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가수의 음반이 하루에 몇 십만 장씩 팔리던 때가 있었다. 인기 가수의 뮤직비디오가 공개되면 온 레코드점에서 영상이 나오고, 가요 프로그램을 하는 날이면 방송사 주변이 청소년들로 가득 찼던 때가 있었다. 조성모는 바로 그 시기에 음악 인생의 ‘전반전’을 보냈다. 앨범은 연이어 밀리언셀러를 기록했고, 수많은 이슈의 중심에 그가 있었다. 하지만 이제 음반 대신 음원 차트가 더 중요해졌고, 음악 산업은 불황의 끝을 달리고 있다. 이 시기에 로 돌아온 조성모는 무엇을 보여주고 싶은 걸까. 그의 음악인생 ‘후반전’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 복귀해서 무대에 선 기분은 어떤가.
조성모 : 일을 할 수 있다는 게 감사하다. 공백기 동안 내가 원한다고 언제든 일을 할 수 있다는 게 아니라는 걸 느끼면서 그렇게 느끼게 됐다. 처음에는 어깨에 힘이 들어가서 스케줄 마치면 지치기도 했는데 (웃음) 요즘에는 자연스럽게 하니까 덜 지친다.
“요즘 초등학생들은 날 모르더라. 그러면서 다시 시작이다 싶었다”
: 컴백에 대한 부담감이 컸나보다.
조성모 : 물론. 요즘 초등학생들은 날 모르더라 (웃음) 방송사 앞 밴에서 내리는 데 연예인인 거 같긴 하고, 누구지? 하는 표정으로 보더라. 음악 프로그램 대기실에서는 내가 최고령자일 때도 있었고 (웃음) 그걸 보며 처음부터 다시 시작이다 싶었다. 재기 앨범이라고 생각한다. (웃음) 후배들의 실력도 예전보다 더 좋아져서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 하지만 당신의 복귀 이후 이슈가 된 건 노래가 아니라 체중감량이었다 (웃음) 기분 나쁘진 않았나.
조성모 : 겸허히 받아들여야지. 내가 아무리 음악 하는 사람이라고 외쳐도 사람들은 아직 내가 연예인의 이미지가 강하다고 생각하는 거 같다. 그건 내가 억지를 부린다고 바뀌는 게 아니다. 내가 열심히 노래 하다보면 인정해주시겠지.
: 전보다 많이 여유로워진 것 같다.
조성모 : 그렇다. 예전에는 예능 프로그램에 나갈 때도 뭔가 보여줘야 한다, 최선을 다해서 사람들을 즐겁게 해야 마음이 편했다. 하지만 지금은 내가 예능 프로그램에서 더 새롭게 할 이야기가 많은 것도 아니지 않나. 오히려 내가 예능 프로그램 같은 데서 해야 할 일은 잘 웃기는 것보다 잘 웃어드리는 거 같기도 하다. 그리고 아직 내게 궁금한 부분이 있다면 그 부분에 대해서 말씀 드리고, 내 나이 앞자리가 2에서 3으로 변했으니까 할 수 있는 얘기가 또 다를 테고. 아무래도 예전처럼 정상에 서야 한다는 강박이 없으니까. 만약 그랬다면 노래든 예능이든 목숨을 걸었겠지 (웃음)
: 그렇게 생각이 변한 이유는 뭔가.
조성모 : 공백기 사이의 목마름 같은 것이었다. 내가 데뷔할 때는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게 돼서 너무나 기뻐했다. 하지만 그게 반복되면서 노래에 대한 뜨거움이 없어졌다. 그럴 때는 다른 사람들도 나에 대한 매력을 못 느낀다. 그런 시간을 몇 년 겪고 공백기를 보내면서 앞으로의 길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을 했다. 그래서 가까운 사람들에게 “난 그만 둘 생각도 하는데, 여러분이 보기에는 내가 어떻게 해야 될 것 같냐”고 의견을 물었다. 객관적으로 날 보기 위해서였다. 그 때 선배 한 분이 그러시더라. “너는 세상을 들썩이게 했던 스타였는데, 그건 매니지먼트의 기획만으로 가능한 건 아니다. 너에게 뭔가가 있을 거다”라고 하더라. 그 말을 듣고 힘을 냈다.
: 어떤 가능성이 있다는 건가.
