친구들과 친해지기 위해 노력했다”고. 또한 <친구, 우리들의 전설>에서는 상택의 대학 시절 이야기도 묘사될 예정이다.

삼각 멜로의 주인공이 된 진숙, 왕지혜
영화에서 김보경이 연기했던 레인보우 밴드의 진숙은 <친구, 우리들의 전설>에서 가장 비중이 늘어난 캐릭터. 영화와 달리 동수와도 멜로 라인을 형성하는 것은 물론, 원작에는 전혀 없던 가족사가 추가된다. 곽경택 감독은 왕지혜에게 “두 남자에게 끌려갈 수밖에 없는 입장이지만, 있어 보이는 모습을 유지할 것”을 요구했다고. 그만큼 인생의 격랑 속에서 사는 두 남자가 흔들리지 않도록 붙잡아주는 캐릭터이기도 하다. 또한 레인보우 밴드 멤버들의 이야기가 추가되면서 함께 출연한 여배우들과 가장 먼저 친해지려 했다고. “감독님이 10만 원짜리 수표를 주시더니 레인보우 멤버들끼리 함께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하라고 했다. 그 때부터 서로 좀 더 편하게 다가설 수 있었다.”

관전 포인트
원작과의 비교는 피해갈 수 없는 부분. 원작의 매력을 유지하면서도 어떻게 새로운 접근을 보여줄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특히 영화 속 명대사를 드라마의 배우들이 어떻게 소화할지에 대해 시청자들의 이목이 쏠릴 듯하다. 작품 전개상 필연적으로 나올 수밖에 없는 액션의 강도도 관심거리. 영화와 달리 대작 액션이 자주 나오기 힘든 드라마에서는 이런 볼거리가 시청률에 플러스 요인이 되는 것은 분명하다. 특히 영화감독이 사전제작제로 만든 작품이라는 점에서 보다 높은 완성도에 대한 기대도 해볼 만하다. <친구>는 익숙하지만, <친구>를 통해 하는 시도들은 새로운 <친구, 우리들의 전설>이 어떤 결과를 보여줄지 궁금하다. 그 결과는 6월 27일 토요일 첫방송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사진제공_ MBC

글. 강명석 (two@10asia.co.kr)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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