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제10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는 록큰롤 밴드 문샤이너스의 공연이 있었다. 밴드의 보컬 차승우와 드럼 손경호가 데블스의 멤버로 출연한 영화 <고고 70>이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된 날이었으니 음악을 좋아하는 관람객들에게는 좋은 패키지였을 것이다. 그러나 <고고 70>에는 문샤이너스 외에도 뮤지션들이 여럿 등장한다. 템퍼스의 보컬은 이지형이었으며, 당대 최고의 사이키델릭 밴드 휘닉스로 등장한 이들은 다름 아닌 서울전자음악단이었다. 일명 ‘서전음’으로 통하는 서울전자음악단은 신윤철과 그의 동생 드러머 신석철, 그리고 베이시스트 김정욱으로 구성된 밴드다. 알려진 대로 신윤철과 신석철은 신대철의 동생이며, 따라서 이들은 신중현의 아들들이다. 그러나 신윤철의 음악을 알기 위해서 굳이 그의 가계를 훑을 필요는 없다. 신중현과 시나위를 듣지 않고서 록 음악을 하는 한국 뮤지션이란 도무지 존재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서울전자음악단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이들의 음악은 서울이라는 도시의 감수성에 집중하고 있다. ‘나무랄 데 없는 나무’와 같은 제목은 단지 이들이 한국어를 허밍의 대체품으로 사용하고 있지 않음을 말해 준다. 게다가 ‘전자음악’이라고 표현되는 특유의 몽환적이면서도 아련한 분위기는 앨범 전체를 통해 우주적인 무게를 전해주기까지 한다. ‘꿈에 들어와’라는 명곡을 담은 첫 앨범이후 4년 만에 발표된 이들의 두 번째 앨범 는 우울하지 않은 몽환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특히 좋다. 그래서 3월에 나온 이 앨범은 날이 맑고 옷차림이 가벼워지는 요즘에 듣기에도 부담스럽지 않다. 아니, 오히려 꿈속을 유영하기에 알맞은 초 여름밤의 정취에 더 할 나위 없이 어울리는 음악이다. 마침, 지난달 말에 EBS <스페이스 공감>에서 이들의 라이브가 있었다고 한다. 운이 좋으면 조금 더 더워진 어느 날, 큰 눈을 내리깔고 기타를 연주하는 신윤철을 TV에서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야말로 ‘꿈으로 들어가는’ 밤을 놓치지 않으려면 종종 방송 시간표를 확인해야겠다.

글. 윤희성 (nine@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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