조성모 : “넌 빠지는 부분이 없다”고 하더라. 내가 가지고 있는 게 최고는 아니지만, 특별히 흠이 있는 건 아니라고. 그렇다면 있는 걸 발전시키면 되지 않냐고 말이다. 그래서 그 때부터 다시 노래를 제일 잘할 수 있도록 열심히 해보자고 생각했다. 신인 시절에는 노래를 잘 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을 텐데, 그 노력조차 잊어버렸던 때가 있었다. 다시 시작하는 마음인 거다.
“지금에서야 내가 모자란 부분을 알겠더라”
: 인터뷰에서 준비되지 않은 채로 데뷔했다는 말을 했었다. 하지만 TV를 통해 비춰진 당신의 이미지는 대형 뮤직비디오와 ‘얼굴 없는 가수’라는 콘셉트를 가진, 철저하게 준비된 가수의 느낌이었다.
조성모 : 물론 그랬다. 하지만 데뷔하기 전까지 나는 데뷔에 필요한 어떤 트레이닝을 전혀 받지 못했다. 음반을 내기 전까지 3년이 걸렸지만, 그 때 나에게 데뷔했을 때 뭐가 필요하다고 알려준 사람도 전혀 없었고. 신승훈이나 김건모같은 선배들은 오랜 무명 시절을 거치면서 활동에 대한 여러 가지 준비를 했다. 하지만 나는 일단 가수가 되고 나서야 그런 준비를 할 수 있었다. 솔직히 그 때는 내가 정말 노래를 죽도록 하고 싶었는지도 확신할 수 없었다. 지금에서야 나는 내 모자란 부분을 알고, 어떤 부분을 더 단련해야 하는지 알고 있다. 하지만 전에는 그런 것을 몰라서 활동하는 게 질렸을 때도 있었다. 반면에 회사는 기획을 통해 나를 귀여운 이미지로 부각시켰고, 그래서 많은 남자들이 싫어하기도 했다 (웃음) 그럴 때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 한창 인기 있을 때 조성모는 어떤 상황에서도 웃을 수 있는 바른 청년 이미지였다. 그래서 오히려 싫어하는 사람도 있었고. 20대 초에 그런 압박감을 어떻게 견디나 싶었다. 방송에서는 어떤 상황이든 싫은 표정 한 번 못 지었는데.
조성모 : 견딘다기 보다는 그냥 내 마음 속에서 곪았다. 들어오는 건 있는데 나가는 건 없고, 그래서 점점 마음속의 빛을 잃었고. 그 때는 “이것도 지나가리라”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었다. 목적이 없어서 그랬던 것 같기도 하다.
: 그래서 한동안 여러 가지 시도를 했다. ‘피아노’를 발표할 때는 굉장히 거친 창법과 이미지를 내세우기도 했는데.
조성모 : 그 때가 심적으로나 음악적으로나 굉장히 큰 고비였다. 물론 그 과정을 거치면서 지금에 온 것이라고 할 수 있지만, 그 때는 내가 그 전의 이미지를 한 번에 바꾸고 싶어 했다. 하지만 그 과정을 거치면서 내가 내 결대로 사는 방법을 알게 된 것 같다. 내가 가진 목소리대로, 성격대로 살면 되는 거다. 그 때도 조성모의 귀여운 이미지와 여린 이미지를 그대로 인정하고 자연스럽게 변해간다는 걸 보여주면 좋았을 거다.
: 그래서 지금은 결대로 사나.
조성모 : 얼마 전 오락 프로그램에 출연했을 때 박명수씨가 나에게 “니가 예전의 조성모인줄 알아?”라고 말하더라. 물론 그건 그 분이 자기 캐릭터에 따라서 농담을 던진 건데, 예전 같으면 그 말을 듣고 상처를 받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나 스스로 그걸 받아들이고 있더라. 그래서 “네 맞습니다, 그래서 지금 열심히 노래 부르고, 열심히 살 빼고 있습니다. 다시 예전의 조성모가 되려구요”라고 말했다. 이제는 있는 상황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래서 열심히 살려고 한다.
“노래하는 게 아니라, 말하고 있다는 걸 들려주고 싶다”
: 그래서 이번 앨범을 그렇게 작업한 건가. 최대한 당신이 낼 수 있는 가장 자연스러운 목소리를 내려고 한 것 같은데.
