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희혜교지현이> MBC 저녁 7시 45분
‘아니, 왜 지금 와서 <태희혜교지현이>?’ 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특히 ‘문보살’ 문희준 정도로는 이 시트콤에 마음 붙일 메리트가 생기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여성 시청자들은 포털 검색창에 ‘태희혜교지현이’를 쳐보기 바란다. 자동완성되는 ‘태희혜교지현이 태민’을 본다면 생각이 바뀔 거다. 땀 냄새 나는 아이돌 2PM에 이어 컴백하는, 몸에 모공이 없을 것 같은 아이돌 샤이니의 막내 태민이를 가요 순위프로그램보다 먼저 <태희혜교지현이>에서 볼 수 있다. 태민은 그동안 시트콤 안에서 아들 자랑에 여념에 없던 은경(최은경)의 완벽한 아들 준수 역으로 등장하는데 공부, 운동 다 잘하는데다 성격까지 착한 중학생 캐릭터라니 이보다 더 좋을 순 없지 않을까. 그리고 사족 하나. 성숙한 ‘눈화’들은 역시 성숙한 언니로서 극중 태민과의 러브 라인을 형성할 한보배 양에게 아무 해코지하지 않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수퍼내추럴 시즌 4> OCN 밤 11시
만약 새벽 2시마다 누군가 손톱으로 문을 긁는 소리가 들리고 애써 잠을 청해도 이목구비 없는 귀신 때문에 악몽을 꾼다면 당신은 누구를 부르겠는가. 고스트 버스터즈? tvN <엑소시스트>의 퇴마사들? 아니면 귀신 잡는 해병 이정? 기자라면 <고스트 위스퍼러>의 제니퍼 러브 휴잇을 부르겠지만 만약 훈남과의 인연을 만들고 싶은 여성이라면 <수퍼내추럴>의 딘과 샘 형제를 부르는 게 좋을 것이다. 시즌 4가 되어서도 여전히 잘생기고 몸매도 탄탄한 이 훈남 퇴마사들이라니. 다만 달라진 게 있다면 집안 잡귀신을 상대하던 시절과는 비교도 안 될 스케일의 퇴마 여정이다. 딘이 지옥에서 돌아온 것에 이어 천사와 악마가 툭 하면 등장하는 걸 보고 있으면 영화 <콘스탄틴>이 떠오를 정도다. 어쩌면 이번 시즌에서 그들의 마지막 미션은 콘스탄틴이 그랬듯 지구를 구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황금나침반> SBS 밤 11시 5분
처음 들어가 본 대학에서 예비역 선배들과의 술자리가 좋았던 건 무언가 세상을 많이 살아본 듯한 사람이 열과 성을 다해 내 인생에 조언을 해준단 사실 때문이었던 것 같다. 물론 그들 역시 기껏해야 20대 중반의 방황하는 허풍쟁이들이었단 걸 깨닫기까진 얼마 걸리지 않았지만 언제나 우린 조언을 해줄 친구나 선배를 갈망한다. 시절이 하 수상한 요즘 같은 때일수록. 소위 ‘텐프로’라 불리는 주점 종사자가 공중파에 출연한다는 것 때문에 이미 연예뉴스에 이름이 오르내리는 <황금나침반>은 바로 이렇게 삶의 나침반이 필요한 사람들을 위한 프로그램이다. 조금 낯간지러운 김제동의 따뜻한 격려도, 인생을 초탈한 듯한 이외수 선생의 응원도, 까이면서도 왠지 즐거운 김어준의 신랄한 독설도 모두 돈을 주고서라도 듣고 싶은 조언 아닌가. 다만 조언이 도움을 주는 목적을 잃은 채 현란한 말의 잔치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그런 건 TV 바깥에도 너무 많다.

글. 위근우 (eight@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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