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안 될 거야, 아마
[관용 표현]1. 미래를 비관하는 예언의 말
2. 현재의 욕망을 외면하는 자조의 말

‘찌질이들의 대마왕’을 자청하는 밴드 타바코 쥬스의 보컬 권기욱이 그가 소속된 인디레이블 루비살롱 레코드의 다큐멘터리 <반드시 크게 들을 것>의 예고편에서 1분 35초경에 선보인 시대함축적인 문장. ‘안 될 것’이라는 예상조차 확실하게 전달하지 않는 ‘아마’의 첨가가 백미다. 이에 더해, 불확정의 감수성을 보다 공고히 해주는 표정은 명제를 신뢰할 수 없을 만큼 지식의 엔트로피가 극대화된 현대사회의 모순을 대변하고 있다.

현 정권의 개발논리에 반하는 ‘안 하는 자’의 여유로운 고집에서는 탈사회적인 히피문화 유사한 뿌리를 느낄 수 있으며, 이를 근거로 변주되는 다양한 결과물들은 복제를 통해 예술의 의미를 재정립한 앤디워홀의 미학적 관점과도 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이것은 반사회적인 아나키즘이나 펑크문화의 과격성과는 궤를 달리하지만, 특별한 목적성이 감지되지 않으므로 평화주의적으로 해석할 수도 없는 독보적인 정신이다. 그러나 냉정한 비관을 가장한 그의 문장은 화자가 극복하지 못하고 있는 결정적인 문제를 직면하게 만듦으로서 오히려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역설적으로 희망을 전한다. 스스로 움직이지 않으면서 한마디 말로 대중이 능동적으로 그 가르침을 설파하고 실현하게 만드는 이러한 힘은 아리스토텔레스가 완전한 실현체로 명한 바 있는 엔텔레케이아의 상태에 도달한 경지로 볼 수 있다.

용례[用例]
* 또치도, 박창이도, 2PM
심지어 체 게바라까지도 자기반성을 하잖아. 근데 그분들은 뻔뻔하잖아. 우린 안 될 거야, 아마.

* 우린 안 될 거야, 아마. 그러니까 발신자 제한으로 전화하지 마.
* 다른 잡지는 부록이 빵빵하잖아. 근데 선물은커녕, 실명 확인 안 하면 댓글도 못쓰잖아. 우린 안 될 거야, 아마.

글. 윤희성 (nine@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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