조성모 : 내 목소리를 찾아가는 건 영원한 작업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게 진짜 내 목소리다라고 할 수는 없다. 다만 테크닉보다는 감정에 충실하려고 했다. 전에는 아프다는 가사가 있으면 아프다는 걸 표현하려고 연기하듯 노래를 불렀다. 하지만 그럴수록 감정이 억지스럽고 한 쪽에 치우쳤다. 내가 예전에 ‘가시나무’를 불렀을 때, 그 노래의 진정한 의미를 알았을까? 하지만 지금은 ‘가시나무’의 의미를 생각하며 부른다.
: 보컬에 울림을 주지 않고 최대한 그대로 녹음한 것도 그 때문인가. 테크닉보다는 목소리의 전달에 초점을 맞춘 것 같은데.
조성모 : 지금은 노래를 부르기 보다는 듣는 사람과 대화를 하고 싶다. 전에는 무대 위의 나와 관객들의 거리가 참 멀게 느껴졌다. 하지만 지금은 대화를 하고 있는 거다. 전에는 슬프다고 하면 울기부터 시작했는데, 이제는 제가 좀 슬프다고 말을 거는 거다. 솔직하고 진솔하게.
: ‘행복했었다’의 후반부는 더 세게 임팩트를 줘서 부를 수도 있었는데, 창법을 바꾸지 않고 그 목소리를 그대로 유지했다 그만큼 생음도 나고, 절실하지만 불안하게 들릴 수도 있는데.
조성모 : 만들지 말자고 생각했다. 예전 같으면 ‘가시나무’ 때처럼 숨소리도 더 섞고, 힘도 더 주면서 멋있게 보이려고 했을 거다. 그런데 지금은 진심을 전하고 싶다. 난 지금 노래하는 게 아니라, 말하고 있다는 걸 들려주고 싶었다. 함께 작업한 스태프들도 예전의 내 특유의 목소리가 나오면 그건 안 좋다고 하더라. 그래서 개인적으로 이번 앨범은 “조성모의 미성이 환영받지 못한 앨범”이라고도 한다. (웃음) 어떤 분들은 내 노래의 후렴구에서 특유의 여린 소리가 힘을 받쳐주지 못해서 아쉬웠다고 하는데, 물론 그렇게 받아들이실 수도있겠지만 나는 지금 노래를 부르기 보다는 얼마나 말을 진실되게 전달하느냐에 초점을 맞췄으니까. 굳이 비유하자면 큰 소리로 웅변하는 대신 단 한 사람이라도 진실되게 대화하고 싶은 거다.
: 예전의 당신을 기대했던 사람들은 섭섭하지 않을까? 반대로 이 시대하고 어울리지 않는다고 할 사람도 있을 테고.
조성모 : 그럴 수도 있다. 다만 나는 음악을 들으면서 삶을 비춰보고, 사랑도 비춰보면서 쉼표를 찍을 수 있길 바랐다. 나는 이번에 내 할 일을 했다고 생각한다. 나는 음악을 계속할 거고, 그 때 또 다른 음악을 할 수도 있다. 이번 내 음악이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건 안다. 디지털 시대에 오히려 아날로그로 온 거나 다름없다. 하지만 CD가 없다면 mp3도 없었다. 디지털로 가기 전에는 아날로그 시대를 한 번 정리할 필요가 있었다. 지금 음악 프로그램에 출연하면 내 부분에서 딱 마가 뜬다. (웃음) 꼭 10년 전으로 돌아간 것 같을 수도 있다. 하지만 갈 길은 가야지. 지금 나는 4년의 공백기동안 내가 해야 했던 것들을 하는 거다. 학생이 학교를 가듯 할 일을 하는 거다.
: 그러면 학교를 졸업한 뒤에는 뭘 할 건가.
조성모 : 그 때부터는 디지털이든 무엇이든 해야지. 누군가는 “조성모 맞아?”라고 할 정도의 시도도 할 수 있을 거고. 앞으로는 재밌는 음악을 할 수도, 퍼포먼스가 중요한 음악을 할 수도 있다. 내가 음악을 하며 살아가는 동안은 “저 녀석 다음에는 뭐 들고 나올까?”라는 기대가 들도록 하고 싶다. 내 지난 음악인생, 그러니까 전반전에는 체력만 좋았지 어디로 가야할지도, 패스할지도 몰랐다. 그냥 뛰기만 했다. 하지만 이제는 어디로 가야할지는 안다. 몇 대 몇으로 이기느냐 지느냐 대신 그 길을 향해 끈기 있게 가고 싶다.
