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name is 정범균.
1987년 1월 9일생. 포털사이트에 1986년생으로 표기된 경우도 있다. 작년까지는 그냥 그러려니 했는데 스물 셋하고 넷은 확실히 다른 것 같다. 이젠 한 살이라도 더 깎고 싶어진다.
중학생 시절 꿈은 광고 카피라이터였다. 짧은 시간 안에 모든 걸 표현해 낸다는 게 참 멋지게 보이더라. 그 안에 뜻도 담겨 있어야 하고. 그런데 그건 공부를 잘해야 한다는 걸 깨달아서 결국 포기 했다. 하하하.
고등학생 때는 농구 선수가 꿈이었다. 유일하게 잘하고 좋아하는 게 농구였다. 서울 시장배 아마추어 농구대회 나가서 2등까지 했었는데, 농구부 애들을 보니까 내 실력으로 선수 생활은 안 되겠다 싶더라.
부모님이 양주에서 개척교회 목사님으로 계신다. 고등학생 때부터 혼자 살면서 별의 별 데 다 살아봤다. 고시원에서도 살았고. 이젠 음식점 전화 번호 외우는 데는 도사다.
딱 한 가지 자신 있는 요리는 라면. 혼자서 먹더라도 좀 있어보이게 ‘데코’를 해 줘야 한다. 대접에 라면을 담고 간 안 된 김을 조금 부셔서 솔솔 뿌리면 모양도 그럴싸하고 맛도 좋다. 김치도 조금 따로 덜어서 세팅을 하면 스스로 뿌듯해진다.
레크리에이션 학과 실기 시험을 볼 때는 ‘유아 레크리에이션’을 할 거라고 했었다. 주머니에 케찹이랑 주스를 넣어 가서 ‘토마토송’을 불렀다. 효종이가 개그맨 하자고 안했더라도 그 길을 계속 걷지는 않았을 것 같다. 아마 지금쯤 군대에 있겠지.
KBS 공채 개그맨 22기 중에서 나랑 효종이가 제일 먼저 코너를 올렸다. 그때는 ‘내 앞길이 탄탄대로구나!’하고 혼자만의 망상에 빠져 있었다. 돈이 쉽게 벌리니까 쉽게 다 써버리더라. 그런데 어느 순간 코너가 없어지니까 정말 힘들더라. 쉬는 동안 얻은 것은 무대의 소중함을 알게 되었다는 거다.
KBS <개그 콘서트> 400회 녹화 할 때, 유재석 씨가 출연을 했었다. 원래 우리 코너에 나와 주셨으면 했는데, 당시에 인기 많은 코너였던 ‘내 인생에 내기 걸었네’에 등장하셨다. 멀리서 보기만 하는데도 나랑 닮긴 닮았구나 싶더라. 그때는 지금보다 살이 빠진 때라 더 닮은 것 같았다.
‘나쁜 남자’를 했던 머리 큰 이승윤 형이 몸짱 되기 책을 낸 적이 있다. 그때 사무실에 승윤이 형이 ‘책 100권 이상 팔리면 나이트 내가 쏜다’고 글을 써 놓았는데, 곽한구 형이 ‘1권’으로 고쳐 놓더라. 보고 있다가 “독해- 점점 독해져-”하고 내가 멘트를 쳤는데, 그걸 듣고 효종이가 코너를 생각해 냈다. 그게 ‘독한 것들’의 시작이었다. 최효종이가 아이디어가 좋다.
‘독한 것들’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반응이 많은데, 사실 게시판을 많이 보는 편은 아니다. 한구형의 코드는 원래 외모 지상주의를 꼬집자는 의도였는데, 반대로 항의가 많이 들어와서 감독님이 오나미 씨를 투입 했다. 효종이는 애들에게 비밀을 다 알려주고 있는데, 어차피 크면 다 알게 되는 것들 아닌가. 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다는 얘기다.
‘DJ 변’에 매 회 등장하는 이춘복 씨는 홍대쪽에 실존하고 있는 인물이다. SBS <웃찾사>에 출연한 적도 있는 개그맨 형인데, 이 분이 (변)기수 형에게 라디오 개그라는 형식과 “괜찮다~” 같은 아이디어를 주셨다. 너무 고마워서 이름이라도 홍보해 드리려고 계속 대본에 넣고 있다. 가끔씩 개인적으로 고마운 사람이나 여자 친구 이름을 넣기도 한다.
여자 친구에게는 절대 독하게 못한다. 혼난다. 무섭거든.
요즘은 ‘DJ 변’ 아이디어 회의에 좀 더 주력한다. 신생 코너라. 노래방 책자가 4권쯤 있는데 항상 갖고 다니면서 특이한 노래 제목을 찾고 거기에 살을 붙인다. 준현이 형 차에도 한권 있다. 그런데 그 차가 2인승이라 내가 타고 가다가 기수 형이 합류하면 나는 뒷자리에 넓은 짐칸에 앉아야 한다. 참, 우리 엄마도 이런 사실을 모르실텐데.
광고 패러디 하는 준현이 형 역할이 원래는 효종이 몫이었다. 효종이가 다른 코너 준비 하느라 준현이 형이 대신 들어 왔는데, 요즘 광고 대목에서는 카메라가 따로 붙을 정도로 반응이 좋다. 효종이 코너는… 흐지부지 사라졌다. 걔가 참 운이 없네. 그런데 광고가 꼭 기수 형이랑 준현이 형만 들어온다. 나는 어쩌나.
어쩌다보니 자꾸 말만 하는 개그를 하고 있지만, 사실은 슬랩스틱을 좋아한다. 개그맨 시험에 붙을 때도 몸 개그를 했었고, 몸으로 하는 게 속 편하다. 기회가 오면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
아직 큰 계획을 세우진 못하겠다. MC가 되면 무조건 더 좋겠지만, 유재석 선배 같은 사람이 되려면 나는 한참 멀었다. 30년은 더 걸릴 것 같다. 지금 목표는 <개그 콘서트>에서 1등 해보는 거다. 그게 소원이다.

글. 윤희성 (nine@10asia.co.kr)
사진. 이원우 (four@10asia.co.kr)
편집. 장경진 (three@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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