글. 강명석 (two@10asia.co.kr)
사진. 이원우 (four@10asia.co.kr)
편집. 장경진 (three@10asia.co.kr)
: 복귀해서 무대에 선 기분은 어떤가.
조성모 : 일을 할 수 있다는 게 감사하다. 공백기 동안 내가 원한다고 언제든 일을 할 수 있다는 게 아니라는 걸 느끼면서 그렇게 느끼게 됐다. 처음에는 어깨에 힘이 들어가서 스케줄 마치면 지치기도 했는데 (웃음) 요즘에는 자연스럽게 하니까 덜 지친다.
“요즘 초등학생들은 날 모르더라. 그러면서 다시 시작이다 싶었다”
: 컴백에 대한 부담감이 컸나보다.
조성모 : 물론. 요즘 초등학생들은 날 모르더라 (웃음) 방송사 앞 밴에서 내리는 데 연예인인 거 같긴 하고, 누구지? 하는 표정으로 보더라. 음악 프로그램 대기실에서는 내가 최고령자일 때도 있었고 (웃음) 그걸 보며 처음부터 다시 시작이다 싶었다. 재기 앨범이라고 생각한다. (웃음) 후배들의 실력도 예전보다 더 좋아져서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 하지만 당신의 복귀 이후 이슈가 된 건 노래가 아니라 체중감량이었다 (웃음) 기분 나쁘진 않았나.
조성모 : 겸허히 받아들여야지. 내가 아무리 음악 하는 사람이라고 외쳐도 사람들은 아직 내가 연예인의 이미지가 강하다고 생각하는 거 같다. 그건 내가 억지를 부린다고 바뀌는 게 아니다. 내가 열심히 노래 하다보면 인정해주시겠지.
: 전보다 많이 여유로워진 것 같다.
조성모 : 그렇다. 예전에는 예능 프로그램에 나갈 때도 뭔가 보여줘야 한다, 최선을 다해서 사람들을 즐겁게 해야 마음이 편했다. 하지만 지금은 내가 예능 프로그램에서 더 새롭게 할 이야기가 많은 것도 아니지 않나. 오히려 내가 예능 프로그램 같은 데서 해야 할 일은 잘 웃기는 것보다 잘 웃어드리는 거 같기도 하다. 그리고 아직 내게 궁금한 부분이 있다면 그 부분에 대해서 말씀 드리고, 내 나이 앞자리가 2에서 3으로 변했으니까 할 수 있는 얘기가 또 다를 테고. 아무래도 예전처럼 정상에 서야 한다는 강박이 없으니까. 만약 그랬다면 노래든 예능이든 목숨을 걸었겠지 (웃음)
: 그렇게 생각이 변한 이유는 뭔가.
조성모 : 공백기 사이의 목마름 같은 것이었다. 내가 데뷔할 때는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게 돼서 너무나 기뻐했다. 하지만 그게 반복되면서 노래에 대한 뜨거움이 없어졌다. 그럴 때는 다른 사람들도 나에 대한 매력을 못 느낀다. 그런 시간을 몇 년 겪고 공백기를 보내면서 앞으로의 길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을 했다. 그래서 가까운 사람들에게 “난 그만 둘 생각도 하는데, 여러분이 보기에는 내가 어떻게 해야 될 것 같냐”고 의견을 물었다. 객관적으로 날 보기 위해서였다. 그 때 선배 한 분이 그러시더라. “너는 세상을 들썩이게 했던 스타였는데, 그건 매니지먼트의 기획만으로 가능한 건 아니다. 너에게 뭔가가 있을 거다”라고 하더라. 그 말을 듣고 힘을 냈다.
: 어떤 가능성이 있다는 건가.
조성모 : “넌 빠지는 부분이 없다”고 하더라. 내가 가지고 있는 게 최고는 아니지만, 특별히 흠이 있는 건 아니라고. 그렇다면 있는 걸 발전시키면 되지 않냐고 말이다. 그래서 그 때부터 다시 노래를 제일 잘할 수 있도록 열심히 해보자고 생각했다. 신인 시절에는 노래를 잘 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을 텐데, 그 노력조차 잊어버렸던 때가 있었다. 다시 시작하는 마음인 거다.
“지금에서야 내가 모자란 부분을 알겠더라”
: 인터뷰에서 준비되지 않은 채로 데뷔했다는 말을 했었다. 하지만 TV를 통해 비춰진 당신의 이미지는 대형 뮤직비디오와 ‘얼굴 없는 가수’라는 콘셉트를 가진, 철저하게 준비된 가수의 느낌이었다.
조성모 : 물론 그랬다. 하지만 데뷔하기 전까지 나는 데뷔에 필요한 어떤 트레이닝을 전혀 받지 못했다. 음반을 내기 전까지 3년이 걸렸지만, 그 때 나에게 데뷔했을 때 뭐가 필요하다고 알려준 사람도 전혀 없었고. 신승훈이나 김건모같은 선배들은 오랜 무명 시절을 거치면서 활동에 대한 여러 가지 준비를 했다. 하지만 나는 일단 가수가 되고 나서야 그런 준비를 할 수 있었다. 솔직히 그 때는 내가 정말 노래를 죽도록 하고 싶었는지도 확신할 수 없었다. 지금에서야 나는 내 모자란 부분을 알고, 어떤 부분을 더 단련해야 하는지 알고 있다. 하지만 전에는 그런 것을 몰라서 활동하는 게 질렸을 때도 있었다. 반면에 회사는 기획을 통해 나를 귀여운 이미지로 부각시켰고, 그래서 많은 남자들이 싫어하기도 했다 (웃음) 그럴 때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 한창 인기 있을 때 조성모는 어떤 상황에서도 웃을 수 있는 바른 청년 이미지였다. 그래서 오히려 싫어하는 사람도 있었고. 20대 초에 그런 압박감을 어떻게 견디나 싶었다. 방송에서는 어떤 상황이든 싫은 표정 한 번 못 지었는데.
조성모 : 견딘다기 보다는 그냥 내 마음 속에서 곪았다. 들어오는 건 있는데 나가는 건 없고, 그래서 점점 마음속의 빛을 잃었고. 그 때는 “이것도 지나가리라”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었다. 목적이 없어서 그랬던 것 같기도 하다.
: 그래서 한동안 여러 가지 시도를 했다. ‘피아노’를 발표할 때는 굉장히 거친 창법과 이미지를 내세우기도 했는데.
조성모 : 그 때가 심적으로나 음악적으로나 굉장히 큰 고비였다. 물론 그 과정을 거치면서 지금에 온 것이라고 할 수 있지만, 그 때는 내가 그 전의 이미지를 한 번에 바꾸고 싶어 했다. 하지만 그 과정을 거치면서 내가 내 결대로 사는 방법을 알게 된 것 같다. 내가 가진 목소리대로, 성격대로 살면 되는 거다. 그 때도 조성모의 귀여운 이미지와 여린 이미지를 그대로 인정하고 자연스럽게 변해간다는 걸 보여주면 좋았을 거다.
: 그래서 지금은 결대로 사나.
조성모 : 얼마 전 오락 프로그램에 출연했을 때 박명수씨가 나에게 “니가 예전의 조성모인줄 알아?”라고 말하더라. 물론 그건 그 분이 자기 캐릭터에 따라서 농담을 던진 건데, 예전 같으면 그 말을 듣고 상처를 받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나 스스로 그걸 받아들이고 있더라. 그래서 “네 맞습니다, 그래서 지금 열심히 노래 부르고, 열심히 살 빼고 있습니다. 다시 예전의 조성모가 되려구요”라고 말했다. 이제는 있는 상황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래서 열심히 살려고 한다.
“노래하는 게 아니라, 말하고 있다는 걸 들려주고 싶다”
: 그래서 이번 앨범을 그렇게 작업한 건가. 최대한 당신이 낼 수 있는 가장 자연스러운 목소리를 내려고 한 것 같은데.
조성모 : 내 목소리를 찾아가는 건 영원한 작업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게 진짜 내 목소리다라고 할 수는 없다. 다만 테크닉보다는 감정에 충실하려고 했다. 전에는 아프다는 가사가 있으면 아프다는 걸 표현하려고 연기하듯 노래를 불렀다. 하지만 그럴수록 감정이 억지스럽고 한 쪽에 치우쳤다. 내가 예전에 ‘가시나무’를 불렀을 때, 그 노래의 진정한 의미를 알았을까? 하지만 지금은 ‘가시나무’의 의미를 생각하며 부른다.
: 보컬에 울림을 주지 않고 최대한 그대로 녹음한 것도 그 때문인가. 테크닉보다는 목소리의 전달에 초점을 맞춘 것 같은데.
조성모 : 지금은 노래를 부르기 보다는 듣는 사람과 대화를 하고 싶다. 전에는 무대 위의 나와 관객들의 거리가 참 멀게 느껴졌다. 하지만 지금은 대화를 하고 있는 거다. 전에는 슬프다고 하면 울기부터 시작했는데, 이제는 제가 좀 슬프다고 말을 거는 거다. 솔직하고 진솔하게.
: ‘행복했었다’의 후반부는 더 세게 임팩트를 줘서 부를 수도 있었는데, 창법을 바꾸지 않고 그 목소리를 그대로 유지했다 그만큼 생음도 나고, 절실하지만 불안하게 들릴 수도 있는데.
조성모 : 만들지 말자고 생각했다. 예전 같으면 ‘가시나무’ 때처럼 숨소리도 더 섞고, 힘도 더 주면서 멋있게 보이려고 했을 거다. 그런데 지금은 진심을 전하고 싶다. 난 지금 노래하는 게 아니라, 말하고 있다는 걸 들려주고 싶었다. 함께 작업한 스태프들도 예전의 내 특유의 목소리가 나오면 그건 안 좋다고 하더라. 그래서 개인적으로 이번 앨범은 “조성모의 미성이 환영받지 못한 앨범”이라고도 한다. (웃음) 어떤 분들은 내 노래의 후렴구에서 특유의 여린 소리가 힘을 받쳐주지 못해서 아쉬웠다고 하는데, 물론 그렇게 받아들이실 수도있겠지만 나는 지금 노래를 부르기 보다는 얼마나 말을 진실되게 전달하느냐에 초점을 맞췄으니까. 굳이 비유하자면 큰 소리로 웅변하는 대신 단 한 사람이라도 진실되게 대화하고 싶은 거다.
: 예전의 당신을 기대했던 사람들은 섭섭하지 않을까? 반대로 이 시대하고 어울리지 않는다고 할 사람도 있을 테고.
조성모 : 그럴 수도 있다. 다만 나는 음악을 들으면서 삶을 비춰보고, 사랑도 비춰보면서 쉼표를 찍을 수 있길 바랐다. 나는 이번에 내 할 일을 했다고 생각한다. 나는 음악을 계속할 거고, 그 때 또 다른 음악을 할 수도 있다. 이번 내 음악이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건 안다. 디지털 시대에 오히려 아날로그로 온 거나 다름없다. 하지만 CD가 없다면 mp3도 없었다. 디지털로 가기 전에는 아날로그 시대를 한 번 정리할 필요가 있었다. 지금 음악 프로그램에 출연하면 내 부분에서 딱 마가 뜬다. (웃음) 꼭 10년 전으로 돌아간 것 같을 수도 있다. 하지만 갈 길은 가야지. 지금 나는 4년의 공백기동안 내가 해야 했던 것들을 하는 거다. 학생이 학교를 가듯 할 일을 하는 거다.
: 그러면 학교를 졸업한 뒤에는 뭘 할 건가.
조성모 : 그 때부터는 디지털이든 무엇이든 해야지. 누군가는 “조성모 맞아?”라고 할 정도의 시도도 할 수 있을 거고. 앞으로는 재밌는 음악을 할 수도, 퍼포먼스가 중요한 음악을 할 수도 있다. 내가 음악을 하며 살아가는 동안은 “저 녀석 다음에는 뭐 들고 나올까?”라는 기대가 들도록 하고 싶다. 내 지난 음악인생, 그러니까 전반전에는 체력만 좋았지 어디로 가야할지도, 패스할지도 몰랐다. 그냥 뛰기만 했다. 하지만 이제는 어디로 가야할지는 안다. 몇 대 몇으로 이기느냐 지느냐 대신 그 길을 향해 끈기 있게 가고 싶다.
글. 강명석 (two@10asia.co.kr)
사진. 이원우 (four@10asia.co.kr)
편집. 장경진 (three@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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